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유기농 배추를 3년 이상 묵힌 천일염으로 절이기‘절인다’는 옷에 땀이 절고 아기들 바지가 오줌에 절며 님 멀리 두고 그리다가 마음에 사랑이 저려오듯이 ‘서서히 조금씩 간이 배게 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배추의 거친 겉잎을 떼어낸 뒤 밑동의 중간 정도까지 칼집을 넣고, 양손으로 칼집 넣은 부분을 벌려 쪼개야 씻을 때 배춧잎 부스러기가 적게 떨어져 나온다. 반으로 쪼갠 배추 가운데에 칼집을 한 번 더 넣은 후 배추를 소금물에 담갔다 꺼내어 줄기 사이사이에 굵은 소금을 조금 더 뿌린다. 자른 면이 위로 오도록 놓고 소금물에 잠기게 해서 하룻밤 절인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는 것이 좋다.
② 김장은 재료를 준비가 반이다. 다듬고, 씻고, 갈기외국의 요리 용어에는 ‘다듬는다’는 말이 없다. 다듬는 것은 음식 만들 때 정성을 들이는 첫 과정이다.
무, 갓, 쪽파, 미나리, 양파, 마늘, 생강… 푸성귀는 낱낱이 사람의 손으로 시든 잎을 떼고 뿌리를 무질러내며 이물을 골라내고 다듬어서 깨끗하게 씻는다. 우리 조상들은 김치를 담글 때 모든 푸성귀는 세 벌 씻고도 맑은 물에 여러 번 헹구는 게 관례였다. 주요 양념인 마늘과 생강은 다지는 것도, 으깨는 것도, 절구로 빻는 것도 아닌, 돌확에 ‘갈아’ 넣었다. 재료를 파쇄 破碎하는 방법의 차이에서 나는 미각의 차이에도 민감해 조리마다 구분해 썼기 때문이다.
③ 김치 맛은 젓갈에서 나온다. 정성껏 달이기젓갈을 달여 쓰면 여름에 담근 김치도 김장 김치처럼 깊은 맛이 난다. 아궁이에 가마솥을 걸고 불을 지핀 뒤 멸치액젓을 붓고, 양파, 마늘, 생강을 통째로, 파를 뿌리째 넣고 끓여 달인다. 액젓을 서너 시간 이상 푹 달여서 멸치 뼈만 남게 되면, 자배기 위에 나무막대 두 개를 걸쳐놓고 그 위에 체나 시루를 올린 뒤 한지로 액젓을 밭는다. 이렇게 정성껏 달인 액젓과 새우젓으로만 간을 맞추면 맛이 깊고 개운하다.
④ 손으로 직접 써는 손맛
무채는 채칼로 썰면 맛이 없다. 손으로 직접 썰어야 김치의 맛도 모양도 더 좋아진다고 한다. 배추김치 소의 주재료인 무채는 크고 작음 없이 가지런히, 가늘게 썰어야 한다. 썰기로 치차면 미세성, 균제성, 정확성에서 한국 사람 따라갈 민족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김치는 칼을 대지 않고 통째로 담그는 것이 원칙이었다. 발효는 신명이 좌우하는 신비스러운 과정이어서 쇠가 닿은 것이 있으면 신명이 노하거나 싫어해 음식이 제대로 안 된다는 신앙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궁중에서는 김장할 때 무를 자르거나 무 껍질을 긁는 데 쇠칼 대신 대나무 칼을 썼다.
⑤ 소 버무리는 데도 순서가 있다.
김치 맛의 오묘함은 소의 배합에 따른 마술에서 나온다. 마술의 효소인 배추 소의 양념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재료와 배합이 달라 다양한 김치 맛과 개성을 만들어낸다. 우리 전통 사회의 집안은 다른 가문과는 맛이 다른 개성 있는 장맛과 김치 맛을 하나씩 지녀야 양반가문으로 행세했다.
버무리는 방법 하나
무채에 고춧가루를 먼저 섞고, 액젓과 새우젓을 넣은 뒤 간 마늘, 생강, 양파, 찹쌀풀, 갓, 쪽파를 넣어 고루 버무린다. 미나리는 가장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살고, 여기에 배를 채 썰어 넣으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더해진다.
⑥ 김장 김치 담그기
절인 배춧잎을 두세 장씩 들추면서 소를 넣고, 반으로 오므려 접어 마지막 겉잎으로 잘 감싼다. 절인 배추에 소를 만들어 넣고 독 속에 차곡차곡 쟁이는 과정을 ‘담근다’고 한다. 김치는 익을 때의 숙성 온도, 배추를 절인 소금 농도 외에 켜켜이 넣는 소의 질과 양 그리고 버무리는 솜씨에 따라 맛깔이 달라져 가문의 개성이 우러나오고, 안주인의 손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오묘한 ‘담금’의 마술은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⑦ 품앗이, 나누면서 쌓이는 돈둑한 정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누구네 집에 잔치가 있거나 김장을 할 때면 서로서로 품앗이를 하는 따뜻한 풍습이 있었다. 이웃 아낙들이 일을 거들러 오면 먼저 그들을 융숭히 대접하는 것이 순서였다. 고기도 삶고, 떡도 찌고, 가마솥에 사골된장국도 푹 끓여 나누어 먹는 정이 함꼐 담그는 김치의 맛을 더욱 좋게 만들어 주는 듯 하다.
⑧ 김치를 저장하는 독, 갊다.
독에 김치를 담을 때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꾹꾹 눌러 담고, 큰 배춧잎으로 덮어줘야 한다. ‘갊다’는 ‘감추다, 저장하다’의 옛말. 김치를 알맞게 갊는 데 가장 좋은 그릇은 독이다. 알맞게 삭힌 김치에서 좀 더 삭히는 과정이 진행되면 시어지는 단계에 이른다. 이 산패를 장시간 막아주거나 연장시켜주는, 조상들의 독창력이 잘 드러난 것이 대형 질그릇인 독이다. 질그릇은 덥고 차가운 외기의 전도를 가장 완벽하게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당한 용기다. 김치는 영하로 보존하는 것이 이상적이나 4℃를 유지해도 석 달까지는 산패를 면할 수 있다. 이 김치 보존 상한 온도를 가장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 응달에 놓인 독이다.
⑨ 오래 보관하는 법, 묻기
여름에는 더위를, 겨울에는 추위를 차단하는 열전도율이 가장 낮은 건재가 바로 흙이다. 음식을 장기간 맛의 변질 없이 보관하는 방법으로 흙의 단열 효과를 십분 활용한 것이 바로 ‘묻음’의 지혜다. 음식이나 곡물 등 부패 가능성이 있는 식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도장’이라 하는데, 바로 흙으로 만든 보관 가옥이란 뜻의 ‘토장土欌’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좀 일찍 먹을 김칫독은 장독대 응달에, 그보다 늦은 겨울에 먹을 김칫독은 도장에, 그리고 겨울에 내어 봄에 먹을 김칫독은 땅에 묻었다. 땅에 묻은 김칫독 위에는 짚을 덮어 보온, 보습, 통풍 효과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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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출처 : 행복이 가득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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