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다. 아웃도어 용품 온라인 쇼핑몰 부문 1위 업체인 오케이아웃도어닷컴 CEO를 인터뷰 한 적이 있다. 인터뷰 중에 평소 등산을 좋아한다는 그에게 즐겨 산행하는 전국 명산 중 몇 곳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 CEO가 추천한 산 중에서 개인적으로 특히 좋아한다는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조계산(曺溪山)이었다. 그 이유는 산 자체도 좋지만 법정(法頂)스님과 인연이 있는 송광사와 불일암이 있고 아름다운 사찰로 유명한 선암사가 있어 좋다는 것이었다. 천년고찰이 있어 조용히 사색을 즐기며 산행을 하기에도 그만이라는 평가였다. 전국 내로라하는 산 중에서 아웃도어 전문업체 CEO가 특별히 추천한 곳이어서, 언젠가는 꼭 답사차 트레킹을 해보겠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졌던 계기였다.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 정상에서.
조계산이란 이름은 송광사와 선암사로부터 유래 조계산은 전라남도 순천시 승주읍과 송광면에 걸쳐 놓인 산이다. 주봉은 높이 884m의 장군봉이다. 남쪽을 향한 말발굽형의 능선줄기 서쪽 건너편에 솟은 연산봉(효령봉)과 짝을 이루고 있다. 산세는 그리 크지 않지만 깊은 계곡의 풍부한 수량과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생명력이 가득한 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계산에는 조계종과 태고종을 대표하는 양대 총림인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다. 조계산이란 이름은 이 두 사찰에 의해 생겼다. 조계산이란 이름은 원래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당나라 때 대감선사가 육조를 제수 받고 돌아가던 중 영남 소조부(현 광동성 곡광현)의 조씨 마을에 이르렀을 때, 그곳에 사는 ‘조숙량’이란 인물이 스님의 덕을 흠모하여 쌍계원에 절을 짓고 스님을 모셨다고 한다. 선사는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조숙량의 성 ‘조’와 쌍계원(송광사지에는 大溪)의 ‘계’를 따서 그곳을 조계산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순천 조계산의 유래는 고려 희종 4년(1209년)에 국왕이 어릴 적 스승이던 지눌 보조국사가 옛 길상사 터에 수선사를 세워 승풍 쇄신 운동인 정혜결사를 펼친다는 소식을 듣고 ‘조계산 수선사’라는 편액을 내린 이후부터 조계산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1921년에 세운 ‘선암사 사적비’에는 고려 고종 때 대각국사가 중창하고 산의 이름을 조계산으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조계산이 되기 이전에는 선암사쪽 주봉인 장군봉은 청량산, 송광사쪽 연산봉(효령봉)은 송광산이란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렸었다고 한다. 두 사찰과 산 이름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송광사는 송광산 길상사(신라) => 송광산 수선사(고려) => 조계산 송광사(조선)로, 선암사는 청량산 해천사 => 청량산 선암사 => 조계산 선암사로 각각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송광사 일주문
송광사 일주문과 씽크로율 90%에 가까운 선암사 일주문
선암사-장군봉-보리밥집-송광굴목재-송광사까지 '조계산 보리밥' 트레킹 후기
먼저 선암사 입구 주차장에서 승선교까지는 한적하고 넓은 숲길을 걷는다. 이 숲길은 왼쪽으로 넓은 계곡을 두고 있어 호젓하게 걷기에 좋은 곳이다. 넉넉한 폭으로 놓인 비포장 흙길을 걷다보면 부도밭과 삼나무숲, 야생차체험관 입구를 차례로 지나게 된다. 승선교까진 약 3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이다. 보물로 지정된 승선교와 강선루를 지나면 곧 선암사 일주문 앞에 서게 된다.
선암사에서 뒷쪽으로 생긴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주봉으로 오르는 탐방로와 대각암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있다. 이곳부터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주봉인 장군봉까진 약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산 8부 능선부턴 조금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길이지만 장군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이다.
조계산 최고봉인 해발고도 884m 장군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탁트인 전망이 놓여있다. 연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줄기가 앞에 놓여 있고 동쪽 멀리론 물을 담아 놓은 상사호가 내려다 보인다. 이곳에서 배바위를 지나 작은굴목재와 조계산 보리밥집 방향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해 하산을 서두른다.
좁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작은굴목재 갈림길이다. 이곳에서 보리밥집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면 계곡물이 흐르는 계곡가 오솔길이 펼쳐져 있다. 계곡엔 나무로 만든 다리(장박교)가 세 군데 운치있게 서 있다. 20분 정도 계속 내려오다보니 큰굴목재와 선암사, 보리밥집으로 통하는 두 번째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이 갈림길에서 1~2분 거리엔 ‘그 유명한’ 조계산 보리밥집이 있다. 이 보리밥집은 산장처럼 생긴 단촐한 건물이지만 주변엔 넓은 평상들이 꽤 넓게 펼쳐져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얼마나 많은 지를 짐작하게 하는 규모이다. 조계산을 다녀간 수많은 트레커들이 남긴 후기엔 대부분 이 보리밥집에서 맛보는 비빔밥 시식기가 등장한다. 보리밥 한 그릇은 6000원. 그밖에 막걸리와 간단한 안주거리를 팔고 있다. 주방 바깥 부뚜막 솥단지에선 밥 익는 구수한 내음이 후각을 자극한다.
이 보리밥집에서 15분 정도 송광사 방면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배도사 대피소가 나온다.이 대피소는 1983년에 세워졌는데 당시엔 조계산을 찾는 등산객이 휴일에도 십수 명에 불과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나날이 늘어나는 산행인들의 안전을 염려해 대피소를 세웠다고 한다. 배씨 성을 가진 한 도사가 잠시 머물다간 인연으로 배도사 대피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대피소에서 숲길을 따라 15분 정도 더 걷다보면 고갯마루인 송광굴목재가 나온다. 이 송광굴목재는 천자암과 연산봉,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이 고갯마루를 넘어 송광사까진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송광사에 가까이 내려 갈수록 눈에 보이는 계곡의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작은 오솔길 옆으로 꽤 깊고 수려한 계곡이 계속 이어진다.
송광굴목재에서 45분 정도 내려가면 송광사 남쪽 경사진 산기슭에 펼쳐진 넓은 채마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송광사에서 공양에 쓰이는 각종 채소류가 심어져 있다. 송광사의 살림 규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는 곳이다. 채마밭을 지나면 울창한 대나무숲이 놓여있다. 이 숲을 지나면 송광사 전체 풍광이 드디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 답사한 코스는 선암사를 출발해 조계산 주봉인 장군봉을 오른 후 작은굴목재로 내려와 조계산 보리밥집과 배도사 대피소, 송광굴목재 등을 차례로 거쳐 송광사까지 이르는 코스이다. 조계산 최고봉과 작은굴목재에서 보리밥집까지 이어지는 청정 계곡가 오솔길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코스이다. 트레킹에 소요되는 시간은 장군봉 정상에서 휴식 10분, 보리밥집에서 식사겸 휴식 30분 정도 시간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론 약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물론 이 시간엔 선암사와 송광사 경내를 둘러보는 시간은 포함되지 않았다. 조계산을 대표하는 두 천년고찰을 함께 탐방하려면 트레킹 시간외에도 충분한 여유시간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
송광사 너머로 보이는 조계산 능선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조계산 '명품 트레킹' 코스들 조계산 정규 트레킹 코스는 주로 송광사와 선암사를 오고가는 탐방로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를 가장 빠르게 잇는 코스는 ‘선암사 매표소 - 큰굴목재 - 송광사 매표소’로 이어지는 약 8.7km 코스로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나머지 다른 코스는 주봉인 장군봉이나 연산봉, 천자암 등을 거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 선암사 매표소 -- 큰굴목재 -- 송광사 매표소 (8.7km / 3시간 소요) * 선암사 매표소 - 작은굴목재 - 장군봉 - 장박골 정상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토다리 - 송광사 매표소 (12.2km / 5시간 소요) * 선암사 매표소 -- 작은굴목재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송광사 매표소 (9.6km / 4시간) * 선암사 매표소 -- 천자암 -- 송광굴목재 -- 선암사 매표소 (11.3km / 5시간) * 선암사 매표소 -- 장군봉 -- 장박골 정상 -- 연산봉 -- 송광굴목재 -- 천자암 -- 송광사 매표소 (13.9km / 6시간 소요) |
출처: 루덴스`s 트라이라이프 원문보기 글쓴이: 루덴스
첫댓글 와우! 멋진 순례길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