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특이하다고 생각한 것은 시점의 변화에 따라 소설이 전개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 집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집의 아들딸인 영수, 영호, 영희 이 세 사람의 각각의 시점에서 본 현실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우선 첫 번째로 영수의 시점에서 쓴 글이 나온다. 난장이인 아버지의 아들인 영수는 배움을, 다는 아니지만 조금을 받은 지식인이다. 형의 이야기는 그들의 무허가 집의 강제 철거로부터 시작된다. 엄청난 가난 속에 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겨우겨우 지은 한 채의 집. 아버지와 어머니가 고생고생 끝에 지은 집이 단지 무허가라고, 그곳에 다른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고 철거를 한다는 통지서가 나온다. 돈도 없고 백도 없어 쫓겨나면 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이들이다. 하지만 약자는 강자에게 언제나 쉽게 당하는 법인지라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잠깐이지만 조상의 내력이 나오는데, 아버지는 최하층 천민... 즉 노비의 후손이었고, 그 선조도 난장이었다. 어머니는 몸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런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그들은 상속, 매매, 기증, 공축의 대상이었다. 그런 조상들의 후손이라 그런지 이들도 그들보다 그리 좋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이다. 무너지는 가정을 일으키지 못하는 아버지의 처절한 몸부림도 있다. 가슴 아픈 사랑하는 이의, 같은 처지에 있는 여인, 가슴 아픈 죽음도 있다. 배우고 싶어서, 너무 배우고 싶어서 자신이 일하는 인쇄소의 잘못되어 버려진 인쇄물을 읽는 모습도 있다. 형의 상황, 그 상황에서 본 세상... 결코 좋을 수는 없다. 모든 주위의 환경들은 최악이다. 하고 싶은 의욕은 있어도 그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너무 크다. 또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는 언제까지나 장남이다. 다른 형제들의 큰형, 큰오빠이다. 그러기에 자제도 해야 하고 가족을 이끌어 나가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세상, 그가 살고있는 험난한 세상을 사는 게 더 힘들 것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형의 이야기에 이어져 단지 시점만 그의 아우인 영호로 바뀐다. 그는 형보다는 좀 반항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도 역시 첫 번째와 이어져 어려운 상황이 계속하여 전개되어 간다. 땅을 사는 매매업자들에게 조금만 더 높은 가격으로 사기 위해 조금 더 기다리고 또 기다려 처음보다 10만원 비싼 가격으로 팔게 된다. 그리고 철거반이 나온다. 아버지와 마음이 잘 맞는다는 지섭군의 이야기가 빠진 것 같다. 내가 보았을 때 이 지섭군과 아버지는 어떤 동경의 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서로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의지한다. 집을 허물기 바로 전 지섭군은 고기를 사온다. 그래서 고깃국과 밥, 구운 고기를 내와서 그 집에서의 마지막 가족들과의 식사를 함께 한다. 너무나 가슴 아픈 장면이다. 모두 조용히 밥을 먹는다. 철거반 사람들이 어떤 사나이의 지시에 따라 담을 부수고 가족들의 식사를 보고, 또 그들의 식사가 마칠 때까지를 기다린다. 부서진 담 가운데에 있는 문으로 모든 가족들이 나온 후에 그 집은 모두 무너졌다. 이 때 지섭군이 어떤 사나이에게 던진 말이 있다.
"오백년동안 지은 집을 허물었습니다."
난장이가 선조들의 가슴아픔을 이어받아 겨우 지은 초라한 집을 가족들은 무너지는 집과 같은 마음을 갖고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것이 둘째 이야기, 영호의 시점에서 본 이야기이다. 역시 착찹함의 연속이다. 난 무너진 집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들 가족에게 있어서 그 집은 삶의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 삶의 전부, 아니 그 집안 대대로 이어진 한으로 만든 집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힘도 다 빠졌을 것이다. 돈이 모든 것을 그렇게 한 것일까? 돈만 있었으면 그들도 남들처럼 좋은 집에서 행복하게 살수 있었을 것이다. 시점이 바뀜으로 해서 내용을 보는데 있어서 조금은 달라진 것 같긴 하지만 무거운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느낀 세상은, 영호가 느낀 것은 세상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지섭의 행동, 생각도 영호는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이 세상엔 이상한 것 뿐이라는 것이다.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화를 못냈을 것이다. 영호에게도 역시 그런 힘이 없었다.
세 번째는 막내인 영희의 시각에서 쓴 이야기이다. 물론 앞의 내용과 이어져서 씌여졌다. 영희는 가출을 했다. 그녀는 가출을 해 그녀의 집과 하늘, 그 밖의 모든 것들이 회색이라고 생각하고 보았고, 또 그렇게 느꼈다. 그녀는 가족의 아파트 입주권을 빼앗기 위해 그것을 산 남자에게 몸을 맡겼다. 순결을 잃었다. 그녀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 대를 이어온 나쁜 것을 그녀도 하게 된 것이다. 그녀가 몸을 맡긴 그는, 그녀와는 완전 반대의 세상에 있는 사람이다. 강자인 것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강자에게 잃은 것을 뺏어오기 위해 그런 짓을 한 것이다. 결국에 빼앗아서 몸과 마음의 아픔을 견디고 가족의 것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었다. 달. 달로 가고 싶어하던 꿈을 버리지 못한 아버지가 죽었다. 그녀는 허무함을 느끼고 운다. 이렇게 이 글은 끝난다.
영희, 가장 어렸고, 가장 생각이 짧았고 가장 약해서 가장 힘들었던 인물이다. 눈물이 많았다는 것은 한이 많은 게 아닌가 한다.
난장이.... 작가가 의미한 난장이는 내 생각으론 아버지를 비롯한 빈민 및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나는 반성한다. 내 호화롭고 방탕하고 건방진 나의 생활과 생각을 반성한다. 난 언제나 불평만 하고 짜증만 내고 사는 것 같다. 내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말이다. 물론 인간에게 욕심이란 것이 없을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난 이제부터는 내 분수를 알고 나보다 어려운 상황의 사람들을 생각해야겠다. 아니 생각보다는 실천에 옮기고 싶다. 이 글 속의 처절한 삶과 그들의 몸부림, 내게는 없었던 일이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가슴 아프다. 언제나 약자가 쉽게 당하고 좌절한다는 이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좀 바뀌었으면 한다. 난 커서 그런 변화를 일으키고 싶고, 또 그러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 무언가를 의미하고 있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생각을 해 보았다. 난장이는 아버지와 약한 자를 뜻한다면, 약한 자가 쏘아올린 작은공은 무슨 뜻일까? 난 이렇게 생각한다. 그 공은 바램일 것이라고... 좀더 그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는 바램인 것이다. 그 꿈은 소중한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난 그들을 위해서, 그들의 공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 2001/05/28 (423917)
< 423917 님이 쓰신 서평 검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