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들 설교 중 청지기 정신이나 청지기 의식을 주제로 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주인이 아니며 청지기이니 청지기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이다.
교회 재정이 궁핍하면 재물을 맡기신 분은 하나님이시니 하나님의 일을 위해 재물을 내어놓는 것이 청지기의 도리라고 하는 설교를 할 수도 있다.
자녀에 대한 애착이 유별나게 강한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자녀도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우리는 맡아서 기르는 청지기이니 하나님의 뜻을 따라 양육하고 자신의 소유로 여겨 자신의 욕심을 실현시킬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말씀을 하시기도 한다.
우리의 인생 자체도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하나님은 우리에게 각자 일정한 시간을 맡겨 주셨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성경을 읽어 보면 청지기에 관하여 직접 말씀하신 부분은 그리 많지 않고 주인을 속인 청지기가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자 주인의 재물이 자기 재물인 양 해고 후를 대비하여 인심을 쓰는 못된 청지기 이야기가 나온다.
청지기에 관한 성경의 언급이 있든 없든 시간 물질 자녀 그리고 인생 자체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관리자 내지 청지기라는 점에 대해 우리는 공감을 할 수 있다.
법적으로 보면 청지기는 소유자는 아니지만 소유자의 포괄적인 위임을 받아 자신의 책임 아래 일정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의 주인이지만 우리에게 광범위한 처분권 내지 재량을 허용하고 계신다.
내가 하나님께 맡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자녀이다.
50에 늦둥이를 얻고 나서 성경말씀 중 가장 듣기 싫은 부분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대목이었다.
나는 만약에 그런 지시를 받으면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거부할 수 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나같은 수준의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아브라함에게 내린 시험을 주실 리가 없건만 지레 겁을 먹고 방어적 태도를 취했다.
요즘에 와서는 늦둥이의 친부는 하나님이시고 따라서 늦둥이는 나에게 잘 섬겨야 할 왕자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다른 집 아이들도 모두 하나님의 아들 딸이기에 똑같이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 본다.
아이들은 인격체이기에 물건이나 시간처럼 주인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따라서 아이들에 대한 하나님의 지위는 아버지되신다는 것이다.
만군의 왕이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왕자 중에서도 특별한 왕자이다.
하나님은 나에게 맡겨주신 아이에게 소유권을 주장하신다고 그 생명을 취하려 드시는 분이 아니시다.
내가 아이를 위하는 마음 이상으로 아이를 생각하시고 필요한 것을 예비하시고 베풀어 주신다.
청지기로서 힘이 들 때면 진짜 아버지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자신보다 아이가 더 소중한 것은 그 아이는 하나님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나도 아들의 신분일 때 육신의 부모님께서 그렇게 나를 대하시고 보살펴 주셨다.
참 감사한 일이고 이런 관계가 대대로 이어지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