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논평]
인천시 광역버스의 준공영제 시행은 사업주만 배를 불린다.
특정 이해당사자와 협의한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정녕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운수업체에 시민 혈세를 무한정 지원하여 일명 ‘준사영제’로 칭하는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내년이면 시행 20년째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교통네트워크는 노동조합과 더불어 투명하지 못하고, 민간 사업주들의 횡포를 더욱 부추기는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했고 감사원 역시 감사 결과를 통하여 지자체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는데 그 중 ‘한 명의 사업주가 법인명이 다르다는 이유로 재정지원금을 이중으로 수령’하는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지적했다. 이처럼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시행 취지에서 어긋난 지 오래되어 버스 체계의 공공성을 심하게 훼손하고 있다.
무엇보다 6개 특, 광역시 중 2009년에 마지막으로 시행한 인천광역시는 시행부터 투명하지 못했는데, 찬성과 반대 업체로 갈라진 상황에서 찬성 업체 수를 늘리고자 기존에 보유한 노선에 계열사를 추가 후 분리하는 꼼수를 사용하여 인위적으로 찬성 수를 늘렸다. 여기에 서울과 달리 전체 노선을 포함하는 방식이 아니라, 준공영제를 찬성한 업체들만 해당하였고 똑같은 등급임에도 민영제 노선이 존재함과 동시에 광역버스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 최근에는 사모펀드 ‘차파트너스’가 인천시 준공영제 업체 34개사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곳을 인수하는 등 논란이 여전하다.
이런 영향으로 인천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노사 갈등이 업체마다 보이지 않게 존재하기에 근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로 운행하는 광역버스들은 준공영제에 해당하지 않았기에 대당 하루 전체 운행을 운전기사 한 명이 격일제로 근무했고 휴식 시간도 부족하여 늘 안전사고에 노출되었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이용 승객이 급감하고, 기사 인력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대수를 절반 넘게 감차하는 등 시민들을 대상으로 삼은 광역버스 업계의 횡포는 극에 달했다. 결국 신도시 지역을 제외한 일부 시민은 광역버스 이용을 외면한 채 다른 교통수단 혹은 지하철을 이용하여 장거리를 통학하기에 이르렀다.
즉, 지하철이 없는 지역이 아닌 이상 다수의 노선이 없어지고 시민들이 돌아선 상황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2024년 07월에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전격 선언했다. 이를 위해 내년 예산 중 준공영제로 2,000억에 816억을 포함하여 2,816억 원을 책정했으며, 안정적인 준공영제 시행을 위해 표준운송원가 산정 연구용역비 1억 5,000만 원에 유류비 등 75억 원도 함께 지원하겠다 발표했다. 문제는 이미 외면한 시민들이 광역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한다고 하여 다시 돌아올 것인가와 문제 해결이 오로지 준공영제만이 해답인가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더불어 이번 광역버스 준공영제 결정은 특정 운수업체 및 이해당사자와 협의한 것도 크기에 정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선조정이다.
먼저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보다도 가장 급한 사안이 존재하는데, 바로 노선조정이다. 만약 노선조정이 생략된다면 사업주 배만 불린다는 오명에 사로잡힐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교통 관련 시민단체로서 시내버스의 노선조정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데, 조정으로 노선이 없어지게 되면 그 불편은 곧바로 해당 지역에서 이용하는 시민들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시 광역버스는 성격이 다른 시내버스와 매우 다르다. 그 이유는 일부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이 시외버스로 시작하여서다.
현재 인천시 광역버스 운수업체는 8개로 그 중 신강교통, 마니교통, 더월드교통, 인강여객, 선진여객, 신동아교통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노선들이 기존엔 시외직행 등급으로 구간별 요금을 차등 징수했다. 그러다가 2003년 하반기에 인천시는 서울방향 교통 대책 수립을 위해 시내버스로 유형을 변경하였으며, 오늘날의 광역버스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이어졌다. 그 중 신강교통, 마니교통, 더월드교통, 신동아교통 노선은 본래 삼화고속이 담당하였으며, 열악한 근무환경 및 임금 체납이 이어지자 2011년 노동조합의 대규모 파업을 계기로 광역버스 운행을 순차적으로 철수했으며 2017년에 1500번(계산동~서울역) 매각을 끝으로 광역버스 사업에서 전면 철수했다. 이후 세 업체가 삼화고속 노선들을 순차적으로 인수했는데, 이미 코로나 전부터 운행 대수 감차는 지속되어 온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의 영향으로 배차간격이 보통 30~40분, 많게는 1시간에서 2시간까지 벌어질 정도였기에 인천시 광역버스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의 범위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다. 아니 버스 앱을 참고하지 않는 이상 서울에서 인천을 왕복하려면 무조건 지하철 말곤 답이 없었다. 더불어 배차시간도 배차시간이지만 경유하는 지역이 많아 서울과 인천까지 편도로 기본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하는데, 광역버스 노선임에도 불구하고 수요 유지를 위해 부천시를 경유하기 때문이다.
부천시 경유 노선은 신강교통 1601번, 더월드교통 1300~1302번, 선진여객 9300번이 존재한다. 모두 부천시를 지나가지만, 인천~서울 승객보다 부천~서울 구간 승객이 많은 특징이 있는데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정녕 인천시 광역버스라면 인천시민의 빠른 이동을 추구해야 함에도 오로지 이익 확보를 위해, 혹은 인천~부천 시내버스 역할을 3,000원짜리 광역버스가 거리비례를 적용하면서까지 노선을 유지하려는 업체의 목적이 너무도 선명하다. 비록 시외직행 노선부터 유지된 구간이라 조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원칙적으로 부천~서울 광역이동은 경기도와 부천시가 전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노선조정 없이 그대로 넘어가는 광역버스 준공영제의 시행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이미 외면한 시민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 낭비 비판을 들을 것이 뻔하다. 비슷한 사례로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교통 분야 공약 중 노선입찰형 준공영제인 공공버스 역시 민영제 노선의 조정 없이 그대로 기존 업체가 담당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인천시는 노선조정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정 이해관계자와 협의한 준공영제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광역버스 감축 운행에 따른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유정복 시장은 일부 노선에 출, 퇴근 전용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대책을 마련했는데, 시민을 먼저 생각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전세버스 투입에 앞서 잘못된 순서는 분명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는데, 먼저 투입부터가 잘못되었다. 본래 전세버스 투입은 광역버스가 인가에 정해진 대수를 모두 투입하였음에도 승객들을 다 수송하지 못하는 부분을 예방하고자 부분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미 감축이 상당수 이어진 노선들에 혈세로 전세버스 예산을 지원했다.
문제는 이미 배차간격이 길어질 대로 길어진 상태에 전세버스를 투입한다고 하여 불편이 해소될 것인가를 살펴야 하는데, 전세버스 특성상 오전 및 오후 각 1회에 한정되어있다. 어떤 노선은 출근 시간에만 투입하는 대신 퇴근 시간에는 투입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짧아봤자 20분 이상 넘어가는 배차간격에 감당할 수 있냐는 뜻이다. 결국 전세버스 예산을 지원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할 순서는 인천시가 광역버스 운수업체에 대해 “차량 대수를 부분적으로 증차 및 회복시켜야 전세버스 예산을 지원하겠다.”라는 전제 조건을 부여하고, 만약 준수하지 않을 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게 가는 것이 광역버스 문제를 합리적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후 사정 고려 없이 무조건 전세버스를 투입했는데, 당장 시민이 먼저라는 생각에는 이해할 수 있겠으나 준공영제 시행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민영제 업체라 행정적인 조치를 할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업체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천시가 사업주의 기득권을 더욱 부추기는 것을 자명한 것이다. 참고로 이번 광역버스 준공영제 협의에 참여한 관계자 중 신재호 인천시 버스운송사업조합장은 경인권 운수업체 계열사를 보유한 선진네트웍스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인천시 사모펀드 업체 중 선진네트웍스 법인에서 분리된 업체가 5곳에 달한다.)
이미 경기도는 물론 인천시 버스 행정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인물인 만큼 겉으론 시민과 종사자를 위한다지만, 그 안에는 특정 이해관계자와 협의하여 준공영제의 고질적인 병폐 개선과 문제 해결이 아닌 민간 업체의 기득권을 더욱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더군다나 적자를 이유로 작년 10월경에 2,650원에서 3,000원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한 것도 모자라 초승 거리비례까지 도입한 현시점에서 인천시의 광역버스 준공영제 올해 7월 시행은 매우 성급하다.
아울러, 최근에는 인천시 관내 수소충전소 도입으로 일부 광역버스들이 노후 차량을 수소 전기버스로 대차하여 운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소 연료의 공급 차질과 충전 시간 지연이 겹쳐지면서 날마다 운행이 불규칙한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연료 부족으로 충전을 못 했다는 사유로 한 노선이 하루 전체 운행을 불법적으로 중단한 사례도 최근에 발생한 만큼 떠나간 시민들. 광역버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 이상 준공영제를 하더라도 성공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광역버스 문제 해결의 유일한 답은 공영제뿐이다.
준공영제의 고질적 문제점 중 앞서 재정지원금 중복수령과 더불어 다음으로 언급되는 것이 ‘지자체가 요청하지 않는 이상 공개되지 않는 준공영제 회계자료’이다. 민간 업체의 기득권을 이어주는 것은 결국 정책을 주도한 시청이 사업주들에게 정책적인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며, 그저 요구한 대로 다 받아주는 행태들이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에 머무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불어 감사원에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이해당사자들을 준공영제를 광역버스로 확대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인천시에 준공영제가 시행된 14년 동안 광역버스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나머지 외면을 받아왔으며, 종사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거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에도 반대만 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자치구 중 남동구, 서구, 연수구에선 광역버스 운행중단을 정책적으로 막아보기 위해 운행손실분 중 50%를 자치구 예산으로 지원하는 조례까지 설치했다. 하지만 광역버스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뿐더러, 운수업체 역시 부분적인 지원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에 2024년 광역버스 준공영제 결정이라는 결과가 다르게 보면 당연한 절차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민간 사업주의 기득권을 더욱 내세우는 준공영제의 확대는 분명 지양해야 하며, 인천시 광역버스 중 국토교통부 광역급행 M-BUS 노선은 추후 대광위 산하로 편입될 여지가 있으므로 준공영제를 도입한다면 차라리 노선조정의 권한을 민간이 아닌 공공이 소유하는 경기도 방식의 ‘노선입찰형 준공영제’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 전에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영제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 이미 ‘인천교통공사’라는 공기업의 존재다. 인천교통공사는 기타 교통공사 중에서도 버스, 지하철을 포함한 전반을 담당함과 동시에 청라국제도시 7700번 BRT 광역버스를 포함한 직영 시내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확보한 지 오래되었다.
하여 이미 인천시 광역버스는 준공영제가 아닌 공영제로 전환할 여건이 충분히 갖춰져 있음에도 준공영제를 고수하는 것은 다시 검토해야 하며, 이번 말고도 민선 7기 박남춘 시장 시절에는 시민에게 필요한 민영제 노선을 없애는 대신 준공영제로 편입시킨 뒤 순환버스를 개통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장면도 연출했던 적이 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라도 인천시는 과거부터 이어진 잘못된 정책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공교통네트워크는 인천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대비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적 비판을 이어나갈 것이다. 동시에 종사자와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버스 정책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졸속으로 추진한 광역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반대한다. (끝)
[참고자료] 인천시 광역버스 운행현황 / 노선별 운행대수 변동자료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