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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페가 유럽, 유럽이 구라파가 된 이유.에우로페가 유럽, 유럽이 구라파가 된 이유.
Posted at 2012/05/13 16:07 | Posted in 언어학/언어 잡담에우로페 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인입니다. 이오의 후손이며, 페니키아인이지요. 황소로 변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태우고 바다를 건너, 도달한 땅의 이름이 에우로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들에 의해 유럽 대륙의 이름으로 차용되었지요. 에우로페(Europe)
그리스 : 에우로페 > 에우롶ㅎ
Ευρωπη(에우로페)에서 보면 맨 마지막에 n을 닮은 글자가 있지요. 사실은 h 입니다. 그리스 문자로, 에타라고 하지요. 에타라는 이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래는 ㅔ,ㅣ 의 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변하여서 현대에서는 ㅎ의 발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ㅎ은 자음과 모음의 경계에 있는 매우 독특한 발음이죠. 마치 w 처럼..
이탈리아 : 에우로페 > 에우로파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이 발음이 에우로파로 바뀌었습니다. Europa 라고 쓰지요. 이때 r은 우리나라 ㄹ 처럼 소리내면 됩니다(물론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영어의 r보다는 훨씬 가깝죠).
프랑스1 : 에우로페 > 외롭
이것 참 이해가 안 가는 음운 변동이죠. 여기서 '외'는 단모음으로, 움라우트 입니다. '외'라고 하되, 입모양이 변하면 안됩니다. ㅚ는 ㅟ와 비슷하고, ㅟ는 ㅠ와 비슷하기 때문에 외롭, 위롭, 유롭 하면 비슷하려나요 ?
프랑스2 : 외롭 > 외홉
한편 프랑스에서는 17세기쯤에 r(ㄹ)가 ㅇ, ㄱ, ㅎ에 가까운 발음이 되어버립니다. 이것 참 환장할 노릇이죠. 원래 인두 계열 언어들의 r은 혀를 떠는 발음이었거든요(ㄹㄹㄹ). 상류층 사람들이 그것이 고급스러운 발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구나 할 것없이 이 발음을 쓰게 된 것이죠.
독일어 : 에오로파 > 오위로파 > 오위고파
프랑스어랑 비슷하네요. 프랑스어에는 ㅚ 움라우트였지만 독일어에는 ㅟ 움라우트가 보입니다. 또한 독일의 표준어 (베를린말)은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서 r이 ㄱ, ㅇ, ㅎ에 가까운 음이 되었죠. 프랑스나 독일이나 여전히 몇몇 방언에서는 r이 혀를 떠는 음입니다.
스페인어 : 에우로빠
이탈리아어랑 별로 다른게 없네요
영어 : 에우로페 > 이우로페 > 유롭, 유럽
ㅔ와 ㅣ는 비슷한 음입니다. 그리스어의 '에타'도 ㅔ와 ㅣ의 음을 냈고, 현대 영어의 e도 ㅔ, ㅣ 소리가 있죠. '이우'를 빨리 발음하면 '유'가 되죠.
중국어 : 에우로페 > 어우뤄바
중국어는 음이 생각보다 한정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자음에 특정한 모음이 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아무튼 한자로 어떻게 저렇게 표기하다보니 歐羅巴 가 되었습니다. 어우뤄바 라고 읽고요.
한국어 : 구로파(옛날)
같은 한자문화권인 한국에서, 한국발음으로 저 위의 한자를 읽으니 구로파가 되었죠. ㄱ과 ㅇ은 비슷한 음임을 보여주는 예 중 하나입니다. 뭐 요즘은 유럽이라고 합니다만...
일본어 : 요롭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