전라도 산행은 올해 두번째, 그런데 광양에 갈 때는 아침 6시에 출발했는데.... 휴대폰이 고장나서 시간확인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부랴부랴 도착한 시각 - 06시 20분. 차가 떠난것일까? 아니면 평상시처럼 7시일까? 그런데 30분쯤 도착한 자그마한 미니버스....
궁금해진다. 그래서 물었다.
"저~ 추월산 가는 차 맞나요?"
"예, 맞습니다."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긴한데... 사람이 그렇게 없나?
"오늘은 봉고차(?)로 가네~ 아담하니 좋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인원이 적으면 당연한 이치인데도 왠지 아쉬움이 먼저 앞서네요. (여러분, 많이 좀 오세요)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격! 젬마 총무님께서는 차에 오를 힘조차 없을 정도로 아프시네요. 이를 어쩐다?
레옹 대장님, 의자왕님! - "다~ 좋은 엔진오일(?)만 갈아주면 쌩쌩해져요" -사실 입증됨!
길이 막히지 않아 이른 시각에 담양 추월산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히 준비운동을 하고 산행 시작! 출발한 지 15분이 지나니 등에 땀이 차서 겉옷을 벗지 않을 수 없더군요.
모두들 햇볕의 맹공에 육수(?)를 뽑고 있습니다. 급기야 풍천님은 반팔차림까지...
길이 좁디좁은 관계로 땀이라도 닦으려고 잠깐 멈칫하면 우루루~ 제 앞을 추월해갑니다.
추월해서 가면 안된다고 해서 추월산인가? 추월해서 가도 된다고 해서 추월산인가? ㅋㅋㅋ
원래 앞지르기할 때의 추월이 아닌 것은 잘 아실테고.... 아여튼 그런 재미난 얘기 들으며 가니 힘들지도 않더라구요.
기념사진을 찍을 때 꼭 예쁜 담양호가 나와야 제대로 된 추월산 산행인듯 모두들 담양호를 배경으로 찰칵찰칵~~ 그런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조망이 멋있어집니다.
담양호가 내려다보이고, 보리암이 올려다보이는 바위 위에서 단체사진 한 컷!
의자왕님이 사진 찍을 지점을 코치해줘서 멋진 사진 한 장 건졌네요. 고맙습니다.
따스한 가을 햇살이 가을을 봄으로 착각하게 만드네요. 사람들은 착각해도 괜찮은데 산에 있는 나무들까지 낙엽이 져서 나목이 된 뒤에 다시 새싹이 나버렸네요. 세상에 이런 일이~
첫번째 목적지인 보리암에 도착합니다.
부처님 사진 좀 찍으려 했다가 비구니 스님한테 따끔하게 혼났네요. 부처님은 속세 사람과는 다른 분이라며 어느 절에 가든 법당 안에 있는 부처님은 찍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좋은 것 하나 알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그렇게 할게요. 죄송합니다. ~
풍천님은 사진찍기보다 스님과 얘기 나누는 것이 좋으신가봅니다. 계속 웃으면서 담소를 나누시네요.
얼음(또는 서리)이 녹아 질퍽한 오름길에서 다른 산악회 아자씨들이 "거북이만 오면 돼!" 이러는 겁니다. 우리 산사랑에도 거북이님이 있는것처럼 어디든지 느림보나 거북이라는 닉네임이 있나봅니다.
몇 명의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으시면서도 짱짱하게 잘 걷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아우성님이 연세를 물어봅니다.
할머니 A - "칠십 다섯이요!(실제 69세)"
아우성 님 - "어이쿠~ 정정하시네요"
할머니 B - "깔깔깔~☞ 그걸 속나? ㅋㅋㅋ"
할머니 A - "거봐, 노인정에서 앉아 있으면 뭐해? 이렇게 산에 오면 젊은 남자도 얼마나 많어?"
---- 그 할머니들한테는 50~60대라고 해봤자 젊은 남자밖에 안되니까 ---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많은 산악회가 이 곳 추월산으로 산행을 온 탓에 정상에서 인증샷 한번 찍는데 줄서서 기다려야 했답니다. 그것도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곳에서요~
하산을 하며 중간지점에서 쉬었지요. 그런데 의자왕님이 <추월산 정상>팻말을 들고 있는게 아닙니까? 제대로 보니 <추월산 정상 400미터>였지요. 400미터 글자를 가리라는 대장님의 코치에 교묘하게 정상인 것처럼 우리들은 단체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야매로 찍은거지만 뭐 어떻습니까? 다들 웃었는걸요~ ㅎㅎㅎ (*^_^*)
그러고보니 오늘은 짝꿍님과 함께 오신 분이 다올님 내외밖에 없네요. 그런데 다올이라는 말은 <하는일마다 모든일들이 福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 맞지요? 참 이름 좋습니다.
하산은 늘 특별한 말없이 내려오기 마련이다. 힘드니까... 그런데 군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검둥이님, 다올님, 매송 회장님, 아우성님은 군대 시절 이야기를 줄줄이 비엔나처럼 20분은 이야기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려오신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건만... (사실 저 2000년에 제대한 사람입니다. ㅋㅋㅋ)
계곡이 나옵니다. 얼음장같은 계곡물에 족욕도 하고 머리감기까지... 체리콕님 감기걸려요! 조심하셔유~ 정말 대단하신 산사랑 회원님들입니다.
저는 발만 살짝 담가도 오금이 저리던데... 다음 산행에서는 그냥 따끈한 발바닥을 유지하렵니다. 에구 추버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네요. 시골이지만 펜션이 많이 지어져 있고 담양이라는 이름값을 하듯 대나무 밭이 나옵니다. 동네에는 까치밥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감들이 그대로 달려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스케치북을 펴고 풍경화를 그리고 싶은 그런 동네였습니다.
일찍 하산한 덕에 어디 한 군데를 들르기로 했습니다.
어딜 갈까?
죽녹원?
- 1박2일 덕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먼저 가보셨던 분들이 볼것도 없다면서 퇴짜~
메타세콰이어길?
- 담양이라 유명한 것이지 우리가 사는 분당에도 중앙공원에 가면 볼 수 있으니 퇴짜~
그럼 뭘 먹을까?
죽통밥 ?
- 비싸기만했지 먹잘것도 없다고 풍천님이 단칼에 퇴짜~
모두의 머리 속에는 담양에서 유명한 떡갈비~ 라는 말이 새겨졌지만 가격... 가격... 가격...
그것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단 갈 곳은 정해졌습니다.
매송 회장님께서 추천하는 <소쇄원>으로요. 뭘 하는 곳인지 잘 몰라도 일단 명소이니 가보면 될겁니다. 우리들은 어딜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무얼 먹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배도 조금씩 고파지기 시작하는데... 소쇄원으로 가면서 수십가지의 메뉴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소쇄원 도착했습니다.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 옛 선비들이 담소를 나누던 곳, 고즈넉한 명승지, 한 바퀴 둘러보고 가기 좋은 곳.... 그 정도만 각인이 됩니다. 왜 그럴까요? 밥 때문이지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메뉴선택!!!! 소쇄원을 구경하면서도 모두의 머리속에는 오직 메뉴... 메뉴만이 차지하고 있네요.
★ 꿈은 이루어진다. ~ 월드컵 4강도 안 될 줄 알았는데 됐잖아요? 결국 떡갈비로 낙점!
이번 산행을 못 나온 사람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긴 것이요, 이번 산행에 참여한 사람은 완전 심봤네요.
<절라도 떡갈비집> - 물옥잠, 물배추, 수련, 팔손이까지 작은 연못정원을 만들어놓은 아담한 맛집입니다.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돌산갓이야기가 나옵니다. 언젠가는 알로하님이 여수 돌산갓김치를 들고 오실 겁니다. 꼭~
첫댓글 보통사람들이 취미로 하는 전형적인 산행을 했습니다.
적당하게 짧은 코스와 명소관광(문학하는 분들은 꼭 봐야 하는~)과 맛기행과 음주가무와~~~ㅎㅎㅎ
다음달은 송년산행이라 더욱 기대됩니다.
사실 혼자라도 오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남면이 이렇게 넓을 줄은 몰랐거든요.
산사랑 덕분에 2중 3중으로 즐거운 산행, 행복한 고향 나들이였어요. 고맙습니다.
신청인원이 적어서 버스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많이 많이 참석하셔서 이런 고민 안하게 해 주세요!!!
이 산행기 보시면 다음번엔 많이 참석하실려나??? 새벽까지 산행기 쓰느라 수고 많았어요 싹수님~
산행기를 쓰고나면 뭔가 할 일을 다 마친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산행기 쓰는 것도 산행가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읽어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납니다. 잘 썼든 못 썼든 댓글 하나에 웃음이 저절로 ~~ ㅎㅎ
아쉽게 참석못하여 싹수님의 산행기을 보면서 아쉬움이 더합니다다음산행기를 기대하면서
남도의 기운을 받고 왔어요. 무엇보다 공기가 참 맑더라구요
다음 산행 때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구요
싹수님 맛깔스런 산행기 덕에 추억이 ~배가 될듯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언제나 두분을 보면 부럽답니다. 올해 산행중에 가장 맛있는(?) 산행이었어요. 그쵸?ㅋㅋ
다들무사히 다녀오셔서 감사합니다.싹수님 산행기 덕분에 조금이나마 위로?가됨 수고 하셨슴니다.
담에 2012년 마지막 산행이니 꼭 오시와요!!!
비구니스님 꼬시는게 제 전공입니다. 스님 사랑합니다.하니 슬그머니 도망가시더군요.^^ 잼나는 글 잘보고 갑니다.
체리콕님이 비구니승 좋아한다는 말이 맞군요. 설마했는데 ㅋㅋ
봉정암 스님과의 일화도 아마 유명하죠..
싹수님!!
항상 느끼지만 넘 잼있게 넘 넘 실감나게 자알~~보았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
그날의 기억을 더듬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했으면 좋겠네요!
담양 곳곳을 여행하고 온 느낌입니다..가끔은 여행으로 기억되는 산행도 꽤 괜찮은것 같아요..산행기 자알 읽고 갑니다.
단풍이 질때여서 쫌 아쉽긴했지만 맛집의 추억이 그걸 채워준 그런 산행이었습니다!! 다음달에 또 뵙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