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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01> 고성 무량산
전대식 기자
[고성 무량산 산행지도]
통영의 바다를 쳐다봤다. 봄날은 가도 저 푸른 해원은 언제 봐도 그대로일 게다.
측백·편백·떡갈나무 등
양화리경로당 옆에 당산나무가 있다. 300년가량 된 느티나무다. 금줄이 쳐져 있어 잠시 고개를 숙였다. 느티나무 사이로 아침 햇살이 쏟아졌다. 마을길을 따라 들머리로 걸어간다. 봄보리와 사료용 밀밭이 푸른 물결로 춤을 춘다. 명주바람이 불자 춤사위가 더 바빠진다.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이다. 기운이 난다.
20분 정도 신작로로 걸었다. 두릅, 음나무가 먹기 좋게 자랐다. 코투레골을 넘는 시멘트 고개에 올랐다. 고갯마루에 무량산 등산 안내판이 있다. 소갯글을 읽었다. '무량산은 대가면의 중심을 이루는 산으로 양화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세다. 동서로 길게 뻗은 낙남정맥으로 고성 지역 산 중 최고봉이다.'
안내판은 또 '고성의 진산이며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형상으로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는 은은한 산세를 지녔다'고 덧붙였다. 11년 전 낙남정맥을 종주하면서 무량산에 올랐던 홍성혁 산행대장이 "다시 찾게 돼 감개가 '무량'한 산"이라고 농을 했다.
들머리에서 227봉까지는 10분. 봉우리 한쪽에 '제1전망대'라는 나무푯말에 걸려 있다. 별다른 경관은 없다. 계속 직진한다. 조금 벗어나니 오른쪽에 구절산~거류산~벽방산 마루금이 훤히 보인다. 마루금과 하늘이 닿은 부분이 햇볕 때문에 허옇다. 20분 정도 더 간다. 충효테마파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 주변에 진달래가 드문드문 피어 있다.
여기서 5분 정도 거리에 봉화산(353m)이 있다. 예전에 '고성 천왕점 봉수대'가 있던 데다. 여기서 봉화를 올리면 고성군 동해면 곡산과 통영 우산 봉수대가 불빛을 받았다. 지금은 흔적만 남았다.
봉수대 한쪽 대밭을 통과해 조금 더 걸으면 안부가 나온다. 소나무 숲 속을 걷는다. 낙화가 더딘 산벚나무, 왕벚나무가 산꾼을 미소 짓게 했다.
오르막을 오르면 자그마한 바위가 나온다. 바위 틈새에 진달래가 듬성듬성 피었다. 오르막을 조금씩 오르자 진달래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자리를 떠서 10분 정도 올라갔다. 산꾼과 산악동호회의 등산 안내 리본이 어지럽게 달린 곳이 나타났다. 리본은 낙남정맥 답사를 기념하는 것이었다.
572봉을 스치고 정상 이정표까지는 10분 정도. 오는 길에 진달래 만발한 꽃길을 통과했다. 봄에는 진달래를 보는 산행이 대세다. 그 탓에 이름난 산은 몸살을 앓는다. 덜 알려져서인지 무량산은 이런 몸살을 피한 듯했다.
이정표부터 조금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10분쯤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정상 왼쪽은 화리재 방향이다. 무량산 정상을 밟고 이 삼거리로 다시 나와 화리재로 가야 한다.
삼거리에서 정상까지는 6~7분 정도. 무난하게 정상에 오른다. 정상 둘레에 진달래와 철쭉이 담을 치듯 둘러쌌다. 북쪽을 본다. 학남산(550m)~백운산의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증축 중인 천비룡사가 백운산 중턱에 있다. 뒤로 돌아 남쪽을 본다. 고성, 통영 땅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서쪽 대곡산(545m) 정수리 부근에도 진달래가 분을 칠한 듯 곱게 피었다.
화리재에서 50분 정도 이런 길이 계속 연결된다. '무량산 둘레길'로 불러도 무방하겠다. 미륵불을 모시는 무량사에 들렀다. 용화전 문을 열고 '석조여래좌상(경남 유형문화재 제121호)'을 구경했다. 유리곽 안에서 가사를 걸친 불상은 온갖 풍상을 겪었던지 머리, 코, 손 부분이 심하게 훼손됐다. 통일신라시대 때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무량사에서 마을 길을 따라 종점까지는 10분 정도. 산행거리 10.2㎞를 쉬는 시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 걸었다.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산&산] <301> 고성 무량산 산행지도
전대식 기자
무량산까지는 대중교통이나 자가승용차 어느 것을 이용해도 무방하다.
자가승용차를 이용한다면 남해고속도로 서마산IC 빠져 2번·14번 국도를 타고 고성·통영 방면으로 진행한다. 고성시외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우회전해 대가면 쪽으로 10분쯤 달리다가 양화리 이정표가 나오면 마을 쪽으로 진입해야 한다. 양화마을 경로당 주변에 주차공간이 있다.
산행이 끝난 뒤 고성터미널로 나오려면 군내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오후에는 1시 20분, 5시, 6시 50분 세 편뿐이다. 시간을 맞추기 힘들다면 택시를 이용하자. 고성터미널에서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로 오는 버스는 오후 8시 40분까지 20~25분 간격으로 있다.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행 버스는 낮 12시 55분부터 7시까지 40~70분 간격으로 있다.
대가면 양화마을 주변에는 마땅히 먹을 만한 데가 없다. 고성읍내까지 나와야 한다. 황가네식당(055-674-2127)의 한방돼지국밥(6천 원)이 먹을 만하다. 담백한 국물에 신선한 고기와 텃밭 야채를 얹어준다. 맛이 깔끔하다. 혜성식당(055-672-9913)의 양념 곰장어(1인분 1만 원)도 잘 알려졌다. 곰장어를 먹은 뒤 밥을 볶아 먹는다. 퓨전요리를 좋아한다면 '바닷가에 햇살 한스푼(055-673-6160)'에 와인 비빔밥(7천 원)이란 별미가 있다. 전대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