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는 대체 어떤 자태를 하고 있는 절일까?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사무치는 마음으로 가고 또 가고'라는
제목 밑에 부석사를 소개했던 유홍준 교수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서 서서>라는 책을 통해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단아하게 풀어낸 최순우 선생이
"나는 배흘림기둥 무량수전에 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음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까지 극찬한 부석사, 그 곳의 매력이
궁금했던 날, 영주행 고속버스를 탔다.
우리 시대의 뛰어난 두 사람의 미술사가로부터 '사무치는(속 깊이 또는 끝까지
미치어 통하다 - 민중사전 1989년판)이란 심상치않은 단어를 헌정받은
부석사는 1천3백년전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이다.
소백산 기슭에 자리를 잡고 있는 부석사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제일 먼저 신호하는 것은 가을이면 빨간 바다로 장관을 이룰
사과나무들이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사과나무 천지이다.
이 숲을 지나 부석사에 다다르면, 절까지 오르는 입구에
놓인 둥글둥글하지만 힘이 담긴 커다란 돌들이 도심의 네모반듯한 규격화된
보도블럭을 대신해 사람들을 맞아준다. 이 둥글둥글한
바위(?)들을 밟고 오르다 보면 쌍으로 서 있는 당간지주가 보인다.
보물이라고 적혀 있다. 그 다음으로 맞아줄 채비를 차리고 있는
곳은 사천왕들이 살고 있는 천왕문, 지나면 안양루, 무량수전이다.
안양루와 그 밑의 정자에 한참 눈을 팔다가 돌아보면 부석사의 백미라는
무량수전이 눈에 들어온다. 배흘림기둥을 하고 서 있는 그 단아하고 얌전한
모습이 1천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속에 담긴 세월을 읽게 해 준다.
누각 바로 옆에 서서 내려다보는 소백산 절경도 운치있고, 뜰에 놓인
탑들도 편안해 안락함을 준다. 선묘낭자와 인연이 있고 절 이름을 짓는 단서가
되었다는 뜬 돌, '부석'도 부석사 행을 즐겁게 하는데 한몫 단단히 했다.
실을 집어넣으면 걸리는 부분이 없이 그대로 나와서 육안으로는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돌이 공중에 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고 했던 그 돌이다.
졸며 깨며 돌아오는 차속에서 수천년을 지탱해온 그 절의 생명력은
어디에 있는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작정했다. "외부 상황이나 다른 사람에 얽매여
스스로를 자꾸 옹송그리게 하지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과 살고 싶은 모습대로,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 보자고".
사과알이 탐스런 빨간색을 띨 무렵이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부석사를 새겨두고고자 한다. 흙과 돌로 지어진 무생명체의 건물이 살아숨쉬는
인간에게 그렇게 한없는 위안과 편안함을 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사무치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문외한인 내게도 부석사는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길 떠나기 전에 한 번쯤 읽어보고 떠나면 좋은 부석사 소개글이 담긴 책을 소개하면,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서서>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외에
우리 나라 절들을 학술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놓은 최완수 관장의 <명찰순례 1>이 있다.
부석사 요약정보
위치 :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문화재 : 신라고찰로 소백산 국립공원내 위치, 무량수전 등 국보 5점, 보물 3점, 지방문화재 2점, 대석단, 석등, 조사단, 선비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