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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뜻밖이었다. 경기도의 오지 345번 지방도를 따라 소리산으로 가던 길, 목을 축이고자 석간수약수터에서 차를 멈추었다. 석간수 옆에서는 우리 일행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시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낯이 익거나 설거나 / 소리산 석간수 따라 온 / 길손이기에, 길손이기에 // 설렁설렁 밤새워 치댄 / 고로쇠 자작나무 뿌리는 / 급기야 깊은 석간 맥이어서 / 하이얀 생명 줄기 되었네 // 골마다 돌 줄기 / 돌돌돌 석간수 소리 / 돌 뚫고 나와 // 기다리다 지친 / 길손의 손끝에 울컥울컥 / 물 트림을 자꾸 하네 //
시인은 한국문단에 시인으로 등단한 이 동네 이장이라고 적혀 있다. 송산(松山) 박부환. 우리 일행 모두는 말을 맞추기나 한 듯 “온 김에 시인을 만나고 가자”고 합창을 했다.
소리산(479m)은 양평군 단월면의 가장 북쪽, 강원도 홍천군 서면과 접경을 이루는 곳에 솟아 있다. 주변의 산에 비해 큰 산은 아니지만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기암괴석, 맑은 계곡이 어우러져 예로부터 ‘석산리 소금강’이라 일컬어질 만큼 빼어난 경관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용소계곡은 기암절벽, 풍부하고 맑은 물과 함께 곳곳에 조약돌이 깔려 있어 휴식공간으로 대단한 인기다.
아내의 추억 새로 떠오르는 용문의 명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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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목소리는 맑고 젊게 들렸다. “오늘은, 아내를 위해 아내의 일터인 ‘아내의 추억’에서 아내를 돕고 있다”고 했다. 시인은 만천하 남성들에게 외치고 싶다는 말씀을 시어(詩語)처럼 토해내었다. ‘아내의 추억’이라? 어디에 있는 무엇을 하는 곳이냐고 물었더니 “발품을 조금만 파시면 닿을 수 있습니다. 오시면 아내가 한 상(床) 잘 차려 올릴 것입니다”라고 한다.
‘아내의 추억’은 양평군 용문면 중앙선 철길, 용문역에서 멀지 않은 곳 용문그린아파트 앞쪽에 위치한 자그마한 식당이었다. 옥호가 말해 주듯 아주 여성적인 섬세함과 아담한 분위기가 돋보이는 집이다.
시인은 아내를 위해 ‘아내의 추억’이라는 시를 지어 아내에게 바치고 직접 집을 지어 시 제목과 같은 옥호의 식당을 열어 주었다는 것이다. 아내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또 두 사람 사이에는 애틋하고 소중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이 간직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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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두 사람만의 애잔한 추억들을 담아 시(詩)로 읊을 수 있는 시인의 그 심성은 또 얼마나 고울까. ‘애처가의 표본’이 바로 이런 분이겠다. 시인이 직접 설계해서 부부가 함께 지었다는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한 두부요리전문점 ‘아내의 추억(대표 오정숙· 031-771-9738)’은 모든 음식이 토속적이다.
이 집을 잘 알고 있는 현지의 산꾼들은 용문산과 중원산을 위시해 봉미산·소리산·갈기산 등 양평의 동북부권 산들을 오르고 하산하는 길에는 이 집을 단합대회 장소로 정해 둔다고 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산꾼의 비율이 높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남성 산꾼들은 ‘아내의 추억’이라는 옥호의 매력에 끌린 부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부부동반으로 이 집을 즐겨 찾게 된다고 한다. 부부동반의 경우에는 남편 쪽에서 부인에게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짓기도 한다니, 식당 측에서는 참으로 즐거운 일이겠다.
순두부백반·보리밥 각 6,000원. 모듬두부·파전 각 1만 원. 두부전골 1만6,000~3만 원. 특선아내의 두부전골 3만5,000원.
참숯굽는 마을 소리산 표고버섯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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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향기와 맛 그리고 영양가 높은 버섯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식품이다. 우리나라 산야에 널려 있는 이 버섯은 신라 성덕왕 때 이미 식용되었다는 사실이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내려오고 조선조 세종실록에는 송이·표고·진이 등 널리 식용된 버섯들의 주산지까지 기록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이 버섯의 맛을 즐겨 ‘신(神)의 식품(The food of the gods)’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버섯을 불로장수의 영약(靈藥)으로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
지금은 버섯의 순수배양종균 생산을 계기로 양송이·표고·느타리·목이·풀버섯 등 식용버섯의 인공재배가 크게 발달했다. 특히 표고버섯에는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 축적을 억제하는 특수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고혈압 예방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섭취한다. 이렇듯 버섯의 영양가와 약용가치가 점차 밝혀짐에 따라 그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편에서는 여러 종류의 버섯에서 항암물질을 찾아내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어 버섯은 식용의 가치뿐만이 아니라 약용가치로도 유별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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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산을 제대로 아는 산악회에서는 소리산 산행에서는 양평~홍천을 잇는 494번 지방도로 쪽 석산리를 하산코스로 잡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곳에 있는 ‘참숯굽는 마을(대표 송숙희·031-774-4726)’로 내려와서 찜질로 산행의 피로를 풀 수 있고 ‘표고버섯의 천국’이라는 이 집에서 표고버섯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라고 한다. ‘참숯굽는 마을’은 우리나라 정통 황토 참숯가마 찜질방의 원조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바깥주인 권도규(54)씨는 넓디넓은 자신의 표고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을 시장에다 출하하지 않고 찜질방에 달린 식당에서 소모하고 식당 손님들에게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하고 있다. 재배농장에서 따 온 버섯이 유통과정을 완벽하게 배제하고 식탁으로 올라오니 그 값은 ‘파격’을 뛰어넘어 고객들을 놀라게 한다는 것이다. ‘표고버섯의 천국’이라는 표현은 전혀 과장이 없는 표현이겠다.
된장찌개·미역국 각 5,000원. 간고등어 7,000원. 감자전·도토리묵 각 8,000원. 돼지목살(200g) 8,000원. 양념갈비(300g) 1만 원. 표고버섯 한 쟁반 3,000원. 표고버섯(포장) 1kg 1만~1만2,000원. 연중무휴. 영업시간 아침 9시30분~저녁 9시30분. 참숯가마 이용료 5,000원(옷 대여 1,000원 별도). 추석에는 송편을 빚어 대접한다.
용수가든 소리산 터줏대감 자임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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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산 동북자락에는 명성천이 흐르고 이 물줄기를 따라 494번 지방도로가 열려 있다. 이 물줄기 명성천이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과 강원도 홍천군 서면의 경계다.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경기도와 강원도로 갈리는데 경기도 지점 단월면 석산1리 물가 다리 옆에 잠자리를 제공하고 먹거리를 차려 내는 ‘용수가든(031-773-0668)’이 있다.
이 집주인은 이 지역의 터줏대감을 자임하면서 대단한 긍지로 손님들을 맞고 있다.3층 건물 아래층이 식당이고 2~3층은 손님들이 머물 수 있는 방들로 꾸며져 있고 일용품을 판매하는 매점도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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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는 방갈로 20동을 배치했고 손님들이 즐길 수 있는 노래방 기기도 갖추어져 있다. 단체손님을 위해 족구장까지 만들어 두었는데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하는 소월의 시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서 여름에만 손님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안주인 고재순씨는 “봄·여름·가을에는 손님이 당연히 많지만 겨울 손님도 만만찮게 많다”고 했다. 얼어붙은 명성천에 하얀 눈이 쌓이고 그 위로 달빛이 내려앉는 그림을 한번 상상해 보라고 자랑을 한다. 닭백숙, 민물매운탕, 돼지바비큐 등을 차려낸다. 주말이면 취사를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방 5칸이 비는 경우가 거의 없어 예약을 해주면 고맙겠다고 한다.
황해식당 용문산 나들목 하산주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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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산은 양평의 주산 용문산에서 한 시 방향 북쪽으로 8.5k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일반적으로 외지 사람들은 용문산과 봉미산을 별개의 산으로 간주하고 산행을 한다.
하지만 양평에서 만난 몇몇 양평의 골수 산꾼들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두 산을 하나로 묶어서 종주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봉미산은 경기도에 있는 오지로 양평군의 북쪽 외각을 둘러싸고 가평군 설악면과 경계를 이룬다. 봉미산 산행의 주된 들머리는 동쪽인 산음리인데 지금은 이곳에 이르는 328번 지방도가 말끔히 포장되었다.
서울에서도 당일치기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코스가 된 것이다. 더욱이 정상까지는 두 시간 정도면 오를 수 있기에 양평의 ‘프로’들은 주능선을 타고 용문산까지 “Go” 하겠다는 시도라고 했다. 주말 하루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캠핑했다면 당연히 용문산까지 종주하고 용문사를 거쳐 하산하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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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사의 수령 1100년 은행나무가 노오란 잎새들로 황홀경을 이루는 계절이 되면 용문산 자락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오는 관광 인파로 인산인해가 된다. 철 만난 산자락 신점리 일대의 이름 높은 수많은 음식점도 바빠진다. 이들 음식점 중에서 ‘황해식당(대표 김화자·031-773-3775)’은 가장 늦은 시간까지 문이 열려 있다.
용문, 양평, 서울로 가는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업소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다. 관광버스들이 모두 돌아간 뒤 식당가가 온통 적막에 쌓일 무렵에도 유독 ‘황해식당’만은 산행에 지친 산꾼들이 더덕구이 안주에 동동주로 피로를 풀고 있다. 이들은 식당 바로 앞에서 귀환길 버스를 탈 수 있기에 하산주 한잔 걸치는 자리가 마냥 편하고 즐겁기만 하다고 했다.
산채비빔밥 6,000원. 더덕산채정식 1만 원. 동동주 5,000원. 300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규모. 손님 접대에 정성을 다하고 있는 미모의 주인 모습이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