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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암벽등반전문 /울산클라이머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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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스 서재 스크랩 [전국 암릉 순례] 속리산 산수유리지
rohavlee 추천 0 조회 43 10.07.05 14: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전국 암릉 순례] 속리산 산수유리지
 
‘선주의 등반열정’ 흐르는 열두 마디 하늘길
청심산악회 개척…충북 산악인들 갈증 풀어준 암릉길
 

 

▲ 암릉등반의 즐거움은 자유다. 하늘을 뚫고 치솟는 듯한 암릉에서 클라이머들이 가을을 맞고 있다. 제8피치 곰보바위.

국립공원 속리산은 거대한 바위산이다. 천황봉에서 문장대에 이르기까지 백두대간의 중추를 이루는 산줄기를 비롯해 능선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우거진 숲속에도 기암들이 수없이 많이 있다. 그런 산세를 지닌 속리산에서 찾아낸 암릉길이 ‘산수유리지’와 ‘우연의 일치’다.


두 암릉길은 주능선 상의 청법대에서 북동으로 뻗어나간 능선 상에 형성돼 있다. 일명 곰보바위에서 암릉이 갈라져 왼쪽(북쪽) 암릉을 우연의 일치, 오른쪽 암릉을 산수유리지라 부른다.



5년 걸려 개척…여성회원 추락사고도 겪어


▲ 산수유리지 제1피치. 암릉등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속리산 최초의 암릉인 산수유 리지는 청주 청심산악회 회원들에 의해 개척됐다. 80년대 말까지 충북 클라이머들은 암릉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암릉산행 한 번 하려면 멀리 설악산까지, 그것도 거의 원정 수준의 채비를 차리고 나서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90 충북연맹 캉첸중가 원정을 대비해 훈련 중이던 김성기씨는 속리산 훈련등반 중 가능성 높은 암릉을 찾아냈다. 그러나 당시 훈련대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원정을 마치고 김씨가 속해 있는 청심산악회가 주최가 되어 개척등반에 나선 것이다.


93년부터 시도한 개척등반에서 여성회원이 추락사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남자 회원보다도 더욱 열심히 등반활동을 펼치던 김선주씨가 10피치 볼트작업 중 추락사하고 말았다. 회의 활성화를 위해 시도한 개척등반이 오히려 침체시키는 영향을 미쳤지만, 회원들은 사고 직후 제12피치까지 마무리 짓고, 이후 97년까지 주능선의 청법대까지 길을 연장하는가 하면 더욱 많은 클라이머들이 원활하게 등반할 수 있도록 몇몇 바위는 루트를 두 개 이상 내기도 했다.


▲ 제4피치. 침니와 페이스로 이어진다. 막판에 조망이 좋은 구간이다.
충북 금왕 일출산악회 회원들과 산수유리지를 찾아나선 날은 가을장마가 끝난 직후였다. 아침 무렵에는 비가 뿌릴 것처럼 잔뜩 찌푸렸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파란하늘이 터지고, 높이를 올릴수록 점점 시야가 넓어져 즐거움을 주었다.

“초반부는 재미가 없어 대개 추모동판이 박혀 있는 제6피치 벽부터 등반해요.”


이병용씨(42)의 설명을 들으며 성불사 바위샘에서 맞은편 개울을 건너선 다음 능선을 따라 10여 분 오르자 널찍한 공터와 볼트가 박힌 첫 피치 암벽에 닿는다. 날씨 상황을 엿보느라 미적대다보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첫 피치 등반에 나선다. 오늘 길잡이는 이병용씨와 홍순학씨(38·문경시청 문화관광과). 홍씨는 일출산악회 회원들과 2003년 천산산맥 칸텡그리 원정을 함께 다녀온 후 자주 어울려 등반하고 있는 문경 산들모임산악회 회원이다. 홍순학씨 외에 심현보(54) 회장을 비롯한 일출산악회 회원들의 배낭은 큼지막하다. 올 가을 아일랜드피크 등반에 대비해 하중훈련 삼아 나선 산행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리드로 페이스 상의 턱과 레이백으로 이어지는 첫 피치에 로프가 설치되자 심 회장과 홍일점인 지정화씨(42)는 등강기를 이용해 오르지만 자세가 영 나오지 않는다.

심 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꽤 나가는 몸에 무거운 배낭까지 얹은 상황이고, 지정화씨는 안전벨트를 찬 게 오늘이 처음이다 보니 자세도 나오지 않고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제1피치를 마치자 산 바깥쪽으로 청화산과 도장산 등 상주의 명산들이 고개를 치켜들고 반겨준다. 구름이 층을 이루고 있기는 해도 그 밑으로 시야가 너무도 좋다.

이치상씨(42)는 “바로 이렇게 멋스런 조망 때문에 암릉을 탄다”며 즐거워한다.

▲ 제6피치 레이백 등반. 좌측에 고 김선주씨의 추모동판이 보인다.

숲길을 따르다 짤막한 암릉을 우회하자 제법 규모 있는 암벽이 솟아 있다. 제2피치다. 제2피치는 두 가닥이다. 왼쪽 크랙 루트는 사선크랙과 언더크랙에 이어 천장 아래 언더크랙으로 이어진다.

등반성이 있지만 며칠째 내리 내린 빗물이 지금도 흘러내려 등반이 곤란한 상태다. 바위면이 바짝 말라 있는 오른쪽 페이스로 올라섰다.

홍순학씨가 왼쪽 크랙 길에 비해 난이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지만 거의 수직벽인지라 고정확보물에 걸린 슬링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 제4피치. 완력과 테크닉을 함께 필요로 하는 수직벽 구간이다.
오른쪽 암릉에 클라이머들이 등반하는 모습이 보인다. 우연의 일치 길이다. 2000년 청주 길동무산악회와 대구클라이밍스쿨 OB들이 5개 암봉을 연결한 이 암릉길은 총 8피치, 최저난도 5.7급, 최고난도 5.11a/b급으로, 중급 이상의 숙련된 클라이머들에게나 가능한 루트다.

▲ 곱보바위 암릉. ‘우연의 일치’길과 만나는 암봉이다.

"오늘 대구 다 갔네요. 다 갔어요."


엊저녁 대구에서 달려온 지정화씨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치상씨가 계속 자세를 바로잡아주는데도 몸이 매달려 있는 등강기를 위로 올리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지씨는 잡목숲을 빠져나간 다음 10여m의 제3피치는 가볍게 넘어서곤 웃음과 여유를 되찾는다. 잡목숲 속에서 빨간 열매가 잔뜩 매달린 나무가 보인다. 마가목이다. 이병용씨는 쌍룡계곡 야영장에서 아침나절 잠깐 새에 다래를 한 코펠 따올 만큼 야전에서 먹을거리를 찾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음에도 여러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 참겠다고 선언한다.


제3피치를 끝내자 멋진 조망이 펼쳐진다. 입석대에서 주능선을 벗어난 동릉은 짙푸른 숲에 보석을 박아놓은 듯 반짝이고, 멀리 제8피치 곰보바위를 오르는 클라이머들은 파란 하늘 아래 날아다니는 벌나비처럼 가볍고 자유스럽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
“원숭이 나무타듯 하면 되요.”


정오를 조금 넘어선 시각에 제4피치 수직 침니가 앞을 가로막는다. 침니 초입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바위틈에 뿌리를 심고 자라고 있다. 홍순학씨는 나무를 잘 이용하면 쉽다고 방법을 알려준다. 나뭇가지에 올라선 다음 첫 번째 볼트에 달린 슬링을 잡아당기면서 바위에 붙은 다음 두 번째 슬링은 발을 끼워넣고 일어서야 세 번째 슬링을 잡기가 수월하다.

고정확보물에 걸린 슬링으로 난이도 떨어져

▲ [좌]제11피치 침니 등반. 침니에 접근하려면 동굴을 빠져나와야 한다. [우]산수유리지를 오르노라면 암릉 어디서건 상주·문경 일원의 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제7피치.
위로 오를수록 조망의 즐거움은 한층 더해진다. 이제 청화산 좌측으로 대야산에서 희양산으로 뻗어나간 대간과 주변 산봉이 가을장마 막바지에 먹장구름을 뚫고 쏟아지는 햇살에 반짝이며 꿈틀거린다.
 
“예전에 슬링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오를 때는 까리하고 정말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러다 어느 날인가 선주벽에 가봤더니 볼트마다 긴 슬링이 걸려 있지 뭐예요. 15개 볼트에 걸린 슬링만 계속 잡아당기면 오를 수 있게 말이에요. 몇 주 뒤 다 거둬 버렸어요.”

▲ “휴~, 살았다.” 곰보바위를 등반하는 김성민씨.

홍순학씨는 제5피에서 10여m 하강하여 제6피치 출발점(비박지)에 닿아 간식을 먹는 사이 산수유리지에 대해 설명해준다. 제6피치 벽에 박힌 추모동판은 95년 봄 개척 당시 추락사한 고 김선주씨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山이 좋아 山에 오르다 이곳에 잠들다. 95 산수유꽃 필 때 청심산악회 일동.’


“사고 2주 전 조령산 신선암에서 함께 등반한 산처녀였어요. 제10피치 선주벽에서 볼트작업을 하다가 추락사했어요.”


추모동판에 적힌 대로 산을 좋아하다 영원히 산에서 살게 되었다 하더라도 20대 초반에 사고를 당했다니 너무 아까운 나이다.


“이제 할 만큼 했으니까, 병용이 형이 앞장서세요.”


간식을 먹고나자 심현보 회장는 고개를 떨구고 있던 지정화씨와 함께 우회로를 따라 제9피치 종료지점에 먼저 가 있겠다 하고, 홍순학씨는 리딩 바통을 이병용씨에게 넘긴다. 제6피치는 그리 어렵지는 않은 구간이지만 레이백 크랙에서 흘러나온 물로 등반로가 젖어 있어 자세를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추락할 수밖에 없다.


▲ 제12피치 등반을 마치고 하강하고 있는 이병용씨. 5cm 길이의 오버행벽 하강이다.

제6피치를 올라서자 선주벽이 정면에 보인다. 제10피치 페이스, 제11피치 침니, 그리고 마지막 제12피치까지 세 피치가 연이어진 암봉이다. 제7피치는 10여m 높이의 페이스. 언뜻 보기에 만만하다 싶었으나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구간이다. 첫 번째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고 좌측 상단의 두 번째 슬링을 잡는 것이 우선 어려웠다. 무게 중심이 오른쪽에 쏠려 있는 상태에서 왼쪽으로 트래버스하면서 슬링을 잡으려는데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두 번째 슬링을 잡으면 이제 다 끝났나 보다 했건만 위쪽의 가로 크랙이 애를 먹인다. 수직벽에서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것도 어려웠고, 팔힘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또다시 수직벽 상의 볼트에 걸린 슬링을 잡아당기며 올라가는 게 쉽지 않다. 2m 높이의 벽을 올라서고 짤막한 암릉을 넘어서자 클라이머들이 등반중인 제8피치 곰보바위와 제10피치 선주벽,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새카맣게 올라서 있는 문장대가 눈에 들어온다.


▲ 산수유리지를 등반한 일축산악회원들과 홍순학씨(오른쪽에서 세번째).

제8피치로 접근하기 위해 10여m 자일하강하고 나자 이치상씨는 후배인 홍순학씨에게 줄을 건너편 소나무에 묶으라 주문한다. 티롤리안 브리지를 할 생각이다.


“나는 여기가 제일 무서버요~.”


곰보바위를 바라보며 홍순학씨가 엄살을 부린다. 손가락이 여유있게 들어갈 만한 구멍이 여기저기 나 있어 괜한 엄살이려니 했는데 위로 오를수록 긴장되었다. 네 번째 볼트로 진입할 때는 각이 세지면서 만만한 홀드가 보이지 않고, 다섯 번째 볼트로 가기 위해서는 짤막하지만 수직 구간을 넘어서야 했다.

▲ 성불사 샘 부근의 들머리.

우연의 일치 길과 만나는 곰보바위 정상에 올라서자 선주벽이 빤히 마주보인다. 1시간 전 선주벽 등반을 마친 클라이머들이 이제야 제11피치를 끝내고 정상 바로 아래 올라서고 있다. 홍순학씨는 침니 접근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진단한다. 바랑이 강하게 불어댄다. 가을 장마통에 하늘에 무겁게 걸린 먹장구름을 날려 보낼 기세다. 그 바람에 우리도 날릴까 불안하다. 그런데도 산봉은 파도치듯 일렁이고, 구름과 산봉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주변의 모든 산봉과 산릉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짤막한 제9피치를 넘어선 다음 2단 하강으로 바위골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10분, 제10피치 선주벽은 일산 클라이머들이 등반하고 있었다. 선등자가 맨 위쪽 턱에서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자 확보를 보던 후배 클라이머가 과감하게 올려치라고 주문한다. 그런데도 선등자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피치를 끝낸다.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볼껴~.”


한참 전에 도착, 강풍에 체온이 떨어지자 윈드재킷을 두 벌이나 껴입은 지정화씨는 두 번째 클라이머가 등반준비를 하는 사이 ‘엄포’를 놓는다.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씨의 농담에 활짝 웃음을 띠고 등반에 나선 두 번째 클라이머 역시 초반부는 부드럽게 진행했으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숨을 몰아쉬고 투덜대는 소리를 낸다. 그럴 만했다. 슬링이 매달려 있지 않다면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일지라도 애를 먹일 만한 구간이 두어 곳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15개 볼트나 하켄에 걸린 슬링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고 자유등반으로 등반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제10피치를 끝낼 즈음 클라이머들이 곰보바위를 넘어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연의 일치 길을 따라 등반한 이들이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저들이 알피니스트의 멋을 풍기는 것은 알바위와 푸른 숲, 그리고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이리라. 저들은 기념촬영도 하고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부리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땅거미가 깔리는 분위기에 바람마저 몰아치니 분명 서둘러야할 상황이다.


▲ 화북분소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수유리지(점선)와 우연의 일치(우측 암릉).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볼껴~.”


한참 전에 도착, 강풍에 체온이 떨어지자 윈드재킷을 두 벌이나 껴입은 지정화씨는 두 번째 클라이머가 등반준비를 하는 사이 ‘엄포’를 놓는다.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지씨의 농담에 활짝 웃음을 띠고 등반에 나선 두 번째 클라이머 역시 초반부는 부드럽게 진행했으나 중반을 넘어서면서 숨을 몰아쉬고 투덜대는 소리를 낸다. 그럴 만했다. 슬링이 매달려 있지 않다면 중급 수준의 클라이머일지라도 애를 먹일 만한 구간이 두어 곳 있었다. 그런데 이들은 15개 볼트나 하켄에 걸린 슬링을 가능한 한 이용하지 않고 자유등반으로 등반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제10피치를 끝낼 즈음 클라이머들이 곰보바위를 넘어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연의 일치 길을 따라 등반한 이들이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저들이 알피니스트의 멋을 풍기는 것은 알바위와 푸른 숲, 그리고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한데 어우러지기 때문이리라. 저들은 기념촬영도 하고 담소를 나누며 여유를 부리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땅거미가 깔리는 분위기에 바람마저 몰아치니 분명 서둘러야할 상황이다.


보랏빛 산오이풀꽃 환영받으며 마무리


▲ 제7피치 하강포인트에서 건너편 바위의 소나무에 자일을 연결시켜 티롤리안브리치로 건너가고 있다.

거대한 바위 아래 형성된 구멍바위를 빠져나가 침니 구간에 접어들어 선배들이 제대로 힘을 못 쓰자 후배들은 운동 부족이라며 핀잔을 준다. 발에 꽉 끼는 스포츠클라이밍용 암벽화를 신은 몇몇 사람은 피치가 끝날 때마다 신발을 벗곤 하더니 이제 아예 울상을 짓는다.


선등이 올라선 다음 배낭을 하나 하나 달아 올리고 등반에 나선다. 10여m의 수직 침니는 초반에는 몸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좁은 폭이지만 막판에는 양다리를 쭉 뻗어야 할 정도로 넓어진다.
“와~, 예쁘다. 예뻐.”


제11피치를 끝내자 눈앞에 우뚝 솟은 정상 바위가 보랏빛 산오이풀을 아름답게 피워놓고 반겨준다. 산수유도 좋지만 ‘산오이풀 리지’라 이름 지어도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답게 피어난 산오이풀은 바람에 살짝 살짝 흔들리며 가을을 맞고 있었다.


4m의 페이스를 올라서자 칠형제봉을 거쳐 청법대로 이어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이 구간 역시 개척자들이 길을 내놓았으나 숲이 우거지고, 등반성이 별로 없는 데다 하산길이 너무 길어져 등반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시루에 콩나물 심어놓은 듯 몰려 있던 사람들이 싹 빠져나간 문장대는 썰렁하게 솟아 있다. 바람이 몰아친다. 무덥던 여름이 언제였나 싶어진다. 산봉은 서서히 크든 작든 산그림자를 동쪽으로 드리우고, 산수유리지에도 산그림자가 덮이기 시작했다. 



/ 글 한필석 차장대우 pshan@chosun.com
/ 사진 정정현 부장 rockart@chosun.com

산행길잡이


중급 수준의 2인1조 등반시 5~6시간 소요


산수유리지 암릉길은 중간 중간 난도 높은 구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려운 구간에는 손을 뻗치면 잡을 수 있는 긴 슬링이 매달려 있어 장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등반 경험이 있는 산악인이라면 시도해볼 만하다.


가장 난해한 구간은 제7피치(5.10a/b), 제8피치(곰보바위·5.10a/b), 제10피치(선주벽·5.11a/b)로 나머지 피치는 5.7~5.9급 수준이다. 자유등반이 어렵다면 고정확보물에 걸린 슬링을 이용하면 난이도는 한참 떨어진다.


등반 외에 하강에 걸리는 시간이 많다. 제3, 제5, 제7, 제8, 제9피치를 마친 다음 10~15m 하강을 해야 한다. 특히 제12피치 암봉에서 안부로 내려서는 하강은 35m에 이르고, 5분의 4 정도가 오버행을 이루고 있어 배낭이 너무 무거우면 몸이 뒤집어질 위험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강포인트는 두 지점에 볼트와 와이어로프로 설치돼 있다. 오른쪽 하강포인트는 자일회수시 자일이 크랙에 낄 가능성이 있으므로 왼쪽 포인트를 이용하도록 한다.



위치 상오리 문장대길과 성불사계곡 사이
난이도  5.11a/b, A0 상급
소요장비  자일 60m 2동, 퀵드로 15개(선주벽 등반시 모두 사용), 캠 종류 1세트, 슬링 5개 정도.
소요시간  2인1조 기준 5~6시간(접근과 하산 시간 제외).
접근  속리산 화북분소에서 성불사로 향하노라면 문장대길 갈림목을 지나 오른쪽으로 샛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붙어도 되고, 성불사 샘에서 개울 건너 산길로 접어들어도 된다. 능선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너른 공터가 닦여 있는 제1피치 기점에 닿는다.


하산  제12피치 등반 후 35m 오버행 하강을 마치면 암릉쪽으로 동굴이 보인다. 그 동굴이나 왼쪽 V자 바위를 빠져나간 다음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문장대 길과 만나고(약 20분), 이후 30분쯤 내려서면 화북분소 앞 주차장에 닿는다.


산수유리지 우회로를 따라도 된다. 반대쪽 사면을 따르면 추모동판 앞 안부와 산수유리지 출발점을 거쳐 성불사 아래쪽 콘크리트길로 내려선다(약 40분 소요).


등반 허가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는 2006년 10월1일부터 2007년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등반을 허가해왔다. 사무소측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앞으로도 산수유리지에 한해 등반을 허가할 계획이다. 단, 바로 옆에 뻗은 우연의 일치는 계속 통제하고, 기상특보와 산불방지기간(봄철 3.1~5.15, 가을철 11.15~12.15) 등 현지여건에 따라 출입제한시기를 조정한다.


허가를 받으려면 속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는 신청서를 등반 2~3일 전에 이메일(9750047@hanmail.net)이나 팩스(043-543-3992)로 접수시킨 다음 허가담당직원과 유선으로 협의를 거쳐야 한다. 당일 접수는 일절 불허하며, 등반허가서는 화북분소(054-533-3389)에서 교부한다. 문의 속리산 관리사무소 담당 김태형 전화 043-542-5267/8.


교통·숙박
청주 여객터미널에서 07:20, 09:20, 12:20, 15:00, 19:00 1일 5회 운행하는 화북행 직행버스 이용. 소요시간 2시간40분, 요금 6,800원. 청주 여객터미널 전화 043-234-6543. 화북정류장 054-531-2777.
상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07:50, 09:35, 11:15, 15:00, 16:35, 18:05 1일 6회 운행하는 상주여객 이용. 소요시간 1시간, 요금 4,800원. 상주여객 전화 054-534-8250.
승용차로 접근할 경우, 서울 지역은 중부고속도로 증평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34번 국도를 타고 가다 괴산에서 남행, 19번 국도와 49번 지방도를 따라 눌재를 넘어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로 진입한다.
내륙고속도로를 탈 경우 문경새재 혹은 점촌·함창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농암면소재지와 쌍룡계곡을 거쳐 화북으로 접근한다. 청주 방면에서는 25번 국도를 타고 보은을 거쳐 계속 상주 방향으로 진행하다 상주시 화서면소재지를 지나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 화북면으로 진입한다.
관리사무소 앞의 시어동민박집(주인 김석중·054-533-8566)은 민박(4인 기준 30,000원)도 치고, 두부(한 접시 5,000원), 칼국수(4,000원)와 같은 토속음식도 판다. 시어동 입구 주변과 화북면소재지 부근에도 숙박시설이 있다.


[자료참조/월간산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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