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무더위에 지친 일상에서 그나마 좀더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수 있는 산행길로 나선다.
뜻하지 않는 장염으로 무더위 만큼긴 유례없는 8일간의 설사에서 벗어나고, 20년전에 가보았던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천 와룡산으로 무작정 떠난다.
아흔 아홉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어 구구연화봉이라 하고 하늘에서 보면 용이 누워있는 형상이라 하여 와룡산이라 한다.
개구리소년으로 유명한 대구 와룡산과는 동명이다.
오래전 그산에 대한 기억이 그나마 뚜렸하게 나는 것은 정상을 다 오른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급내리막을 타고 새로운 봉우리를 향해 힘들게 올랐다는 기억이다.
정상은 높이 801.4m의 새섬봉이다..(민재봉 보다는 2.4미터 높다).
남쪽에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으며 와룡마을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이어지는 주능선이 암봉에 둘러싸여 있어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해 보인다.
천황봉,새섬봉, 상사바위·기차바위·민재봉 등의 암봉이 부드러운 능선길과 묘한 대조를 이루고, 민재봉에 오르면 한려수도와 남해의 크고 작은 섬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의 남쪽 와룡골에는 고려 현종의 등극과 관련이 있다는 와룡사가 있고 그외 백천사, 백룡사등이 있으며 적선사의 사찰터가 남아 있다.
산행코스는 도시옆의 산 답게 여러 경로이나 보통 와룡마을에서 출발하여 상사바위와 새섬봉를 지나 민재봉에 오른 뒤 용의 꼬리라는 기차바위 능선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많이 선택하는데 나는 오늘 용두공원쪽에서 올라 같은 코스 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
토요일 이른 아침의 구마 고속도로는 한적하다. 배롱나무들이 뜨거움을 사랑하듯 검붉게 불타고 있다.
대구에서 2시간15 걸려 오늘 산행에정지인 와룡산 용두공원에 도착하니 8시15분 이었다.
공원입구에 있는 주차장은 한적한데 마침 청소를 하는분이 있어 들머리를 물은 후 5분 정도를 걸어
궁도장을 지나 들머리에 진입한다.
이산의 세봉우리중 천황봉(625)을 가는 길인데 초반부터 빡시다.
바람조차 이 더위에 혼좀 나보라는듯 한점 없는데 잘다니지 않는 등로인지 거미줄도 많다.
그나마 숲이 우거져 땡볕은 없다.
꾸역꾸역 오르는데 힘이 소진이 되지 않아서 인지 크게 힘들다는 느낌은 없다(산행종료시 에는 주저 않고 싶은 생각 뿐)
천황봉까지는 중간에 평지길도 잠시 있으나 계속 오르막이라 보면된다. 한 30 여분을 오르니 숲이 걷히고 본격 조망이 시작된다.
계곡사이 와룡호는 눈 아래고 한려해상공원 남해의 바다와 섬들 그리고 시가지는 떠가는 구름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같다.
그전 몇차례나 갔던 사량도와 그외 수우도.욕지도,연화도,신수도 등 내가 밟아본 섬들이 추억을 회상하듯 두둥실
떠 있다.
내 삶의 아름다운 그림자들 이랄까
한참을 쉬다가 오르는데
흙길이 아닌 돌길이다.
천황봉까지의 능선길은 여기저기 암릉,바위사이를 넘나드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은길이다. 조망도 늘 열려있다.
천황봉 정상 바로밑에 오니 그때 부터는 다소 가파르다. 그래도 정상이 거의 다 와 간다는 희망이 힘을 북돋우고 힘내어 오르니 어느 순간 정상이다. 천황봉이다.
와룡산 세개의 봉우리들중 천황봉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족보에 들지 못하고 새섬봉과 민재봉이 높이로 이산의 정상을 다투는데 새섬봉801미터로 민재봉보다 2미터 높아 명실상부한 와룡산의 정상이다.
천황봉은 사통팔달이다. 동서남북시원하게 뚫렸다.
사천앞 바다는 물론 저 멀리 남해
그리고 사천공항,대교 진주쪽도 모두다 한눈에 들어 온다.
천황봉뿐 아니라 나머지 두개의 봉우리에서도 나무등이 없어 조망하나는 짱중에서도 짱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20년전의 기억이 떠올려지는데 천황봉을 오르면 능선따라 쭉 이어지는 산행길 인줄 알았는데 저 건너편에 이산보다 훨 더높은 새섬봉이 괴물처럼 우뚝 솟아있다.
그것도 재쪽으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다시 산 하나를 타야하는 형국이 되었다.
사실 좀 힘들게 올라 왔는데 다시 내려 갔다가 산을 올라야 한다니 맙소사!
저 높은 봉우리와 가야할 능선을 멍하니 주시하니 저 봉우리만 오르면 내려 가는길은 쉬울것 같아 힘을 내기로 한다. 가자! 내가 못할게 뭐 있나? 삶은 도전과 실패의 시소게임이 아닌가?
급격하게 가파른길을 내려선다.
줄도 있고 계단도 있다. 숲으로 둘러 쌓인 그늘따라 한참을 재쪽으로 내려오니 도암재다.
평평한 넓은 평지에 벤치도 있고 평상도 설치해 놓은것이 쉼터인것 같다. 등룡사.와룡골. 천황봉.새섬봉으로 흩어지는 네거리다.
천황봉코스는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아마도 힘들어서 그럴것 같다. 천황봉이 이산의 주봉도 아니고 또 그쪽 등로로 해서 오르면 재를 건너 새섬봉까지 두개의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천황봉 거치지 않고 바로 도암재로 오르면 쉽다)
잠시 앉아 있다가 힘을 낸다. 이정표를 보니 새섬봉 정상까지 1Km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오르막....
역시 가파르다. 평지란 없다.
간혹 나무사이로 보이는 조망을 위안 삼아 굼벵이가 기어 가듯 천천히 오른다.
몇번이나 아니 쉴수 없다.
사실 아무리 산을 잘 탄다 해도 오르막은 힘들다. 숨도차고 특히 허벅지에 힘이 빠진다. 그래도 참고 힘을 낸다.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 있나.
어느정도 오르니 평평한 암릉지대가 있어 그 위에서 잠시 논다. 경관이 장관이다. 지나온 천황봉이 대 슬랩으로 치장한채 나를 보는것 같다.
힘을 보충키 위해 쵸콜릿을 하나 먹는다. 물도 마신다. 식사를 할라치면 넓은 바위가 멋진 밥상이다.
뒷쪽을 보니 새섬봉의 대암릉 능선 시작점이 나를 내려다 본다. 올라 올테면 와보라는 듯이 거만하게 서 있다. 월악의 영봉처럼.
잠시 계단을 오르니 새섬봉 가는 암릉의 시작점이다. 아주 재미있는 공룡의 등뼈 같은 길로 좌우측 풍광을 보며 암릉능선을 오르고 내리고 걸어 가니 정상이 보이는데 사람이 있는것 같다.
새섬봉은 민재봉보다 2미터 높아 이산의 주봉이 되었는데 아주 오래전 와룡산일대가 물에 잠겼을때 새 한마리가 앉을 만큼만 남아 있어 새섬봉이 되었단다.
정상주변 전체가 넓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 산행이후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다. 오늘 이 멋진산을 혼자 전세 내나 싶었는데 반갑다.
정상에 도착하니 여자가 앉아 있는데 다리에 쥐가 났단다.
남자는 연신 파스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다. 진주에서 왔단다.
내려가는데는 지장이 없을려나.
문득 십 몇년전 한창 산에 다닐때
마이산 정상에서 쥐가나서 울고 불고 하던 여자가 생각난다. 바늘로 찌르고 해도 소용없고 걷지도 못해 자칭 백기사 흑기사라고 자처하는 두사람이 등산스틱에 엉덩이를 받치고 교대로 업고 내려온 기억이 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필이면 그 여자는 뚱뚱 했었다.
정상옆에서 식사를 한다. 그늘 하나 없는 바위 위인데 덥지도 않고 조망 하나는 최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그위에서 먹는 밥맛이란...
새섬봉에서 민재봉가는 길은 평이한 쉬운 능선 흙길이다. 크게 힘들지도 지치지도 않는 길이다. 특히 민재봉 오르기전 등로는 좌우에 철쭉군락지인 것이 봄에는 환상의 로드일거 같다는 생각이다.
(실제 봄엔 철쭉 환상로드)
민재봉에서 또 한쌍을 만났다.
창원에서 왔다고 하는데 도암재쪽으로 해서 올라왔다 한다. 이산은 다른지역의 산과 달리 도시 옆의 멋진 산인데도 불구 생각보다 사람이 없는것이 다소 의아하다.
산행중 부부2쌍 딱 네사람 만남.
민재봉은 암릉은 전혀 없고 넓은 평지위에 나무하나 없는것이 특이한데, 그래서 조망도 좋고 벤치도 설치되어 있는것이 영락 없는 도시옆의 산이다. 산 뒤쪽 백천사쪽에도 올라오는 등로도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이젠 본격 하산이다.
무릎 보호대를 정비하고
스틱을 펼쳐 힘차게 쥔다.
내려가는길은 쉽다. 숨차지 않는다.허벅지에 힘이 들지 않는다.
급하게 내려 가는데 민재봉에서 먼저 출발한 부부가 가고 있다. 그들도 생각 보다는 잘 걷는다.
지나쳐 걷는데 기차바위라는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생각보다 보기보다 걸을수 있는 암릉능선이 별로 없고 단지 바위 몇개를 밟고 지나친다.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평이한 내리막길을 쉴새 없이 내려오는데 긴 시간을 걸어서 인지 힘이 딸린다.
특히나 8일간 설사를 했으니 그영향도 분명 있으리라.
계속 내리막길 이지만 딱 두군데 자그만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한다.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그것도 숨이 찬다.
이산은 천황봉 오를때, 새섬봉 오를때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많은 힘이들며 하산시에는 두군데 가벼운 봉우리를 넘어야 하고, 새섬봉에서 민재봉까지는 평이한 평지 능선길로 크게 힘이 요구 되지는 않는다.
기차바위를 지나 계속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 오늘 써야 될 힘을 다 쓴건지 다소 기진맥진한데 물은 다 떨어져 목은 마르고 패잔병 처럼 비실 내려오니 구세주 같은 날머리 콘크리트도로가 나타나며 산행이 종료된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고 콘크리트도로를 따라 와룡호를 지나 용두공원까지 30여 분을 더 걸어오니 용두공원 주차장이 보인다.
(체력 완전 고갈)
와룡산은 용이 누워 있는 형국으로 비록 100대 명산에는 족보를 올리지 못해도 삐리한 100대 명산 보다 훨 나은산이다,
바다와 섬등이 있는 한려해상공원을 한눈에 조망할수 있고, 산 정상부 등에서 지리산 천황봉, 남덕유산 등이 항시 조망이 가능한 산이며
본인의 체력에 맞게 여러 등로를 통해 정상을 오를 수도 있는 산으로
20년전의 그 산행 추억에 빠져 잠시나마 그시절로 돌아 갈수 있었던 향수 같은 산이었다.
내 삶의 일기장에
새로운날 새로운 추억을 그린날!
인생은 새로움을 그리고 또 회상하고 그리고 또 그려 나가는
술래잡기 같은 놀이가 아닐까?
어느 여름날 바닷가에서의 이기억은
훗날 또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올까나...
06.00 집출발
08.15 용두공원주차장
08.25 산행출발
08.35 들머리
08.52 철탑
09.15 쉬다.전망대
09.35 천황봉가기전 재
10.05 천황봉
10.10 출발
10.30 도암재
10.35 출발
11.40 능선진입
11.50 새섬봉
11.55 점심
12.45 출발
13.25 민재봉
13.35 출발
14.00 기차바위
14.30 와룡.용두마을 삼거리
15.30 날머리. 도로
15.35 활공장
16.05 주차장
용두공원
주차장
직진
들머리
보기 보다 꽤 오르막
와룡 저수지
철탑 조망이 나오기 시작
용두공원
뒷쪽 사량도,수우도
건너편 내려갈 능선
등로
사천시가지. 섬은 신수도
천황봉
직벽 10 m 정도. 줄잡고 기어 오름
7지창 소나무
사천대교쪽
천황봉 정상에 설치
천황봉 정상
뒷쪽 새섬봉
도암재
새섬봉 확대
도암재 가는길 거칠다
산 개구리 많다
좋은길도
도암재
새섬봉가는 길 돌탑들
새섬봉가는 길에서 본 천황봉
새섬봉
하산 능선길
새섬봉 가는 길
능선
청룡사 확대
능선길이 재미있다
저 뒤끝 민재봉
자나쳐 본 새섬봉
산 뒷쪽 백천 저수지 및 백천사
식사장소
성급한 단풍?
기차바위 능선
헬기장
낭만길
민재봉가는 철쭉길
민재봉
민재봉에서 본 내려 가야할 능선
벌써 단풍이?
올라온 능선
와룡마을
확대한 새섬봉
길이 평탄
하산중 본 천황봉 세섬봉
날머리
하산길 옆 활공장
공원내 무료 생수 제공👍
공원
활공장 페러 글라이딩
용두공원(들머리 겸 날머리)
산행 다음날 kbs 영상앨범 "산" 에서 방영
영상앨범 "산" 동영상
https://youtu.be/7NDFpWUqPsU?si=5RLzoZRXVsTPpS7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