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고 싶은 학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학교. 의구심을 가지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묻고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참 딱하다. 아마도 당신은 행복하지 않은 학교 생활을 했을 확률이 높을 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신의 자녀나 혹은 지근의 누구라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그것은 더욱 심각하다. 우리는, 우리 사회는, 학교는 가고 싶은 곳이 아니며 그런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포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게다가 그런 곳에 세상의 아이들을, 나의 아이를 맡긴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닌가.
2022년 1월. 큰 아이는 12년간 다닌 학교를 졸업했다. 졸업생은 다섯 명. 강당에는 200명이 넘는 학생과 학부모들, 선생님들이 모였다. 학교가 생긴 이래 두 번째 갖는 졸업식이다. 부모들은 벌써부터 눈시울이 붉어졌다. 졸업 가정을 대표해 현서엄마가 졸업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
“안녕하세요? 12학년 졸업생 최현서 엄마입니다. 원래는 현서아빠에게 발표를 시켰는데 어찌어찌 제가 서게 되었네요. 이제는 ....”
간신히 인사말을 건네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현서엄마는 더 이상 적어 온 소감문을 읽지 못하겠다고 현서아빠에게 대신 읽어 달라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12학년 졸업생 최현서 엄마입니다. 원래는 현서아빠에게 발표를 시켰는데 어찌어찌 제가 서게 되었네요. 이제는 어제 본...”
당황한 현서아빠가 소감문을 그대로 읽는 바람에 졸업식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현서아빠 대신에 현서아빠가 소감문을 발표하다니.
한참을 웃고 울면서 그렇게 졸업 가정의 이야기 시간은 마무리가 되었다. 졸업생 한 명, 한 명의 인사와 발표, 선생님과 부모님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졸업생은 세상으로 향한 꽃문을 통과해 졸업식장을 떠난다.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입학식 때 부모 손을 놓고 혼자서 꽃문을 통과해 교사에게 오면서 입학식을 시작한다. 그리고 12년 후, 아이들 키만큼 훌쩍 큰 꽃문이 서고 졸업식 마지막에 이 문을 혼자 걸어나가며 학교와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다. 12년간의 교실 여행을 마치고 세상을 향해 나가는 청년을 보며 아이들과 어른들, 친구들은 축복과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세상에 나가 빛이 되기를 축복하고, 지금까지 걸어온 쉽지 않았을 많은 도전과 노력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다. 그렇게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아이, 아니 청년의 볼은 밝은 기운으로 상기되어 있다.
불안, 희망, 두려움, 용기, 아쉬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고 복잡한 감정들을 발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면서 벅찬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 나는 발도르프학교의 졸업식이 좋다. 의미와 형식이 잘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찐재미를 느끼는 순간이랄까.
어떻게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이 이 졸업식 장면에 담겨있다. 형식과 내용이 적절하게 조응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 작업을 ‘함께’ ‘스스로’ 하는 것. 그것이 학교가 아닐까. 진짜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라면 가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알겠다, 알겠는데 그런 학교를 도대체 어떻게 만드느냐고 묻는다면. 얘기가 짧지 않으니 다시 다음에 이어서.
첫댓글 옆에서 샘께서 이야기 해주시는 듯해요..ㅎ 재미있게 읽히고 다음 글을 기대하게 만드는 샘 글의 매력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