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도량 주위에 새록 새록 올라오던 것이
신기하여 물어보았더니
꼭두서니라고 하여 그 이름만을 새기고 있었다가
그 작은 것이
한 달 두 달 점차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급기야는 오늘 꽃을 피우는 모습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꼭두서니도 꽃을 피우는구나.
아. 그러나 누가 이것을 꽃이라고 돌봐 주겠는가.
어느 누가 꼭두서니가 꽃을 피웠다고
달려와 신기한 듯 말해 주겠는가 말이다.
길쭉길쭉한 줄기에 긴 달걀형으로 4장씩 잎이 돌려나고
잎 겨드랑이나 줄기 끝에
보일락 말락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자세히 뜯어보는 관찰자만이 바라볼 수 있는
꼭두서니 꽃.
꽃이라고 해 봐야
그 잎에 비해 워낙이나 작고 볼 품 없어서
누가 보면 비웃을 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꽃은 꽃 아닌가.
남들의 말이야 어쨌든
꼭두서니는 자신의 모습대로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신의 꽃을 피워 낸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가 아닌가.
화려하고 눈길을 팍 잡아끄는
그런 꽃만이 꽃이 아니다.
그런 것들만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이런 이름모를 들풀들,
이런 보일까 말까 한,
잎에 파뭍혀 꽃이 피었는지도 모를 법한
그런 꽃도 충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한참을
꽃을 바라보고 있다.
글 : 법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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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관찰 감성일기
꼭두서니꽃
송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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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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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들풀들,
이런 보일까 말까 한,
잎에 파뭍혀 꽃이 피었는지도 모를 법한
그런 꽃도 충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다.
한참을
꽃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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