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0 지난 10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12층 한국수력원자력 구 사옥 쓰레기통에서 발견된 원전 관련 문서. / 사진=홍정원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서울 삼성동 사옥에 수백장의 원전 관련 문서를 방치한 채 경북 경주로 본사를 이전했다. 보관용 외 공공기록물은 파쇄해야 하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셈이다. 국가 최고 등급의 보안시설 원전을 관할하는 한수원이 원전 기밀 유출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아시아투데이 취재 결과 한수원이 그동안 사무실로 이용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타워 8~12층에서 원전 관련 문서가 다수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한수원은 이날 경북 경주 장항면으로 신사옥 이전 작업을 마무리했다. 방치된 문서는 발전기 전력조정기 회로도와 원전 주요 부품 설명서, 한빛 제1발전소 부속품 교체 작업계획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안 수립 및 로드맵 개발 최종보고서 등 원전 관련 중요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관련기사 오프라인 보안도 구멍 '숭숭'…조석 사장 보안대책 헛구호 [르포]한수원 떠난 서울사옥 가보니…기밀문서 '수두룩' 한수원, 26일부터 경주 사옥 이사 시작 원자력발전소 일일운영현황과 일일업무보고, 월성1호기 계속운전 인허가 관련 회의자료 등 보고나 회의 문건도 대거 발견됐다. 작업계획서에는 교체하는 부품명을 비롯해 필요인원·관련부서명·필요시간·승인자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월성1호기는 지난해 30년의 사용연한이 초과돼 계속운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원전이다. 재무실 통장 사본과 출장 영수증 등 현금의 출납 기록이 적힌 재무문서도 쓰레기 속에서 발견됐다.
한수원은 주요 자료 출력 시 문서 하단에 출력자의 사번과 성명 등이 자동으로 프린트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폐기 시 파쇄는 물론이고 복사도 금지돼 있다. 발견된 모든 문서 하단에는 바코드, 출력일자, 출력자 성명·사번 등이 명시돼 있다. 바코드 옆에는 ‘본 문서는 회사의 자산이므로 무단 반출 및 복사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 문구도 쓰여 있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칙상 보안 문서는 모두 파쇄가 원칙이기 때문에 전문업체를 고용해 주요 문서를 전량 파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버려진 서류들은 대외적 관계에서의 비밀 서류인 것은 맞지만 국가정보원 및 산업통상자원부 지침과 회사 보안 관련 규정에 의해 특별관리되는 기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공공기관 문서는 내부규정 등 관련절차에 따라 폐기해야 한다”며 “절차와 달리 폐기한 당사자는 형법상 문서 손괴죄 등의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