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도 전언* / 조경숙

너 이어도 해라    너 이어도 해라     신의 그림자 내려와 저녁 그림자를 오려내며    이름만으로도 누군가 기웃거렸을     당연히 그랬을    당연히 그었을 이어도,     그대 엷은 잠 속에서라도    삶과 경계에서 홀로이거든    어제든 내일이든 너 이어도 해라     지상의 종교로부터 멀리 왔고    무장 무장 밀물이 섬의 등을 핥는    하늘이 예언한 날씨를 주장하지 않는 곳     너 이어도 해라    너 이어도 해라     저기 다른 나라의 빈 암초에 걸터앉아    당신이 전해준 주소지    끝끝내 입간판 같은 전설을 달고    손금의 명줄처럼 선명해진, 나의 겨운     신의 옷자락 같은 출렁임의 전율들    겨워, 겨운, 이름 이어도 이어도사나    그 사수의 배후, 하얀 포말의 전언     싸락싸락 소인을 찍으며    저문 날 지나고 새 첫날처럼     너 이어도 해라    너 이어도 해라     * 이어도 일대는 약 1만1천년 전인 빙하기에는 제주도와 연결된 육지였는데, 현재의 간빙기가 되면서 바닷물의 높이가 상승해 해저대륙붕이 되었다. 현재 이 지역은 대한민국과 중국 사이에서 배타적 경제 수역의 설정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2023년 제4회 이어도문학상 동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