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 5. 2. 02: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가진 그룹 주요 계열사 보유 주식에 관한 상속 작업을 매듭지었다. /더팩트 DB
정공법 택한 삼성 일가, 가족애·경영권 '두 마리 토끼' 다 잡았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유 주식에 관한 상속 작업에 마침
표를 찍었다.
▲아시아경제 2021.04.30 18:09(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ㅣ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이재용 부회장에게 지분 대부분이 넘어갈 것이란 일각의 예상과 달리 유족들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모든 분할 대상 계열사를 대상으로 법정 상속비율을 따르는 '정공법'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안정적인 경영권'과 '가족 간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4.18%)와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삼성SDS(0.01%)는 지난달 30일 지분 변동 내역을 공개했다. 이날 상속내역과 관련해 관심이 쏠린 대목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4명의 가족들에게 적용된 상속비율이다.
계열사별 상속 현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경우 고인의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8309만1066주를 상속받았고,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5539만4046주,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각각 5539만4044주를 상속받았다.
삼성물산과 삼성SDS 두 곳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4명의 가족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회사 주식을 법정 상속비율대로 나눠 각자의 몫으로 상속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주식 가운데 50%인 2075만9591주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691만9863주씩을 상속받았다. /더팩트 DB
홍라희 전 관장 '9분의 3', 이재용·이부진·이서현 세 남매 각각 '9분의 2'라는 법정 상속비율을 적용하지 않은 계열사는 삼성생명 단 한 곳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보유 주식 가운데 2075만9591주를,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691만9863주씩을 상속받았다. 홍라희 전 관장은 상속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가족 간 화합을 통해 경영권 안정을 꾀했다'는 재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지배구조 정점에 있으면서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만, 삼성생명 지분율은 지금까지 단 0.06%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 지분율이 10.44%로 급증, 2대 주주(개인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 최대 주주였던 이건희 회장의 지분 절반을 상속받음으로써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상속인들 개개인의 핵심 계열사 지분율에 변화가 생겼지만, 기존 그룹 지배구조의 큰 틀에는 조금의 균열도 발생하지 않았다. 삼성생명 지분 상속 비율에 차등을 둔 것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 부회장을 제외한 남은 가족들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 쏠리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생명 외 다른 주요 계열사에서 법정 상속비율을 따랐을 수도 있겠지만, 그간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보여준 행보를 볼 때 앞으로 상호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