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 비트로 팀은 한성대를 방문했다. 한성대는 다른 대학과 달랐다. 대학 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진입로가 작아 과연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것인지 두리번거리게 만들었다. 지하에 차를 대고 나와 보니 대학 건물이 커다란 아파트처럼 지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테니스 코트는 학교의 맨 꼭대기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인조잔디 세 면이 있었다. 공연장을 개조한 것인지, 곁에 서 있는 흰 조형물은 마치 터키 시데에서 보았던 아폴로 신전의 일부 같았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학생들을 실력별로 세 그룹으로 나눠 지도했다. 지대가 높은 탓인지 테니스장에는 초겨울 바람이 불었다. 어둠이 오고 냉기가 흘렀지만 반팔을 입은 학생들은 뜨거운 열정으로 배움에 집중했다.
한성대 테니스 동아리 학생 수는 대략 40명. 주말마다 모여서 학생들끼리 연습하고 교내 랭킹 전을 하면서 점수제로 관리하고 있단다. 상당히 체계적으로 연습을 해 온 탓인지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스윙을 하고 있었다.
최현근 동아리 회장은 "그간 테니스 정보에 신경 쓰지 않아 대학테니스 단체전에 거의 출전하지 않았다"며 "오늘 비트로팀의 방문은 여러모로 테니스 기초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전했다.
재능기부를 받는 학생 중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도 몇 명 참석하여 후배들과 함께 배움의 시간을 갖았다.
박지혜는 "대학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니 일반 동호인 클럽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아 후배들과 어울려 테니스를 한다"며 "스윙할 때 가슴을 오픈하지 말고 어깨 너머로 공을 보면서 타점을 맞추라는 것을 꼭 기억할 것이다"고 했다. 또 "내년에 기숙사를 짓기 위해 코트를 없앨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테니스 동아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걱정하는 중이다"고 덧붙였다.
랭킹 1위인 이순규 팀원과 게임 레슨을 받은 졸업생 신재민 박동빈은 "아마추어인데도 파워가 장난이 아니고 이지에러가 전혀 없었다"며 "랭킹1위와 게임을 해 볼 수 있었다는 영광스러운 추억은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그간 선배로써 게임하기에 바빠서 후배들에게 집중레슨을 할 수 가 없었는데 오늘 비트로 팀원들의 꼼꼼한 티칭에 놀랄 정도다"고 했다.
스펀지처럼 가르쳐 주는 대로 빨아들이던 이정훈은 2시간 만에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쉽게 폼 교정이 안 되어 두 사람만 집중적으로 따로 볼을 던져주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홈런을 치던 스윙이 네트 위를 낮게 넘기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안정되어갔다. 이정훈은 "가르쳐 준 대로 해 보니 라켓에 공 맞는 소리가 달라졌다"며 "참으로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한성대 학생들을 지도했던 비트로 팀원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소감을 남겼다.
"최근에 재능기부 했던 대학생들 중에서 가장 테니스 기본이 잘 되어 있었다"며 "포핸드와 백핸드가 일관성이 있어 꾸준히 연습하면 기대이상의 실력 발휘가 될 것 같다."
재능기부를 마친 후 비트로 팀원들과 학생들은 동그랗게 둘러앉았다. 그리고 가능성의 기대를 보여준 한성대 학생들과 테니스에 관한 자유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윙윙 우리의 귓가에 울리던 바람소리도 그때만큼은 고요하게 잠이 든 듯,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해 주었다. 기형도 시인의 '어느 푸른 저녁'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201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