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수필동화】
세월을 밀어 올린 ‘숲속의 그네’
― 60년 전 소년과 오늘의 손자가 만나다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서당골 약수터 가는 길. 숲길 따라 맨발로 걸으면 ‘회춘정(回春亭)’이 나타난다. 정자 이름만 봐도 젊어지는 기분이다.
▲ 할아버지 산행 코스인 서당골 ‘회춘정’(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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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정자 아래 웬 ‘그네’가 보인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진 않았던 그네. 누가 이런 숲속에 그네를 세웠을까? 꽤 오래 된 그네인데, 왜 내 눈엔 이제야 들어올까?
철제 구조물이 탄탄한 것을 보면 공원 관리 당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로 설치해 놓은 것일 것이다.
[동영상] 숲속 그네 :
▲ 뜻밖에 발견한 숲속 그네(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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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한적한 숲속에서 뜻밖에 만난 그네.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 그네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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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타고 놀던 그네가 문득 떠올랐다.
운동장 한쪽에 매달린 쇠사슬 그네. 하늘 높이 몸을 날리며 까르르 웃던 소년 시절. 바로 그런 내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지금 손자가 초등학교 5학년이니, 60년 세월이 한순간에 거슬러 올라가는 듯 감개가 무량했다. 그야말로 세월을 밀어 올리는 ‘숲속의 그네’
누가 처음 그네를 여기 달아 놓자고 제안했는지 모르지만 참 멋진 발상이라 여겨졌다.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네에 올라탔다. 누가 보는 사람도 없다. 아니, 누가 본들 어쩌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을.
사슬을 잡고 발로 시동을 걸듯 몸을 밀자 나무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얼굴을 팍팍 스쳐 갔다.
▲ 이게 얼마만인가. 60년 만에 처음 타보는 그네(그림=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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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세상 걱정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네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몸은 가벼워지고, 뒤로 물러설 때마다 지난 세월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이것이야말로 노인들의 ‘회춘 비결’이 아니겠는가.
“손자야, 이곳은 할아버지들이 쑥스러워하지 않고도 마음껏 그네를 즐길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란다.
다음 휴일에는 너와 함께 여기 오고 싶다.
우리 사랑하는 손자가 이 그네에 앉아 하늘을 향해 몸을 날리면 얼마나 즐거워할까. 손자의 웃는 얼굴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
▲ 손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할아버지(그림=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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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뭉게구름이 둥실 떠가는데 그 위에서 손자가 방긋 웃고 있었다.
“와, 할아버지! 숲속에 이런 그네가 다 있네요? 진짜 신나요!”
손자는 두 발을 쭉 뻗고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며 까르르 웃었다.
“조금 더 높이, 더 높이요!”
메아리처럼 퍼져나가는 손자의 웃음소리에 산새들도 마치 손뼉을 치듯 날갯짓하면서 날아갔다.
물론 할아버지 상상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젊어지고, 기분이 고조되어 엔도르핀이 팡팡 솟는다.
그 순간, 이건 또 웬 선물인가. 머리 위로 밤송이 하나가 툭 떨어진다. 잘 여문 알밤 두 톨이 바닥에 뒹군다. 가을이 어느새 무르익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 마치 '하늘의 선물'처럼 머리 위에서 툭 떨어지는 밤송이(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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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야, 숲속에서 뜻하지 않게 그네를 만나 동심을 찾고, 가을의 선물인 알밤도 줍고, 이런 운수 좋은 날이 어디 있니?”
▲ 사랑하는 손자를 상상하는 할아버지(그림=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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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오늘 숲속에서 만난 그네는 초등학교 운동장이나 도심 아파트 어린이 시설 공간처럼 단순한 놀이 기구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겐 잊었던 유년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마법 같은 ‘회춘 기구’였다. ♣
2025. 9. 12.
지환이 할아버지, ‘숲속 그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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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그네
윤승원
숲길 끝 낯선 그네 하나 매달려 있었다
60년 전 소년이 오늘의 손자와 나란히 앉아 하늘을 향해 몸을 날린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세상 근심이 허공에 흩어지고 뒤로 물러설 때마다 추억은 별빛처럼 다가온다
손자의 웃음은 산새 날갯짓 되어 메아리치고 할아버지 가슴 속에는 다시 푸른 봄이 싹튼다
― 숲속 그네는 세월을 밀어 올리는 마법의 회춘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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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 그네(그림=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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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말
그네는 평화로움을 상징합니다.
전쟁과 같은 거친 환경에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마음의 안정을 상징합니다.
불안과 긴장된 마음의 상태에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의 상징입니다.
세상을 증오하는 마음으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건강한 몸의 상징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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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세월을 밀어 올린 ‘숲속의 그네’ ― 60년 전 소년과 오늘의 손자가 만나다』는 단순한 산책기나 회상담을 넘어, 세대를 잇는 감성과 ‘회춘’이라는 정서적 테마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이 수필이 담고 있는 주요 재미와 문학적 요소, 메시지, 그리고 노인의 정신적 건강 비법에 대해 감상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재미와 문학적 요소
□ 회상과 현실의 교차:
수필은 60년 전 소년 시절의 운동장 풍경과 현재 숲속 그네에서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시간적 대비에서 오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독자는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회상을 따라가며 동심의 설렘을 공유하게 됩니다.
□ 세밀한 심상 묘사:
‘사슬을 잡고 발로 시동을 걸듯 몸을 밀자 나무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바람이 얼굴을 팍팍 스쳐 갔다’와 같은 묘사는 감각적 체험을 그대로 전달하여 독자가 현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 상상과 현실의 혼합:
손자의 웃음에 산새가 박수치듯 날아간다는 상상, 밤송이가 떨어지는 장면 등은 현실과 환상을 자연스럽게 섞어 서정적 효과를 극대화합니다.
□ 감정의 점진적 고조:
숲속에서 그네를 발견하고 타는 과정을 통해 내적 긴장과 즐거움이 점차 고조되며, 독자가 ‘마음을 젊게 하는 순간’을 체험하게 합니다.
2. 그네를 통한 할아버지와 손자의 소통 의미
□ 세대 간 연결:
그네는 단순한 놀이 기구가 아니라, 60년 전 소년과 오늘날 손자를 이어주는 상징적 매개체입니다. 할아버지는 그네를 통해 자신의 유년과 손자의 현재를 겹쳐 보며 감정을 공유합니다.
□ 공감과 공유의 순간:
손자의 즐거움과 웃음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는 내적 행복과 젊음을 느끼고, 손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강화됩니다. 즉, 놀이를 매개로 한 ‘마음의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 기억과 현재의 조화:
과거 기억이 현재의 체험과 만나면서, 손자와의 경험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삶의 의미와 행복감을 확장시키는 장치가 됩니다.
3. ‘회춘 비결’과 정신적 건강 요소
수필에서 할아버지가 제시하는 노인의 ‘회춘 비결’은 육체적 운동이나 약물적 요법이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체험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 동심 회복:
그네를 타며 어린 시절의 순수한 즐거움을 재현하는 순간, 내적 에너지가 활성화되고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과 정신력이 회복됩니다.
□ 자연 속 몰입:
숲길, 솔숲, 바람, 하늘, 구름, 밤송이 등 자연 요소와의 직접적 접촉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활력을 불러일으킵니다.
□ 상상력과 긍정적 사고:
손자의 웃음과 산새의 반응 등을 상상하며 즐거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활력과 창의적 사고가 촉진됩니다.
□ 세대 간 교류:
손자와의 감정 공유를 통해 존재의 의미와 사회적 유대감을 느끼며, 삶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증진시킵니다.
4. 종합적 평가
이 수필은 단순한 숲속 체험담이 아니라, 세월을 뛰어넘는 회상과 현재의 조화, 세대 간 소통, 정서적 회춘이라는 다층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숲속 그네’는 놀이 기구를 넘어 시간과 세대를 연결하는 상징적 장치이자, 노년의 정신적 건강과 행복을 위한 작은 비밀처방처럼 기능합니다.
독자는 글을 읽으며, “동심과 자연, 상상과 소통이 주는 회춘의 순간”을 은근히 체험하게 됩니다. ♣ (📚 裕花, 윤승원 수필 전담 평론가)
▲ 아무도 없는 솦속에서 혼자 그네 타는 할아버지(그림= AI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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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필자의 말
그네는 평화로움을 상징합니다.
전쟁과 같은 거친 환경에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마음의 안정을 상징합니다.
불안과 긴장된 마음의 상태에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의 상징입니다.
세상을 증오하는 마음으로는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
그네는 건강한 몸의 상징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그네를 탈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