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서울신묵초 이끈 배 동 감독,
“선수들 성장하는 모습에 자부심 느껴"
[ 2010-04-29 ]
신묵초의 배 동 감독 ⓒ이상헌
신묵초와 우이초의 ‘2010 동원컵 전국 초등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렸던 서울 신묵초 운동장.
각종 이벤트와 신묵초 학생들의 열띤 응원으로 최고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 경기에서
홈 팀 신묵초는 우이초에게 0-3으로 패했다.
홈에서 잔치를 벌이고 싶었던 신묵초 입장에서는 매우 쓰라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서울동부리그 2위인 신묵초는 작년부터 우이초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적이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신묵초를 맡고 있는 배동 감독(49)은 의외로 담담했다.
“승패에는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경기 전에 교장 선생님도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재미있고 즐거운 축구를 보여 달라고 하시더군요.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평소에도 가급적이면 패스와 드리블 등 개인기를 활용한 축구를 주문하는데,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만 응원단도 많고, TV 중계 카메라도 있다보니 선수들이 긴장한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날씨가 춥고 비가 많이 내리면서 잔디가 미끄러워 패스나 드리블 등이 여의치 않았던 면도 있고요. 우이초는 우리보다 체격 조건에서 좋다보니 그 점을 많이 활용했고,
첫 골을 너무 쉽게 허용하면서 이후 역습으로 2골을 더 내주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라 정신적으로 무너지면 힘들어지죠.”
덧붙여 배 동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 외에 4~5학년 선수들도 교체로 투입하며,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쌓게 배려했다. 신묵초는 평소에도 리그 경기를 치르면서
저학년 선수들을 많이 기용해 고른 기량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에도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주목받는 경기라고 해도 그 원칙을 따른 겁니다.
선수들을 고루 기용해 경험을 쌓아야만 팀 전체의 실력이 향상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번 경기에서도 4~5학년 가리지 않고 기회를 골고루 줬죠.”
신묵초와 우이초의 경기 모습 ⓒ이상헌
팀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낸 배 감독. 그는 1999년 신묵초 축구부가 창단되면서 지금까지 12년째 팀을 맡아 이끌어오고 있다. 부산상고(현 개성고)와 광운대를 거쳐 서울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배 감독은 현역 은퇴 이후 1989년부터 98년까지 은행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했었다. 그러나 축구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해 99년부터 다시 축구계로 뛰어든 것.
“축구를 한 선수라면 누구나 지도자에 대한 꿈을 갖고 있잖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
은행에서 근무하면서도 생활체육팀에서 감독도 하고 선수로도 활동하면서 축구에 대한 감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축구 전술 등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했고요. 결국 신묵초에서 지도자의 꿈을 실현하고 있는 셈이죠.(웃음)”
신묵초에서의 12년을 회상하며 배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12년간의 세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화랑대기에서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던 순간도 있었고, 지난 2년간은 운동장 공사로 인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훈련을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일단 축구 감독이면 좋은 성과를 얻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죠.
저로서도 2002년과 2003년에 화랑대기 결승전에 연속 진출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아쉽게 두 번 모두 준우승이었지만 말이죠.(웃음) 그리고 2002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
일본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나갔던 것도 좋은 기억입니다.
36개 팀이 출전했는데, 우리가 우승을 차지했었어요."
"최근 2년간 운동장 공사 때문에 훈련할 곳이 없어 떠돌아다녔던 것은 아픈 기억입니다.
인근의 인조잔디구장을 연간계약으로 사용했는데, 여러 곳을 전전하다보니 훈련량도 조금 부족했고, 그로 인해 선수들 수급 문제도 쉽지 않았어요.
작년 12월 최신 시설의 인조잔디구장이 개장하고, 학교 내에 체육관과 함께 축구부실이
잘 갖춰지면서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웃음)"
또 한 가지 배동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축구 행정이다.
현재 배 감독은 신묵초 감독 외에 서울시축구협회 경기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 전에는 초등부위원장도 역임했다. 지도자의 길과 함께 행정의 재미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 배 감독의 설명이다.
"제가 서울시축구협회 경기이사를 2년째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초등부위원장을 3년 했었고요. 지도자이지만, 행정을 겸한다면 더 좋다고 봐요.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가지를 잘 조합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도자를 하면서도 행정에 대해 늘 관심을 두고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에 초중고리그가 처음으로 발족했을 때 서울 지역의 초중고리그 운동장 섭외와
대진 구성 등을 위해 서울시축구협회, KFA 등과 함께 일을 진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도와 행정을 겸한다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지만, 보람이 크기 때문에 즐겁게 일하고 있죠."
마지막으로 배 감독은 올 시즌 신묵초의 목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장기적인 목표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한국축구의 근간인 유소년축구를 위해 계속 헌신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일단 신묵초는 서울동부리그 2위를 달리고 있어요. 하반기에는 더 전력을 가다듬어서
성적을 유지해야 합니다. 2위까지 왕중왕전 진출권이 있거든요. 2위 내에 들어서
왕중왕전에 나가는 것이 당면 목표죠."
"지도자로서는 초등학교에서 12년을 보냈는데, 한국축구의 근간이 초등축구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로 힘든 점도 있지만, 코흘리개였던 선수가 의젓한 축구 선수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볼 때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제가 좀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한국축구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유소년 육성에 모든 역량을 쏟고 싶네요."
인터뷰=이상헌
첫댓글 감독님!! 화이팅~~^^
감독님 힘내세요!!!!
신묵 파이팅~ 감독님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