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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수원나그네
시험년도 |
감시용기 |
조사량 (x 1019 n/cm2) |
천이온도 시험값(°C) |
최대흡수에너지 (USE) (J) |
1979. 10 |
1st (V) |
0.509 |
82.8 |
65.0 |
1984. 7 |
2nd (T) |
1.115 |
80.6 |
56.8 |
1985. 8 |
3rd (S) |
1.228 |
92.2 |
63.2 |
1988. 1 |
4th (R) |
2.988 |
107.2 |
54.7 |
1999. 9 |
5th (P) |
3.938 |
107.2 |
54.9 |
표 2) 국내 원전의 취성화 천이온도(출처: 한국수력원자력(주))
원전 |
취성화 천이온도(°C) |
고리 2호기 |
22.31 (2000.5) |
고리 3호기 |
37.23 (2004.1) |
고리 4호기 |
33.4 (2003.4) |
영광 1호기 |
29 (2003.5) |
영광 2호기 |
56.27 (2003.1) |
영광 3호기 |
22.77 (2002.3) |
영광 4호기 |
13.13 (2002.10) |
영광 5호기 |
-12.38 (2009.8) |
영광 6호기 |
4.44 (2010.3) |
울진 1호기 |
29.91 (2001.10) |
울진 2호기 |
18.11 (2002.9) |
울진 3호기 |
28.76 (2005.9) |
울진 4호기 |
0.25 (2006.6) |
다른 원전과 비교했을 때도 고리원전 1호기의 취성화 천이온도는 매우 높다. 이런 상황이 된 가장 유력한 원인은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 용접재의 구리함량이다. 강철의 취성화에서 재료의 구성이 중요한데, 용접재에 구리함량이 0.23%이다. 이는 매우 높은 비율로 고리원전 1호기의 원자로 압력용기가 왜 그리 일찍 취성화가 되었는지 설명이 가능하다.
결국,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 초기부터 뜨거운 유리가 갑자기 찬 물을 만났을 때 충격, 즉 열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깨어지는 것처럼 파괴될 수 있는 상태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가압형 경수로 원자로는 150기압에서 320도씨의 고온으로 가동 중인데 비상시가 되면 비상노심냉각장치를 가동한다. 이때, 상온의 차가운 물을 갑자기 끼얹어야 할 상황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배관이 손상되어 냉각재 공급이 불가능했고 담수가 준비되어 있지 못해서 바닷물을 주입했다. 이럴 때, 고리원전 1호기는 107도씨 이상의 고온의 물을 준비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100도씨 이상의 물이 끓지 않게 하려면 대기압 이상의 압력도 필요하다. 사실상, 비상노심냉각장치를 가동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로 지난 34년을 가동해왔다는 의미인데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의 안전성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은 미국 기준을 들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고시 제2009-37호(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1-08호), ‘원자로압력용기에 대한 감시시험 기준 고시’에 따르면 미국 핵규제위원회(NRC)의 관련 규정을 우리가 준용하고 있다. NRC 관련 규정에 따르면 용접재의 가압열충격 기준온도가 149도씨인데 고리원전 1호기는 1999년 당시 142.33도씨로 기준에 근접했지만 2005년 정밀평가방법을 써 보니 126.66도씨로 다시 내려갔다는 것이다. 가압열충격온도는 취성화 천이온도에 온도 변화추이 요소와 여유도를 더한 것으로 취성화천이온도을 규정화시킨 값이라고 보면 된다.
표 3) 고리 원전 1호기 샤르피 충격시험 결과(출처: 한국수력원자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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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
1988년 1월 |
1999년 9월 |
2005년 6월 |
RTPTS 값 |
134.73℃ |
138.06℃ |
142.33℃ |
126.66℃* |
*샤르피충격시험이 아닌 마스터커브 방식으로 구한 값
그런데, 이때 사용한 정밀평가방법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취성화천이온도를 구하는 고전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인 샤르피 충격시험 대신에 마스터커브 방식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샤르피 충격시험으로 취성화 천이온도가 높아지고 최대충격흡수에너지가 낮아지자 3단계의 상세평가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3단계의 상세평가는 1. 100% 체적 비파괴검사로 균열 여부를 확인하고 2. 파괴인성 시험을 통한 재료특성 상세 평가를 해서 3. 파괴역학 안전여유도 계산(파괴역학 해석)을 하는 것이다. 이는 원자력안전위원회고시 제2011-08호 14조와 15조에 명시되어 있다. 앞서 말한 원자로의 파괴인성곡선과 가압열충격 곡선을 비교 분석하여 안전 여유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먼저, 취성화 천이온도와 이에 따른 가압열충격온도를 구하는 것은 샤르피 충격시험을 통해서 직접 구할 수 있는데 왜 마스터 커브 방식을 도입했을까. 마스터 커브 방식, 정확히 말하면 컴팩트 테스트를 이용한 마스터 커브 방식은 취성화 천이온도를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재료의 파괴인성치를 구하기 위해 미국에서 최근에 개발된 방식이다.
마스터 커브 방식에 의한 파괴인성 곡선은 파괴인성 값이 일반적인 곡선(마스터 커브)에 의해 표현된다는 가정 하에 재료의 종류에 상관없이 참고 온도(T0)를 이용해서 곡선의 위치를 정한다. 마스터 커브 방식은 샤르피 충격시험이 보수적으로 안전여유도를 과도하게 확보했다는 전제하에 새롭게 개발한 방식이다. 참고 온도(T0)를 이용해 중간값을 중심으로 측정값들이 포함되는 95%의 신뢰구간을 설정하여 하한선으로 파괴인성 곡선을 정하는 방법이다. 샤르피 충격시험을 통해서도 파괴인성곡선을 구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가장 하한치를 중심으로 파괴인성곡선이 정해지므로 이에 비해 마스터 커브 방식은 안전여유도가 적은 방법이다. 파괴인성곡선이 가압열충격 곡선과 가까워지게 되면 안전성이 줄어드는 것인데 방법상 마스터 커브 방식은 샤르피 충격시험에 비해 가압열충격 곡선과 거리가 더 멀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1979년 드리마일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에 신규원전 건설이 꺼려지면서 미국 핵산업계가 택한 방법은 수명연장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보수성을 제거하고 합리적인 평가방법’, 마스터 커브 방법을 새로이 개발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은 파괴인성곡선과 가압열충격 곡선의 비교분석에 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마스터 커브 방식을 통해서 취성화천이온도를 구했고 가압열충격온도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100MPa√m 의 힘에 해당하는 온도인 참고온도(T0)를 기준온도로 삼고 이에 일괄적으로 35도화씨를 더해서 중성자 조사전의 취성화천이온도로 삼는 것이다. 또한 중성자 조사 후에 취성화천이온도를 구할 때도 100MPa√m 를 기준으로 온도변화를 측정하는 것인데 이때 구해지는 온도인 T0 는 중간값의 마스터 커브를 정할 때 사용하는 값이다. 마스터 커브는 95%신뢰구간 내에 5%, 95%, 그리고 평균값의 곡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T0로 그 중간값의 마스터 커브를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중간값의 기준온도를 가지고 취성촤 천이온도를 구했다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정작, 마스터 커브 방식의 본연의 역할인 파괴인성 곡선과 가압열충격 곡선을 비교하는 파괴역학 해석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샤르피 충격시험으로 취성화 천이온도를 바로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성화 천이온도를 구하는 방법도 아니며 더 복잡한 마스터 커브 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1999년 이후에는 고리원전 1호기의 취성화 천이온도를 측정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안전성에서는 보수적인 방법을 채택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미국 핵산업계나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수명연장을 위해서 관련 방법을 개발하는데 있어 안전 여유도를 줄이는 방법을 채택했다. 마스터 커브 방법의 단점 중 하나가 재료의 특성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재료의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스터’ 커브를 고안했고 기준온도 T0에 따라 마스터 커브의 좌우 이동을 통해 위치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고리원전 1호기는 다른 강철과 달리 구리 함량이 높아서 취성화 천이온도가 급증했다. 특수한 재질의 고리원전의 경우에 대해 이런 마스터 커브 방식으로 파괴역학 해석을 하는 것이 적절한 지도 의문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취성화 천이온도에 대한 기준을 새로이 마련했다. 신규원전의 원자로에만 적용하는 이중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신규 원자로에 대해서는 수명말기에 취성화 천이온도가 93도씨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기준을 새로이 정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미국 규정보다 높은 가압열충격 온도인 157도씨로 고시 기준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해 안전성 보장보다 핵산업계의 이익을 중시하려는 결정이다.
결론적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의 안전성 주장은 허점이 많고 고리원전 1호기 안전성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 판단의 한 축인 취성화 천이온도에 대해서는 직접 측정방법인 샤르피 충격시험 대신에 간접적이고 적절하지 않은 방법인 마스터 커브 방식을 사용했고 마스터 커브 방식으로 분석해야할 내용, 원자로의 파괴인성이 가압열충격을 견딜 수 있는 지 확인하는 파괴역학 해석은 공개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점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검사나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검사에서는 왜 이 문제가 지적되지 않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재가동을 허용했을까.
먼저 IAEA의 안전점검을 들여다 보자. 고리원전 1호기는 지난 6월 4일부터 10일까지 짧은 점검기간을 가졌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국제기구’라면 상대적으로 신뢰도를 보내고 있는 한국민들의 정서를이용하고 있지만 IAEA 안전점검단 역시 핵산업계의 일원이다. 단지 국적이 다를 뿐이다. 8명 중 4 명이 각자의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주)과 같은 핵산업계에서 종사하는 직원들이다.
고리 원전 1호기 안전점검팀은 “지난 2월9일 발생된 정전사고의 원인이었던 비상디젤발전기를 포함한 발전소 설비 상태가 양호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주)는 IAEA가 마치 고리 원전 1호기 전반을 점검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비상디젤발전기를 중심으로 ‘조직행정 및 안전문화, 운전, 정비, 운전경험 등 4개 분야'를 점검한 것에 불과하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 수명연장 여부는 한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관련 보고서는 지난 7월 2일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의 홈페이지에 공개되었다. 정전사고 이유 중의 하나로 자만심(Overconfidence)를 지적했다. IAEA가 보기에도 우리나라 핵산업계가 안전문화가 심각한 상태인 것이다.
사실, 고리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 당시에도 IAEA의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비상디젤발전기 문제를 잡아내지 못했다. IAEA 안전점검을 받은 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점검의 내용이 원전 전체의 안전을 책임지는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IAEA 역시 단지, 매뉴얼대로 점검할 뿐이다. 문제는 수 백만 개의 부품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한 핵발전소 내부 어디에 안전점검 매뉴얼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원전은 평균 170km에 이르는 배관과 1,700km에 전기선, 3만개에 이르는 밸브가 있는데 어디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취약해지는 용접부위 65,000여 곳을 조사해야하는데 어디가 취약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개선점으로 검사 항목을 기존 57개에서 100개로 확대한 정도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는 재가동을 허용하면서 3개월간 수십명의 전문가들과 안전검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역시, 비상디젤발전기와 운전문화가 중심이었으며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한 안전 검사는 따로 없었고 서류검토에 그쳤다. 2007년 수명연장을 승인해 준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소속 전문가들이나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용역을 받아 수명연장에 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관련 시험을 해준 원자력연구원 전문가들이 이번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점검의 핵심 전문가들이었다. 2005년 수명연장을 위한 시험과 보고서 작성은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용역을 받은 원자력연구원회에서 시행되어 수명연장의 근거를 제공해 줬다. 그리고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를 검토해서 수명연장에서 안전성에 문제없다고 승인해 줬다. 그런데 이제와서 과거에 그들이 수행했던 검사를 부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리원전 주변 지역인 장안읍 지역대책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합의한 10명의 전문가들이 비공개 상태에서 일주일만에 점검한 내용도 마찬가지로 서류검토였다. 한국수력원자력(주)가 추천한 전문가 3인이 주장한 내용을 민간 전문가들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에서는 심지어 사실과 다르게 샤르피 충격시험이 취성화천이온도를 직접 측정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표현도 있어서 관련 전문가가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문이다.
왜 서류검토만?
고리원전 1호기 원자로 내부에는 가동 전에 감시시편은 모두 6세트가 들어있었다. 5년마다 꺼내어 안전성을 시험하기 때문에 30년 기준 6세트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1999년까지 5세트를 꺼내어 썼고 2005년 수명연장을 위한 시험에서는 기존의 사용한 3차례의 시험 시편의 조각을 용접해 붙여서 사용했다.
사실상, 취성화 천이온도 측정은 1999년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남은 하나의 감시시편 세트 외에도 추가로 한 세트를 더 넣었다고 하는데, 마지막으로 측정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시점, 원자로 안전성에 대해 우려와 관심이 높아진 지금, 감시시편 하나를 꺼내어 취성화 천이온도를 측정하는 것이 안전성 확인에서 필요하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미 1999년에 꺼낸 시편이 핵연료봉과 가까워서 40년 동안 중성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새로이 꺼내어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동일하게 40년 중성자 조사를 예측기준으로 측정한 1979년, 84년, 85년, 88년, 99년 가압열충격 온도가 서서히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다. 40년 기준 자체도 가정이므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겐카이 원전에서 2009년 측정값이 1993년의 예상과 크게 벗어났음을 확인한 것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남은 두 개의 감시시편을 꺼내지 않은 이유를 추정해 보건데, 총 60년으로 수명연장 할 계획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명 연장한 지 10년이 되는 2017년 경에 추가 10년을 연장하기 위해서 2015년에 감시시편을 꺼내어 시험하고, 다시 2027년에 추가 10년을 연장하기 위해서 2025년에 남은 시편을 꺼내 측정하려는 계획인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연구원이 고리원전 1호기와 쌍둥이 원전으로 들고 있는 미국의 키와니 원전의 경우 60년 수명연장 승인을 얻었다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정작 2011년까지 폐쇄된 세계 원전의 평균 수명은 설계수명에 못 미치는 23년이었으며 현재 가장 오래된 원전은 43년이 된 것들로 4기에 불과하다. 현재, 40년 이상된 발전소는 가동 중인 원전 435기 중 29이다. 60년 수명연장 가동 승인과 상관없이 앞으로 얼마 동안 가동이 가능할 지 보장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준비해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는 15만 명이 피난했다. 반경 30km 이내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바람이 북동쪽으로 불어서 북동쪽으로는 50km 지역까지 피난구역이 되어 버렸다. 고리 원전 1호기에서 반경25km 지점에 부산시청과 울산시청이 있다. 후쿠시마 경우처럼 어느 한쪽으로 바람이 분다고 가정한다면 부산시와 울산시 전체가 피난지역이 될 수 있다. 부산시 360만명, 울산 경주 140만명이 피난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고리원전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부산으로 바람이 불었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현재 피난구역의 두 배인 20km까지 피난하더라도 부산시민은 강제 피난 구역이 되지 않는다. 이 때, 급성사망을 비롯, 50여년간 암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90여만명에 달 할 수 있다는 사고피해 모의실험 결과가 나왔다.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피난을 감행한다면 628조원의 경제피해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방사능오염 제염비용과 사고 수습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주)는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으로 보상하는 비용이 500억원에, 배상책임한도가 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고리원전 1호기를 가동해야할 만큼 우리의 전력사정이 나빠진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1980년대 발전설비 60% 이상이 남아돌 때 전기요금을 최고 29.7%까지 9차례나 내렸다. 과도한 전력수요예측과 이에 따른 원전설비 과잉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저장하지 못하니까 전기소비를 정부가 나서서 부추긴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기로 냉난방하는 가장 비효율적인 소비가 구조화되니까 효율을 높일 생각보다 원전 늘려서 공급하는 것이 현재의 에너지, 전력수급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원전 비중 75%인 프랑스가 독일보다 제조업 비중도 낮고 인구도 적은데도 독일보다 전기를 많이 써서 전기가 부족하다. 전기를 수입하다 못해서 2009년 한파에는 제한송전을 해야 했다. 독일은 에너지는 수입하지만 전기는 수출한다. 지난 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도하고 가동 중이던 15기 중 8기의 원전을 바로 문을 닫았지만 효율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로 여전히 전기를 수출했다. 우리나라 고리 원전 2호기가 생산하는 전력량만큼을 수출한 것이다.
독일과 일본 모두 원전 전기가 우리처럼 30%를 담당하고 있었다. 독일은 이를 18%로 줄이고 대신에 재생가능에너지를 20% 이상으로 늘려서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는데 10년이 걸렸다. 22년이면 원전 제로 사회가 될 것이다. 일본은 1년 만에 가동 중이던 54(후쿠시마 사고 원전 4기 포함)기가 모두 멈췄다가 최근에 오이원전이 가동한 정도다. 세계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일본이 마른 수건을 짜는 수요절감이라고 하지만 국민들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줄였다.
정부 당국은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을 결정할 당시 전력란을 강조했다. 하지만 고리원전 1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고작 전체의 1% 뿐이다. 더구나 전력소비가 줄어든다고 가동을 중단하는 것도 아니다.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이 결정된지 2주 만인 엊그제는 900메가와트의 전기가 남았다. 2010년 전기난방으로 소비된 전력량이 25%, 2011년 전기냉방용으로 소비된 전력량이 20%다. 건물만 제대로 지어도 원전 대부분을 닫을 수 있다. 지난 정전사고 훈련 때 절전만을 통해서 줄인 전력량이 고리원전 1호기 9개 분량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