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選擧)는 공직이나 어떤 권위의 직위 또는 어떤 종류의 위치에 공식적으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거를 통해서 어떤 정당은 집권을 하게 되고 어떤 정당은 패배하여 힘이 약화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는 정당에게 정치적 지위를 부여하고 정치세력을 변화시키는 민주적인 제도이다.
선거제도는 다수대표제(多數代表制)와 비례대표제(比例代表制)로 나눌 수 있다.
다수대표제가 한 선거구에서 다수로부터 지지를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으로, 단순다수대표제와 절대다수대표제로 나뉜다. 단순다수대표제는 미국에서 발전한 선거제도로 '1구1인'선거의 현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1위제(1位制, simple-majority single-ballots)'를 표본으로 다수득표자가 당선되는 제도이다. 절대다수대표제는 프랑스에서 발전한 것으로 1차 투표에서 득표가 과반수에 미달할 때 '재투표제(再投票, double ballot system)'로 선출하는 방식이 표본이다.
현재 우리 나라 노동조합의 위원장 선거에 적용하여 과반수까지 2차 또는 3차까지 투표하는 선거 제도다.
비례대표제(proportional representation)는 선거에서 후보개인에게 투표하다보니 1등을 제외한 다른 후보 지지표 모두가 사표(死票)가 되고, 각 후보 정당의 전국적 지지도를 종합했을 때 득표율(得票率)과 의석수(議席數)가 불균형이 심하게 나타나면서 득표율과 의석수 비율을 가능한 비례로 일치시키기 위해 탄생한 선거제도로 1855년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이래 유럽에서 발전한 제도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는 선거에서 정당간에 등록된 후보들의 당선과 그에 따른 각 당의 의석분포가 유권자들의 투표분포에 일치하도록 하는 선거제도이다. 비례대표제가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① 선거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사표(死票)를 합리적으로 처리한다.
② 다양한 여론의 반영으로 소수당(少數黨)의 정치세력의 진출을 보장한다.
③ 정당정치의 지속적 발전과 각 당간에 정책대결(政策對決)이 가능하다.
④ 국민 지지도만큼 비례로 의석을 보장하고, 보궐선거(補闕選擧)가 필요 없는 제도이다.
따라서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선거에서 각 정당에 던진 표수(득표율)에 비례하여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평소에 정책과 이념을 지지하는 정당에게 투표를 하는 선거제도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政黨名簿式 比例代表制, party list system proportional representation)'라는 것은 후보가 정당에서 제출하는 일괄 명부(list)에 의해 결정되고 선택된다는 의미이다.
2.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운명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제2의 건국(建國)' 선언에서 "정치개혁 과제로 선거제도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정치권에 긴급 의제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국민신당을 해체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고, 한나라당 영남권 국회의원에게 차기 의석이 보장되는 것처럼 명분을 주고 '야당의원 끌어들이기'의 무기로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또한 '정치에 대한 환멸(幻滅)로 정치권 공멸(共滅)의 위기'를 느낀 국민회의는 정치불신을 이용하여 최대한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고, 동시에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개혁적 대통령으로 포장하는 측면도 있다.
국민회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지역정당(地域政黨)에서 전국정당(全國政黨)'으로 나아가겠다는 명분을 내걸고는 있으나, 현재 거론하고 있는 개선안은 실리 위주의 '일본식'으로 검토하다가, 정치개혁의 냄새라도 피우기 위해 '독일식'으로 전환한다고 하더니, 결국 다시 당리당락에 따라 '일본식'으로 귀착되었다. 소위 '일본식'은 지역과 정당명부의 선출을 고정하겠다는 발상으로 현재의 '전국구(全國區)'제도에서 정당투표를 추가한 것에 불과한 미흡한 것이다. '일본식'을 통해서는 표의 등가성이 왜곡되고, 특히 소수당에게 불리한 제도이다. 항상 그렇듯이 개혁의 명분만 살리고 현실의 실리를 취하겠다는 기득권자의 논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회의는 소선거구제 아래에서 지역정당의 이익은 취하면서 안정적인 다수 여당이 쉽게 되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민회의가 보여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정계개편에서 영남권(嶺南圈) 야당 국회의원을 확보하는 전술 도구 이상이 아니었다. 거대 여당으로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이상, 선거제도는 정당 사이의 이해관계에 따라 타협(妥協)의 산물(産物)로 왜곡된 형태로 처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II. 본론
1. 각 나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비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시행한 적인 없는 제도이지만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된 선거제도다.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운용하고 있으나, 크게 이스라엘(네덜란드), 독일, 일본식 등 3가지 분류의 특징을 지닌다.
■ 세계 각국의 의원정수와 선거구, 선거제도 비교
1) 이스라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완전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이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전체가 단일한 하나의 선거구로 하고 각 정당에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은 총 의석이 120석으로 정당명부식 투표를 통해 최저 1% 이상의 득표정당을 대상으로 의석을 배정하고 네덜란드는 총 의석 150석의 1로 0.67%를 제한선(制限線)으로 한다. 또한 선거구가 하나이고, 지역구 후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1인 1표제인데 정당에게만 투표한다. 지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출한 선거제도 개혁안과 같다.
2) 독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독일은 한사람의 유권자가 정당명부(328명)에 투표하고 지역구 후보(328명)에게도 투표하는 1인 2표제이다. 중요한 것은 의석수 결정은 정당 득표율로 하는 것이다.(완전한 정당명부 비례선거제 영역)이다. 독일은 주(州)로 구성되는 연방(聯邦)국가이므로 지역 대표성을 인정하여 지역구 당선자가 절반이 되게 비례대표제를 보완한 제도이다.
독일의 의석 산출 방법은 약간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정당별 및 주별 배분 의석수는 제2표(정당명부 선거)의 득표율에 의해 결정된다. 헤어-니마이어식(Hare/Niemeyer)의 의석 산정(算定) 방식이 적용된다.
여기서 소수점이 나올 경우, 전체 의석수에 모자라는 수만큼 소수점 이하의 크기 순서대로 의석이 하나씩 배정되며 이를 균형의석(均衡議席)이라 한다. 실제 산정 과정을 1987년 연방의회 선거의 결과로써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당시 베를린의 특별 의석 22명을 제외하면 총 의석은 496석, 통일 후 현재의 총 의석은 656석)
■ 제1단계 : 각 정당에 배분될 의석수를 결정한다.
■ 제2단계 : 다시 헤어-니마이어식에 따라 각 정당의 주별 배정(선거구 의석과 주명부 의석을 모두 포함한) 의석수가 정해진다. (사회민주당의 예)
같은 방법으로 기민당 173석, 기사당 49석, 자민당 46석 녹색당 42석 등의 주별 배정 의석수가 정해진다.
■ 제3단계 : 각 주의 선거구들에서 획득한 선거구(직선) 의석수를 정당별로 합산한 다음, 이를 위에서 정해진 정당별 총 배분 의석수로부터 감산(減算)한다.
■ 제4단계 : 감산되고 남은 수치만큼 주 명부에 기재된 후보 순서대로 주 명부 의원들이 정해진다.
○ 만약 제4단계에서 선거구의 직선 당선자 의석수가 제2표에 의해 배정 받은 정당 의석수보다 더 많을 경우, 이를 초과의석(超過議席)이라고 부르며, 아울러 일반 의석과 동일하게 인정한다.
○ 의석 결정에 적용되는 또 다른 조항은 정당의 집중 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봉쇄조항(封鎖條項, threshold)이다. 이는 의회 체계의 기능을 제고시키고 정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 내용은 정당이 전체적으로 최소한 5%의 득표를 차지했을 때, 혹은 최소 3개의 직선(直選)의석을 획득했을 때에만 의석이 배분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일본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
일본은 엄밀히 말해 비례대표제가 아니다. 부분적으로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제도이다. 94년에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2-5명씩 선출하던 중선거구제를 포기하고 새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기존정당의 이해관계에 매여 복잡하게 얽힌 결과로 탄생한 괴이한 형태의 변용된 제도로 학문적 용어로는 '소선거구 비례대표제 병립(竝立)식'이라고 하다. 일본은 다수대표제를 기본으로 하는 소선거구를 유지하고 정당지지 투표를 별도로 하여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제도이다. 일본은 500명 의원정수에서 3백 명은 소선거구제로 선출, 200명은 정당 득표율로 의석 배분을 하는 제도이다. 비례대표선출은 권역단위(동북/관동 등)로 11개 권역별로 하고 있다.
■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특징적인 나라의 선거제도 비교
2. 국민회의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문제점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선거제도 개혁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애초에는 김대중 대통령은 '독일식'이라고 했는데, 지금 확인되는 것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변형된 '일본식'을 기본으로 독일의 내용을 흡수하여 돌연변이(突然變異)의 '한국식(韓國式)'을 생각하고 있다.
우려되는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국회의원 선출 대상으로 총원을 250명으로 줄이고, 지역구와 정당명부를 1 : 1 비율(125 : 125)로 나누어 그 중에서 125명을 정당명부 비례대표로 6개 권역별로 선출하는 것이다. 지역당이라는 태생적(胎生的) 한계 때문에 비례대표제의 기본 정신을 어기면서 '특정정당이 1개 권역에서 2/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했고 봉쇄(封鎖)조항으로 '지역구 3석 또는 지지율 5%이하 '까지 추가했다. 따라서 일본 선거제도를 핵심 골자로 독소조항을 끼어 넣은 누더기 선거제도에 불과하다. 혹자는 이제는 1인 2표를 통해서 정당명부식으로 배분하게 된 것이 진일보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7%이상의 비례대표 지지율을 획득해야 겨우 1석이 보장되는 것으로 개선 효과는 거의 없는 허울뿐인 제도이다.
한국의 정치사회상황을 볼 때, 엄연히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진보세력이 15대 대선에 후보를 출마시켜고, IMF 상태에서 첨예한 노-사간의 사회적 갈등관계가 표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급의 욕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좋은 예로 독일의 총선을 통해 소수당이 자민당, 녹색당, 민사당이 5~6%의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지지도 만큼의 의석을 보장받는 '독일식' 선거제도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국민회의가 추진하는 정치개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현재 영남권 야당 국회의원을 영입하여 '여당 몸집 불리기'의 무기로만 활용하고 있다.
둘째, 정치권의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왜곡하여 '안정적 다수(多數)여당 확보'에 손쉬운 선거제도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셋째, 국회의원 수(數) 줄이기, 지구당 존폐(存廢) 등 정치개혁의 부차적 문제를 확대하고 '인적(人的) 청산(淸算)'을 위한 제도적 접근을 회피하고 있다.
넷째, 정치개혁을 전(全)국민적인 시민, 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기구에서 추진하는 여론 수렴장치가 없다.
다섯째, 국민회의가 주장하고 있는 전국정당으로 변화 발전이 정치개혁의 내용이라고 백보 양보하여 이해하더라도 영남권 1~2석을 추가하는 것을 전국적 정당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국민회의가 제시하는 "변형된 일본식 정당명부제" 선거제도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가지고 지난 15대 총선과 15대 대선 결과를 국회의원 선거로 대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총원 250 명으로 가정하고, 일본식은 2/3제한 조항을 적용)
【1】독일식 - 15대 대통령선거(97. 12. 18)
【2】독일식 - 15대 국회의원 총선거(95. 5. 11)
【3】일본식 - 15대 대통령선거(97. 12. 18)
※ 비례대표에서 2/3금지 조항에 따라 ( )로 표기한 수
【4】 일본식 - 15대 국회의원 총선거(95. 5. 11)
3. 민주노동당의 대안
민주노동당은 '대선거구(大選擧區)를 선거구로 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실시를 제안한다.
한국의 실정에 비추어 네덜란드나 이스라엘처럼 선거구 단위를 전국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 시·도 단위로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아 선거구 단위를 광역 시·도로 하고, 유권자는 각 정당이 제출한 후보자 명부를 보고 기표는 정당만을 선택하도록 하는 선거제도이다. 후보자 명부 작성은 각 당이 대의기관(代議機關)의 직접, 비밀, 보통, 평등 선거의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당원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당선인(當選人) 결정 방법은 각 정 당의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이 안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15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후, 98년 2월에 선거법 개정안으로 국회에 제출하였다. 또한 이 안은 민주노동당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동일한 안이다. 선관위 공식 명칭으로는 '구속식(拘束式)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구속식'이라는 것은 명부 작성이 정당이 주체가 되어 하고 유권자에게는 개인 선택권이 없는 고정된 정당 명부만 보고 투표하는 '폐쇄명부(閉鎖名簿, closed list)'를 말한다.
1)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장점
① 평상시 지구당 운영, 지역구 관리에 필요한 지출발생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여 정치자금(政治資金)의 수요가 대폭 억제(抑制)된다.
② 개인연설회, 개인홍보물, 선전벽보, 현수막 등의 개인별 선거운동 방법이 불필요하게 되며 선거사무소의 축소 및 이에 따른 선거 사무원의 감소로 대인접촉방식의 선거운동이 효과를 거둘 수 없게 되어 선거비용(選擧費用)이 대폭 감소(減少)하게 된다.
③ 정책 위주의 중앙당(中央黨) 중심 선거운동이 이루어지므로 인물 위주의 지구당(地區黨) 조직이 불필요(不必要)하게 된다.
④ 당선(當選)에만 사활을 거는 선거운동방식이 지양되어 매표, 매수, 흑색 선전 등 고질적인 과열(過熱), 혼탁(混濁)선거를 방지할 수 있다.
⑤ 득표율과 의석 비율의 비례성을 높일 수 있어 지역 편중(偏重)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⑥ 당선기수(當選基數)를 초과하는 표를 사장시키지 아니하고 이양(移讓)시켜 소선거구제의 단점인 사표(死票)를 방지하며, 군소정당(群小政黨)에게도 그 득표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할 수 있다.
⑦ 정당 중심 선거운동, TV토론회 등 대중매체에 의한 선거운동이 활성화되어 선거공영(選擧公營)제의 실시가 용이한 최선의 안 등이다.
2)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단점
① 한국 유권자의 의식 중에서 국회의원은 지역대표자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직접(直接) 선택권 배제가 문제다.
② 후보자간의 대결이 없어지므로 투표율이 하락(下落)할 가능성이 있다. 즉 선거에 대한 무관심(無關心)이 나타난다.
③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정당의 성립으로 절대 다수의석의 정당이 불가능하여 대부분 연정(聯政)을 실시해야 하는데 협력과 타협의 정치문화가 거의 없는 한국의 실정에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
④ 비례대표제는 선거 절차가 복잡(複雜)하여 득표 계산과 의석 배분 등 새로운 선거절차에 적응해야 한다.
III. 결론 - 정치개혁의 길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다음을 지적한다.
첫째, 우리 정치는 극심한 지역주의(地域主義)를 조장하며, 실질적인 지역분할(地域分割)을 통해 통치행위를 하고 있다.
둘째, 천문학적인 정치비용(政治費用)과 정경유착(政經癒着)이다.
셋째, 선거에서 정책대결(政策對決)이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권을 바꾸고 싶어도 '선거'라는 평화적 방법으로는 바꿀 방법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제도(選擧制度)의 개혁(改革)이다. 민주노동당은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우리의 정치를 선진화하고 정치를 정책과 이념의 대결장으로 만드는 것이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기성 정치인의 의식을 각성시켜서 정치개혁을 달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기성 정치인들은 이미 현재의 정치제도 속에서 엄청난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을 배출하는 통로인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선거제도의 개혁에는 모든 시대, 모든 나라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범답안은 없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정치현실을 개혁하기 위한 해법은 너무도 자명하다. 비례대표제의 전면적 도입만이 낙후된 한국 정치를 현대화시킬 수 있다. 최근 공정한 선거관리자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고질적인 한국의 정치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선거구조의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하고 '전면적인 정당명부제' 도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선관위의 충정 어린 제안을 몇 달째 국회에서 잠재우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방향으로 담합하면서 정치관계법을 뜯어고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가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가 정부의 실정, 재벌과 금융권의 방만한 경영 때문에 찾아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고통은 일반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은 현 시국이 요구하는 고통분담과는 무관한 태평천국으로 보이고 있다. 노사의 고통분담과 함께 정치권의 고통분담이 수반되지 않을 때, 정치권에 대한 전면적 불신과 함께 저항이 일어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진보세력을 비롯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형성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며, 동시에 망국적인 지역주의(地域主義)와 정당의 부재(不在)라는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代案)이다. 이러한 선거제도로 개혁하는 것이 정치개혁을 이루는 출발점(出發點)이다.
[부록 ]
민주노동당 선거제도 개혁 시안(試案) 해설
□ 선거제도
○ 표의 등가성을 높이고, 사표를 방지, 이념과 정책 계층정당의 등장이 가능하여 정당정치가 가능하게 하는 '완전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전면적 실시가 필요하다.
○ 한국적 정서를 고려한다면 최소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까지는 수용할 수 있다.
□ 의석배분방식
○ 비례대표성이 정확한 독일식 헤어-니마이어식(Hare/Niemeyer)
□ 진입장벽, 봉쇄조항(封鎖條項, threshold)
○ 15대 총선 기준 5%득표 미만 정당의 득표율의 합이 0.9%, 15대 대선 기준 5%미만 획득한 4인 후보의 득표율 합이 2.1%임을 고려하여 진입장벽은 유효득표 2% 혹은 의석 1석이 바람직하다.
□ 선거구 획정
○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민간 전문가와 통계청장으로 구성하는 대신 조정안에 대해 국회의 승인권을 부여한다. 철저히 인구비례로 획정한다.
○ 법정 선거구 인구편차 최대 1 : 2로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