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입동立冬 / 차승열 점묘파 화가들의 화랑으로 들어선다 부는 바람이 여간 맵지 않다 싹을 틔우고 줄기를 내어 나름 몸을 지니고 살던 것들이 삶의 끈을 내려 놓고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가려는 즈음 가지에 매달려 안달하는 어린 잎사귀들과 질긴 인연을 끊으려 악다구니하는 모진 바람과 때론 행복으로, 대개는 불행으로 뒤엉켜 정답던 이웃들이 점점이 사라져가는 슬픈 풍경화 아주 오랜 세월을 돌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러면 너는 내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올까 화랑을 둘러보고 나서는 길 부질없이 눈이 날린다 <이미지 스크랩> cafe.daum.net/Greenhill |
【 시작 메모 】
가을숲에 들어 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점묘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은행나무 숲에 들어서면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사물을 점으로 묘사함으로써 고유의 색 이면에 존재하는 새로운 색의 세계를 추구했던 그들처럼 무성했던 녹음이 한 잎 두 잎 낙엽이 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리가 보고 듣고 알고 살아온 세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숭엄한 세계를 깨닫게 됩니다. 우주에 흩어진 에너지가 모여 생명체가 되고 또다시 먼지로 돌아가는 생명의 순환, 무수한 순환 속에서 인연으로 만나 울고 웃던 추억들, 그들도 아마 새로운 색의 세계 속에서 우주의 순환을 보았겠지요. 시련의 계절로 가는 겨울의 입구에서 가을과 또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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