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 문수보살장

[一心行 안경애]

◉ <원각경> 문수보살장

이에 문수사리보살이 대중 가운데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는 꿇어앉아서 차수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대비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 모임에 찾아온 법중(法衆)을 위하여 여래께서 본기(本起)하신 청정한 인지(因地)의 법행(法行)을 설하여 주십시오.

또한 보살이 저 대승 중에서 청정심을 발하여 모든 병을 멀리 여의도록 설하여 주시고 또 미래의 말세중생들 중에서 대승을 구하는 자로 하여금 능히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고 오체를 투지하면서 이렇게 세 번 청하기를 마치고 다시 시작하려 하거늘.

저 때에 세존께서 문수사리보살에게 이르시되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야, 너희들이 이에 능히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여래께서 인지(因地)에서 수행하던 인지법행(因地法行)을 물어서, ‘또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저 대승 중에 청정심을 발하게 하며’ 말세의 일체 중생 중에서 대승을 구하는 자를 위하여 바른 주지(住持)를 얻어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구나.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리니 자세히 들어라.

때에 문수사리보살이 가르침을 받들어 환희하고 대중들과 조용히 듣더라.

선남자야, 위없는 법왕의 대다라니문이 있으니 원각(圓覺)이라고 부르며, 일체 청정한 진여와 보리와 열반 및 바라밀을 유출하여 보살을 가르친다. 일체 여래는 본기(本起)한 인지(因地)에서 모두가 원조청정각상(圓照淸淨覺相)을 의지하여 영원히 무명(無明)을 끊고서 바야흐로 불도를 이루었다.

어떤 것이 무명(無明)인가?

선남자야, 일체 중생이 무시(無始)로 부터 여러 가지로 전도(顚倒)된 것이, 마치 사람이 사방을 바꾸어 잘못 알고 있듯이, 사대(四大)를 자기 몸으로 잘못 알고, 육진(六塵)을 반연(攀緣)한 그림자를 자기 마음으로 잘못 알고 있다. 비유하건대 저 병든 눈으로 허공꽃과 제이월(第二月)을 보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허공에는 실로 꽃이 없는데 눈병이 난 사람이 허망하게 집착하는 것이니, 이 망집(妄執)으로 말미암아 허공의 자성(自性)만 혼미할 뿐 아니라,또한 다시 저 꽃이 피는 곳도 혼미한 것이다. 이리하여 허망하게 생사 윤전(輪轉)이 있으므로 무명(無明)이라고 부른다.

선남자야, 이 무명이라는 것이 실제로 바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꿈꾸는 사람이 꿈을 꿀 때는 없지 아니하다가 꿈을 깨면 마침내 얻을 수가 없는 것과 같고, 또 뭇 허공꽃이 허공에서 없어져도 가히 없어진 곳을 정하여 말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생겨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일체 중생이 무생(無生) 중에서 허망하게 생멸을 보는데, 이러한 까닭으로 ‘생사에 윤전한다’고 한다.

선남자야, 여래의 인지(因地)에서 원각(圓覺)을 닦는 자가 이렇게 허공꽃인 줄 분명하게 알면 곧 윤전이 없고, 또 저 생사(生死)를 받을 신심(身心)이 없다. 조작(造作)하여서 없는 것이 아니라, 본성(本性)이 없기 때문이다.

저 지각(知覺)은 마치 허공과 같으며, 허공인 줄 안 것도 곧 공화상(空華相)이다. 그러나 가히 지각성(知覺性)이 없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유(有)와 무(無)를 모두 털어버리면 이것을 ‘정각(淨覺)을 수순(隨順)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허공성(虛空性)이기 때문이고, 항상 부동(不動)하기 때문이고, 여래장 가운데는 기멸(起滅)이 없기 때문이고, 지견(知見)이 없기 때문이고, 법계성과 같아서 마침내 원만하여 시방에 두루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지법행(因地法行)이라고 한다. 보살은 이리하여 대승 가운데서 청정심을 발하니, 말세중생이 이것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사견(邪見)에 떨어지지 않는다.

저때에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베풀고자 게송을 설하여 말씀하셨다.

문수여 마땅히 알라.

일체 모든 여래는 본기(本起)한 인지(因地)로부터

모두가 지혜를 깨쳐 무명을 요달하나니

저것을 공화(空華)로 알면 유전(流轉)을 벗어나리라.

꿈꾸던 사람이 깨면 얻지를 못함과 같다.

각자(覺者)는 허공과 같아 평등해 동전(動轉)치 않고

시방에 각(覺)이 두루해 즉시에 성불하리라.

환(幻)이란 소멸처(消滅處) 없고 성도도 얻지 못하니 본성이 원만하다네.

보살은 이 가운데서 보리심 능히 발하고

말세의 모든 중생도 수행해 사견(邪見)면한다.

[初志 김상원]

감사합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