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9(토) 11:30 복수동 성당
오늘 우리는 양순호 베네딕도와 김미연 세실리아가 하느님과 교회 공동체 앞에서 서로 혼인 서약을 맺어 부부로써의 일치를 이루는 자리에 모였습니다. 가톨릭 신앙을 가지신 분들은 두 사람의 앞날에 하느님의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해주시고 신자가 아닌 분들도 경건한 마음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부부의 앞날을 축복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부 김미연 세실리아는 부친 김경식 사도요한과 모친 안영숙 헬레나의 2녀 중 차녀로 태어났습니다. 마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매님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전에 정착하였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마산 남성동 성당에서 어린 시절 세례를 받고 첫영성체를 한 이후로 꾸준히 신앙 안에서 생활하였습니다. 신랑 양순호 베네딕도는 부친 양희택 베드로와 모친 강현숙 이레네의 2남 중 차남입니다. 살레시오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정림동 청소년수련원에서 수련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따라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성당에서 놀고 자라며 성장한 형제님은 일터도 신앙 안에서 자리 잡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만나 2년 넘게 서로의 사랑을 키워오다가 드디어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먼저 두분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넵니다. 그리고 제가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한 평생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갈 것을 하느님과 공동체 앞에서 다짐하는 두 사람은 지금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나머지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새롭게 가정을 이루려는 혼인 당사자와 이 자리에 함께 한 분들의 올바른 부부관계를 위하여 몇 가지만 당부 드리겠습니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혼인 서약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그 본연의 성질상 부부의 선익과 자녀의 출산 및 교육을 지향하는 평생 공동 운명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이 혼인에는 본질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단일성”과 이렇게 맺어진 혼인의 유대는 하느님의 뜻과 자연법에 따라 배우자 한편이 죽을 때까지 풀릴 수 없다는 “불가해소성”입니다.
연애를 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이라도 내어줄 각오로 임하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한 후에는 배우자를 자신의 소유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결혼 전과는 반대로 이제는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을 배우자가 다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관점의 차이가 서로를 힘들게 하고 마음을 닫는 벽돌을 하나씩 쌓게 만듭니다. 이렇게 세워진 높은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마음을 다 헤아리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서로의 마음을 나누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자신의 마음을 다 알아주기 바라면서 기다리지만 말고 그 마음을 자주 표현 하십시오. 그리고 서로 한계에 부딪히더라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하느님과의 대화”인 기도 안에서 용기와 힘을 내세요.
이를 위해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30년 이상 부부관계 상담 전문가로 활동한 저자 게리 채프먼은 사랑의 언어를 5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이 그것입니다. 배우자가 어떤 사랑의 언어를 자주 활용하는지를 알고 배우자의 제1사랑의 언어로 표현을 해야 그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 사랑할 때는 황홀하고 영원할 것 같아서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완벽하게 보여서 상대방이 하는 일마다 “사랑해요.”라고 들립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지속되면서 콩깍지가 풀리기 시작하고 현실이 피부로 와 닿으면 배우자의 약점과 결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사랑의 진정성이 의심되기 시작하면서 배우자가 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서로의 사랑을 느끼게 하려면 이해와 헌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합니다.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배우자의 사랑의 언어로 표현해야 사랑이 전달됩니다. 그러므로 자신과 배우자의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래야 사랑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한편 부부 사랑의 결실과 일치의 선물이 바로 자녀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은 단란한 가정환경 덕분에 인성도 성적도 더 좋아지게 됩니다. 자녀에게만 온 정성을 쏟느라 배우자에게 소홀하면 부부관계가 어긋나면서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가장 좋은 아버지(어머니)가 되는 길은 최고의 남편(아내)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생활하였기에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등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소한 것으로 믿음과 신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한번 깨진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려면 이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시련도 하느님을 신뢰하고 주님께 의지하며 부부가 함께 헤쳐나간다면 극복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신앙 안에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하느님의 뜻을 찾으세요. 마지막으로 부탁을 드리자면 서로의 집안과도 마음 상하지 않도록 아끼고 배려하며 생활하세요. 부부가 함께 기도하면서 삶의 방향을 올바로 세우시고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대화를 통해 세상 풍파를 슬기롭게 해쳐나가며 성가정을 이루세요. 이 자리에 함께한 모든 분들이 도와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