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참살이’(Well-being)가 대중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적이 있다. 개인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인 ‘참살이’에서 도덕적인 환경의식을 강조한 로하스(Lohas)적 삶으로 주거 방식은 진화되어 왔다. 그간 관조와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자연에게도 사람들은 삶의 방식을 투영하기 시작했는데, 바로 자연을 유쾌한 동반자로 여기는 ‘그린 노마드’(Green Nomad)적 삶이 얼리어답터들에 의해 대중들에게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린 노마드’는 이미 세계적인 박람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 전적을 가지고 있을 만큼 미래 주거 트렌드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신이 머무는 공간에서 정신적 해방감을 좇는 도시 유목민, 그린 노마드족은 생활의 편리함과 윤택함을 주는 도시를 떠날 생각은 없다. 그 대신 자연을 집으로 불러 들였다. 자갈은 쿠션이 되고, 네모난 냉장고는 나무가 되어 가지 곳곳에 달린 냉장고에서 과일을 따 먹을 수도 있다.
신기술의 경이로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연주의’는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명품과 짝퉁들이 판 치고 있는 세상에 자연만큼 솔직한 명품은 없을 듯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인테리어의 명품 ‘그린 노마드’에 열광하는지도 모를 일. 가장 손쉽게 그린 노마드족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디지털 사진을 전사 출력해 타일에 붙이는 방식이다. 소라 사진을 전사 출력해 장식한 욕실의 한 쪽 벽면은 욕조에 앉아서도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또는 목재로 만들어진 마우스나 네잎클로버 모양을 본떠 만든 의자 등 다양한 제품이 이미 시중에서 소비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에도 그린 노마드는 불어 닥쳤다. 대형 티브이의 테두리에 고급 목재를 입혀 마치 갤러리의 액자를 보듯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며 소비자들에게 차츰 그린 노마드의 매력을 방사하고 있다.
잔디밭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카펫 역시 100% 양모로 실제 잔디 느낌이 나도록 제작되었다. 플라잉 카펫(Flying carpet)이라고 불리는 이 카펫은 ‘집 안에서 즐기는 피크닉’이란 콘셉트로 구상되었고, 13~20cm 가량의 언덕을 두어 기발한 아이디어 뿐 아니라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여백의 미를 강조했던 우리나라와 딱 맞아떨어지는 그린 노마드도 있다. 간단한 조명을 설치하면 빈 벽에는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흔들 춤을 추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로 초고층 아파트나 창밖으로 도시의 삭막함만을 봐야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아이템이다. 배산임수라는 우리의 오래된 풍수지리가 있다. 뒤로는 산이, 앞으로는 개울이 흐르는 가장 이상적인 택지를 집안으로 불러들인 그린 노마드. 자연과 함께 하는 진정한 여유와 휴식, 바로 그린 노마드적 정신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한옥, 인테리어의 숨은 玉으로 대변신!
지난해 12월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한국개봉을 앞두고 홍보 차 내한한 감독과 주인공, 스태프들은 출국을 몇 시간 앞둔 상황에서 꼭 그곳에 가보고 싶다며 우기기 시작했다. 그곳인즉 바로,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락고재. 이곳은 이미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인 동시에, 우리에게는 잊지 못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의 장인 셈이다. 요즘 이러한 한옥이 전문가들에 의해 새로운 인테리어 상품으로 재탄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웰빙과 고령화로 인한 현대 주택의 한계점을 극복함과 동시에 한옥의 효율성과 장점이 부각되면서 한옥으로의 리모델링도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새집증후군이나 천식, 아토피 등의 질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주거생활에 친환경 건축이라는 이슈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돌, 나무, 황토라는 자연재료로 올려지는 한옥의 이로움이란 이미 선조들에 의해 증명된 바 있는 과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옥의 현대화에 표본을 제시하는 행정기관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한옥 청사로 투명한 통유리가 돋보이는 혜화동사무소가 바로 그곳. 동사무소를 찾는 주민들로 하여금 관공서가 아니라 친숙한 옆집을 찾는 기분이 든다고 방문객들은 말한다. 인공의 콘크리트 대신 자연에서 전해지는 솔 냄새와 흙냄새는 여느 시골집과 다름없는 운치를 더해준다.
또한 한옥을 치과로 개원해 지나는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곳이 있다. 두 채의 한옥을 연결한 치과는 호기심으로 방문한 손님들도 친절하게 맞아주어 정겨움마저 느껴진다. 치과를 방문한 장소현 씨(24)는 평소 치과는 가기가 매우 꺼려지는 곳이지만 이 곳에 와 의자에 누우면 천장으로 보이는 친숙한 서까래 덕분에 편안한 기분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무서움이 가신다고 얘기한다.
최근에는 수많은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각종 유해성분도 차단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옥.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적 전통, 한옥의 신비함은 인테리어의 새바람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