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 소풍가는 길
청명한 가을하늘 구름 벗 삼아
주먹밥 몇 알 봇짐에 질끈 메고
쉬엄쉬엄 걸음 옮기니
백동 초입엔 저만치 가을이 익어간다.
들녘 아낙네는 알곡 챙기려 분주히 움직이고
길옆 숲길은 색동옷 단장 한창이다.
단풍길 터널을 지나
숨 헐떡이며 오르다 앉기를 수 없이 반복하며 미타암에 오르니
가슴 뻥 뚫리는 仙界가 눈앞이다.
주먹밥 한 입에
미타암 뜨락 약수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쳐다보니
근심걱정 무거운 마음 가을바람에 흩어지고
얼굴엔 웃음 가득 눈 앞 쪽빛 하늘이 열린다.
가을을 남겨두고 하산하는 길에
낯선 길손에 놀란 다람쥐
저녁 공양 준비를 하다말고 다람다람 뛰기를 거듭한다.
다람쥐 친구 되어 숨을 고르니
귓전 가득 싸르락 싸르락 낙엽 흩날리는 소리
그 옛날 동지섣달 긴긴밤에 자취방 가는 골목 모퉁이
창문너머 붉은 백열등 아래 예쁜 아낙네 속치마 벗는 소리와 흡사하다.
천성산 자락 벗어나 백동에 다다르니
인심 좋은 친구들 반갑게 맞으면서 어서 오라 손짓한다.
술 잔 앞에 두고 하얀 도화지에 인생을 그리다보면
어느덧 백동 소풍가는 길이 좋기만 하다.
첫댓글 쌤 멋있어요💙💙💙💙쌤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