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신하는 세상을 바꾼다
한정주 천자문젼
綺回漢惠하고 說感武丁이라.
(기회한혜하고 열감무정이라.)
기리계는 한(漢)나라 혜제를 제자리로 돌려놓았고, 부열은 상(은)나라 임금 무정을 감동시켰다.
綺(비단 기) 回(돌아올 회) 漢(한수 한) 惠(은혜 혜)
說(기쁠 열) 感(느낄 감) 武(호반 무) 丁(고무래 정)
고대 중국의 성왕(聖王)들을 보면, 반드시 그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도운 현신(賢臣)들이 곁에 있었습니다. '綺回漢惠(기회한혜 : 기리계는 한(漢)나라 혜제(惠帝)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라는 말은 현인(賢人) 기리계(綺里季)로 인해 혜제(惠帝)가 황제(皇帝)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는 뜻입니다. 혜제(惠帝)는 한(漢)나라를 세운 유방의 큰 아들로서, 한나라 제2대 황제가 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유방은 혜제가 태자 시절에, 그의 성품이 어질고 나약하다는 이유로 태자의 자리를 박탈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태자의 성품을 문제 삼은 것은 핑계일 뿐, 유방은 자신이 총애하는 척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여의(如意)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혜제(惠帝)는 수차례 태자의 직위를 잃을 뻔한 위기 상황을 맞았습니다. 이때 태자를 폐위시키려는 유방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은 사람이 바로 기리계(綺里季)입니다. 기리계는 소위 '상산사호(商山四晧)' 중 한 사람인데, 상산사호란 한나라가 개국하기 전 진시황 때 혼란스러운 세상을 피해 섬서성 상산(商山)에 은둔해 산 네 사람의 현인(賢人)을 말합니다. '사호(四晧)'는 이 네 사람이 모두 눈썹과 수염이 흰 노인들이어서 붙여진 것입니다. 따라서 '기리계가 혜제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는 말은, 태자의 자리를 박탈당할 뻔한 혜제를 태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게끔 했다는 뜻이 됩니다. 혜제는 등극은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인 여후(呂后)가 척희를 人彘(인체:팔다리를 잘라 마치 돼지처럼 만들어 돼지울이에 가둠)로 만들어 잔악하게 죽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후사를 남기지 못하고 재위 6년만에 죽었습니다. 슬픈이야기죠.
'說感武丁(열감무정 : 부열은 상나라 임금 무정을 감동시켰다)'은, 위 스물세 번째 이야기에 나오는 부열과 상(商 : 은)나라 제22대 임금인 무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무정 임금이 부열을 만난 일은 한 편의 드라마와 같습니다. 무정 임금은 즉위하면서부터, 쇠약해진 상(商 : 은)왕조를 부흥시킬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무정 임금은 자신을 도울 현신(賢臣)을 얻지 못해, 그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무정 임금의 소망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매일 밤마다 꿈속에서 자신을 보좌할 현인(賢人)을 만났는데, 꿈속에 나타난 이는 열(說)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무정 임금은 꿈속에서 만난 현인을 찾고자, 모든 대신과 신하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허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험(傅險)이라는 곳을 찾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길을 닦고 있던 죄수 신분의 열(說)이라는 사람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를 본 무정 임금은 자신이 꿈속에서 본 바로 그 사람이라면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숨어 있는 현인(賢人)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즉시 자신의 재상(宰相)으로 삼아 상(商 : 은)나라를 다스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상(商 : 은)나라는 태평성대의 치세(治世)를 맞게 되었습니다. 현신(賢臣) 부열(傅說)의 이름은, 부험(傅險) 땅의 부(傅)를 성(姓)으로 삼았기 때문에 붙여지게 된 것입니다.
종요의 대서사시 천자문
이윤숙 천자문역해
.
제7절 名臣列傳(명신열전)
[67]~[76]은 10개 문장 80자로 이루어졌다. 지은이가 조정의 관리가 되어 본보기로 삼았던 명신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헤아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창업공신을 비롯하여 격동기를 주로 전쟁터에서 보낸 인물들이다. 저자인 종요(鍾繇) 자신이 격동기인 한나라 말기와 위․촉․오 삼국시대를 살면서 새로운 왕조를 세우고 이때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 역사에서 모범이 된 명신들을 거론하고 있다. 중국의 고대국가체제가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된 夏(하)․殷(은)․周(주) 삼대를 비롯하여 춘추전국시대와 통일국가를 이룬 秦(진)나라와 漢나라 시대에 군왕을 훌륭하게 보좌한 명신들을 사례로 들어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67.磻溪伊尹이 佐時阿衡이라
반계와 이윤은 좌시와 아형이다.
磻(돌 반) 溪(시내 계) 伊(저 이) 尹(맏 윤)
佐(도울 좌) 時(때 시) 阿(언덕 아) 衡(저울대 형)
68.奄宅曲阜하니 微旦孰營이리오
문득 곡부에 집을 지으니, 단이 아니면 누가 경영했으리오.
奄(문득 엄) 宅(집 택) 曲(굽을 곡) 阜(언덕 부)
微(작을 미) 旦(아침 단) 孰(누구 숙) 營(경영할 영)
69.桓公匡合하여 濟弱扶傾이라
환공은 바로잡고 규합하여 약한나라를 구하고 기우는나라를 붙들어주었다.
桓(굳셀 환) 公(귀인 공) 匡(바를 광) 合(모을 합)
濟(건널 제) 弱(약할 약) 扶(붙들 부) 傾(기울어질 경)
70.綺回漢惠하고 說感武丁하니라
기리계는 한나라 혜제를 돌려놓았고,부열은 무정을 감동시켔느니라.
綺(비단 기) 回(돌아올 회) 漢(한수 한) 惠(은혜 혜)
說(기쁠 열) 感(느낄 감) 武(호반 무) 丁(고무래 정)
71.俊乂密勿하여 多士寔寧이라
뛰어나고 재주 있는 자들은 빽빽하고, 많은 선비가 있어 편안하니라.
俊(준걸 준) 乂(어질 예) 密(빽빽할 밀) 勿(말 물)
多(많을 다) 士(선비 사) 寔(이 식) 寧(편안할 녕)
72.晋楚更覇하고 趙魏困橫이라.
진과 초가 번갈아 패권을 잡고, 조와 위는 연행에 공궁해졌느니라.
晉(나라 진) 楚(나라 초) 更(번가를 경) 覇(으뜸 패)
趙(나라 조) 魏(나라 위) 困(곤할 곤) 橫(가로 횡)
73.假途滅虢하고 踐土會盟이라
길을 빌려 괵을 멸망시키고, 천토에 모여 맹세하였느니라.
假(빌릴 가) 途(길 도) 滅(멸할 멸) 虢(나라 괵)
踐(밟을 천) 土(흙 토) 會(모일 회) 盟(맹세 맹)
74.何遵約法하고 韓弊煩刑이라
소하는 간략한 법에 따랐고, 한비자는 번거로운 형벌에 피폐하였느니라.
何(어찌 하) 遵(좇을 준) 約(요약할 약) 法(법 법)
韓(나라 한) 弊(해질 폐) 煩(번거로울 번) 刑(형벌 형)
75.起翦頗牧은 用軍最精이라
백기,왕전,,염파,이목은 군 다루기를 가장 정미롭게 하였느니라.
起(일어날 기) 翦(자를 전) 頗(자못 파) 牧(칠 목)
用(쓸 용) 軍(군사 군) 最(가장 최) 精(정할 정)
76.宣威沙漠하고 馳譽丹靑이라
사막에까지 위력을 떨치고, 단청하여 명예를 드날렸느니라.
宣(베풀 선) 威(위엄 위) 沙(모래 사) 漠(아득할 막)
馳(달릴 치) 譽(기릴 예) 丹(붉을 단) 靑(푸를 청)
.
[ 商山四皓 ]
한 고조(漢高祖) 때 섬서성(陝西省)의 상산에 은거하던 네 노인.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角里先生)의 네 은사(隱士)로, 수염과 눈썹까지 희어 四皓라 함.<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
吾慕漢初老 時淸猶茹芝(오모한초로 시청유녀지 ; 나는 한의 초기 상산사호 노인들, 그 시절이 맑되 오히려 지초 먹음을 그리워하노라.)<두보杜甫 북풍北風>
常怪商山老 兼存翊贊功(상괴상산로 겸존익찬공 ; 상산사호들이 임금 돕는 공을 겸하여 두고 있음을 늘 괴이하게 여기노라.)<두보杜甫 추협秋峽>
昔日商山老 今朝會小亭(석일상산로 금조회소정 ; 옛날의 상산사호들, 오늘 작은 정자에 모였구나.)<안봉安鳳 사로회四老會
부열[ 傅說 ]
이름은 태(兌)로도 쓴다. 은고종(殷高宗, 武丁) 때 사람. 현상(賢相). 부암(傅巖)에서 담장을 쌓는 노예였다고 한다. 고종이 꿈에서 성인(聖人)을 보았는데, 이름이 열이라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 인상을 그리게 하고 부암의 들판에서 찾았다고 한다. 고종이 부열에게 “가물 때라면 너를 장맛비로 삼겠다.”고 하였다.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은 나라 고종의 현상(賢相). 부암에서 담 쌓는 일을 하던 어진이를 얻었다 하여 고종이 부열이라 했고, 정승으로 삼을 때 ‘若濟巨川 用汝作舟楫 若歲大旱 用汝作霖雨 ~若作和羹 爾惟鹽梅(약제거천 용여작주즙 약세대한 용여 작림우 ~약작화갱 이유염매 ; 큰 내를 건널 때 너를 배로 삼고, 큰 가뭄이 드는 해는 소낙비로 삼으리니, ~국을 끓일 때 너는 양념이 되어 다오.)’라 했음.<서경書經 상서 열명商書說命> 죽은 뒤 기성(箕星)을 타고 하늘에 올라 별[부열성傅說星, 동쪽에 있음]이 되었는데, 후궁(後宮)들이 아들 낳기를 원할 때 이 별에 제사 지낸다 함.
.
其生也 有自來 其逝也 有所爲 故申呂自嶽降傅說爲列星 古今所傳 不可誣也(기생야 유자래 기서야 유소위 고신려자악강 부열위열성 고금소전 불가무야 ; 백대의 스승이 출생함에는 그 오는 바가 있고, 가는 데에도 무엇인가 하는 바가 있다. 그런 까닭에 주 선왕周宣王 때의 신후申侯와 여후呂侯는 숭산嵩山에서 하강하였고 부열은 죽어서 기미성箕尾星이 되어 성좌星座에 참열하였던 것이니, 고금으로 전해 오는 것이 가히 거짓은 아니라.)<소식蘇軾 조주한문공묘비潮州韓文公廟碑>
.
才非傅說楫 世運亦未昌(재비부열즙 세운역미창 ; 재주는 부열의 노와 같지 않고, 세상 운수 또한 창성치 못하네.)<이달충李達衷 낙오당감흥시樂吾堂感興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