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귀 기울이면
10년전 사랑하던 자식들 다 키워 출가시킨후 30년 함께살던 할마시마져 바람이나 딴 사랑 찾아 떠나보낸 한 독거노인의 이야기다.
아내와 헤어진 후 한 3년간 술에 절어 지냈다. 다른 놈하고 한 이불속에 알콩달콩 지낼 전 처가 생각 날 때마다 솟구치는 분함과 적개심때문에 한동안 화병으로 정신병치료를 받아오다 어느듯 3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유행가 가사처럼 역시 세월이 약이었다.
밥도짓고 빨래도하고 집안청소도 하다보니 전처에 대한 미련도 어느듯 사라지고 혼자사는 일에 익숙해져 갔다.
아내 잔소리 들을 일 없고 눈치 볼 일없고 거짓말 할일 없고 변명 할일 없이 살다보니 마음이 맑아지고 죄지을 일이 없어졌다.
아내로 부터 받아온 스트레스가 없어졌으니 홀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천만다행인 것 같았다.
밤마다 외로움이 밀려왔지만 해결방법도 스스로 터득했다.그럴때마다 소주한두병 나발불고 잠이 들면 외로움쯤이사 간단하게 해결되었다.
다행이 집이 바다 가까운 곳에 있어 넓은 마당에 큰 수조를 만들었다.바다물을 가득채우고 공기를 불어넣는 브로와도 온도 자동조절장치까지 설치하고나서 근해에 사는 여러종류의 활어를 구입해 넣었다.
바다 물고기를 키우는 규모가 작은 양식장이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긴세월 살면서 신세진 이웃과 친구들 초청하여 싱싱한 놈을 뜰채로 건져 올려 회도치고 매운탕도 끓여 술상차려 대접해보는 일이 첨지가 노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소원이었다. 이래저래 궁리한 끝에 수조를 만들게 되었다.
물고기는 첨지가 시간 맞춰 던져주는 모이를 먹어가며 자유로이 헤엄치며 노닐고 살아간다.아침마다 일어나 수조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와 대회하는 일이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같은 종류의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도 보고 새로 부화한 생명들에 눈길주며 즐긴다.작은 고기들은 술래잡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며 놀고 있는데 가끔 샘이난 덩치 큰 놈들이 나타나 모래를 뒤집어 물을 흐리게하고 꼬리로 작은 놈들을 치며 괴롭히기도 한다.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울증에 걸린 환자고기들이 생겨나는 것을 본다.식욕을 전폐하고 입만 뻐끔뻐끔 벌리다 결국 죽고만다.
뜰채로 죽은 고기들을 건져내면서 재미없이 살아가는 자신과 다를바 하나 없다고 생각해본다.
"아! 이놈들봐라.사람들도 못가 환장하는 천국만들어 주었더니 죽기는 왜 죽어.이 병신들아."
우울증에 걸려 자살하는 고기 수가 늘어나자 첨지는 한수 배우려고 전문가를 대리고 왔다.
전문가는 몇가지 시험기구를 가지고 와서 수온과 용존산소를 체크하고 산도와 알카리도를 그리고 탁도등을 체크한 후에 별이상 없음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농담삼아 상어한마리를 구해 수조 속에 넣어보라고 권유하고 돌아갔다.
살아있는 상어구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어느날 시내 수족관 관계자에게 사정사정하여 팔뚝만한 상어 한마리를 구해 넣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물고기들이 갑자기 긴장하는것 같았다.
쭉 늘어져 한구석에서 꼼짝안하고 숨만 쉬고 있던 놈들 모습이 달라졌다.몸 놀림도 하나같이 빨라지고 생기가 돌았다.잡아먹힐까 두려워해서 그런지 몸을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첨지는 아플정도로 무릎을 쳤다.
"저런 보잘것 없는 물고기에도 배울 것이 다있네.자연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 진리가 용해되어져 있는 걸 이 나이 되어서야 알게되다니"
수십년 신앙생활 해오면서도 터득하지 못한 내용이었다..
매일 할 일 없어 친구들과 술이나 퍼마시며 헛소리 씨부리며 자유를 구가하던 늙은 첨지가 드디어 인간 암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주위의 소개로 드디어 10여년 만에 13살 아래인 예쁜 암상어를 구해 수조가 아닌 안방으로 모셔 왔다.언제 또 다시 투쟁의 역사가 시작될지 모르지만 갑자기 집안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여자냄새가 솔솔피어나면서 생기가 돌았다.
가구며 유리창을 딱아내고 반질 반질 기름칠했다.암상어 손길이 닫는 곳마다 수년째 쌓인 껍질을 벗겨내고나니 삐까번쩍 새로운 빛이 살아났다.어두운 밤에도 불 밝힐 필요없이 즐거웠다. 독거단어를 떼어낸 노인이 회춘하여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전해 달랜다.
뉴질랜드 초겨울 새벽 따뜻한 이불 속에 파뭍혀 /에발도
첫댓글 와우 와우!
자연과 더불어 자연속에서 자연을 통해 ~
아멘.
화이팅.
20년 긴세월을 혼자 살아오다 보니 언제 나에게도 남들처럼 가족이 있었는가하고 의문이 생깁디다.
마지막 인생 가족과 살맛대가며 살아보고 싶은 때늦은 희망과 욕심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가상적인 글을 맹글어 봤심니다.과욕아니면 주책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