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산을 다녀와서(2) : 백석산에서 진부 막동으로 내려와 돌아오며

[백호]

<백석산에서 진부 막동으로 내려와 돌아오며>

  내려오는 길도 상당히 유(柔)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산돼지들이 파헤친 곳이 많아 등산로 찾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일행이 정상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아 활짝 핀 산목련이 있었다. 또한 백석산을 올라오면서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내려가는 길에서는 2명을 만났다. 이들은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조금 가자, 일행이 당초 내려가려고 한 던지골로 가는 “염암사” 표지판이 보였다. 그곳에서 얼마 가지 않아 등산로를 찾을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본 영암사 표지판과 활짝 핀 산목련>

<이 산에는 유난히 팍새꽃이 많이 피었고>

<백석산을 내려가며 본 길옆 풍경>

  되돌아서서 영암사 표지판이 있는 곳까지 가면, 던지골로 내려가는 길은 찾기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왕 이곳에 온 김에 새로운 길을 찾아 내려가려고 했다. 나는 일행과 조금 떨어져 바위로 갸로막힌 능선을 우회해  길이 있는 가를 살폈다. 그러나 능선에 도착해도 길은 보이지 않았다.

  능선에 혼자 온 것을 산신이 가상히 여겼는지 돌아오는 길에 곰취가 보였다. 그것은 새싹이 나온 지 좀 오래되어 쇤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하나 꺽어보니 아직 먹을 만하다고 판단되었다. 여기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여기저기에 많이 보였다. 어떤 것은 보통 재배하는 곰취 잎의 4~5배 정도 되는 것도 있었다. 일행이 기다렸기 때문에 앞에 있는 것만 꺽어 배낭에 넣고 내려왔다.

  일행이 있는 곳도 등산로는 보이지 않았다. 등반대장은 산림조합에 근무하며, 길이 없는 산을 많이 다녔다. 그래서 그가 앞장서고, 일행은 그의 뒤를 따라 계곡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조금 내려가자 임도가 보였다. 그러나 임도를 따라가면 거리가 엄청 멀기 때문에 다시 길이 없는 산비탈을 타고 내려갔다. 아래에 임도가 보여서 질러 간 것이었다. 산은 몇 년 전에 벌채를 했는지 주위에는 드릅이 많이 보였다. 이미 쇠서 먹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람 손을 타지 않아 봄에 새로 난 싹들이 무럭무럭 크고 있었다. 또한 임도 주위에는 은초롱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하늘나리꽃에 앉아 맛있는 꿀을 빨아먹는 나비 모습>

<임도 변에 아름답게 핀 은초롱꽃 1>

<임도 변에 아름답게 핀 은초롱꽃 2>

<임도 변에 아름답게 핀 은초롱꽃 3>

<임도에서 방향을 잡는 일행 모습>

<임도를 내려오는 일행 모습>

  일행은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다시 계곡으로 길없는 산을 내려가려고 했다. 그 때 일행 중 한명이 스마트폰을 켜서 지도를 보더니, 이쪽으로 가면 진부 막동 쪽이라고 했다. 당초 계획대로 던지골로 가려면, 아까 등산로를 잃은 곳에서 반대로 내려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막동 쪽으로 많이 내려왔다. 일행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마을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계곡을 향했다.

<길이 없는 산비탈을 내려오면서 본 풍경>

<길이 없는 산비탈을 내려가는 일행 모습>

  얼마 내려가지 않아 계곡이 나타났다. 계곡 위에는 사람들이 살지 않았고, 주위는 나무들이 꽉 들어차 있어 계곡물은 무척 시원했다. 일행 중에는 이 물에 세수를 하고 퍼 마시기도 했다. 여기서부터는 약초나 나물을 뜯으러 다녔는지 잘 모르겠으나, 어렴풋이 사람이 다닌 길의 흔적이 보였다.

<계곡을 만나 세수 등을 한 일행>

  계곡을 따라 내려오자, 물은 점점 많아지고 여기저기에 작은 폭포와 소(沼)가 있었다. 또한 사람이 다닌 길도 뚜렷이 나타났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온통 나무그늘이었다. 일행은 바위가 넓은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술과 닭튀김을 먹었다. 바로 아래 개울 건너에는 조그마한 밭을 일구었고,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개울을 건너는 통나무 다리도 놓여 있었다.

<막동계곡의 작은 폭포와 소(沼)>

  여기서부터는 길이 좋아졌다. 아마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러 많이 다닌 것 같았다. 길옆 하늘나리꽃은 응달에 크지만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태양을 올려다 보는 것 같았다. 계곡이 점점 크고 넓어지더니, 일행은 드디어 포장도로에 도착했다. 도로 위 쪽에는 조그마한 암자가 있다고 한다. 일행은 임도를 걸어서 내려왔다. 계곡 옆에는 전에 없던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아마 수도권에 살던 사람이 퇴직 후, 산 좋고 물 맑은 이곳으로 집을 짓고 온 것 같았다.

<숲 속에서 고개를 쳐든 하늘나리꽃 모습 1>

<숲 속에서 고개를 쳐든 하늘나리꽃 모습 2>

  막동리가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집이 새로 들어선 곳마다 개나리와 소나무 등으로 나무울타리를 만들고, 커다란 대문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계곡 건너편에 있는 집으로 가는 다리도 수해복구사업으로 멋있게 놓여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막동리 옛집은 대부분 빈집이 되었고, 별장처럼 들어선 새집들이 이곳의 풍경이었다. 또한 계곡 주위에는 펜션이 관광객을 맞고 있었다.

<막동리 본마을 펜션 정원에 핀 나리꽃>

<막동리 본마을 펜션 앞으로 걸어오는 일행>

  일행은 당초 던지골로 내려와 운전하는 사람들이 택시를 타고 모릿재 터널로 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진부면 막동리로 내려오는 바람에 일행 모두가 모릿재 터널로 가야만 했다. 여자 총무의 친구가 사초거리에 살고 있는데, 오늘 점심에 일행이 먹은 상추와 양상추를 그녀가 따주었다고 했다. 마침 그녀가 봉고를 가지고 있어 그녀에게 일행을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쾌히 응해 막동리 입구의 “회전식당”까지 오기로 했다.

  일행은 막동리에서 정선으로 가는 국도가 있는 막동리 입구까지 걸어서 갔다. 식당 앞에 도착하자, 정선으로 가는 도로에는 확장공사로 분주했다. 2018동계올림픽을 치룰 스키 활강경기가 정선 중봉에서 열리기 때문에 확장공사를 하는 것이었다. 진부 쪽에는 터널공사가 한창이고, 바로 앞에는 막동리에서 내려오는 계곡 위에 교량공사를 하고 있었다.

<회전식당 앞 정원에 핀 접시꽃(접중화)>

 식당 앞에서 좀 기다리자 봉고차가 도착했다. 일행은 그 차에 모두 타고 모릿재로 향했다. 수항리와 마평리를 거쳐 모릿재로 오는 길 곳곳에 도로 확장공사가 한창이었다. 수항리를 지나 마평2리에는 진부로 가는 새로 확장한 도로와 구도로가 있었다. 모릿재로 오려면 구도로로 빠져야 했다. 일행은 마평1리에 있는 청심대에서 좌회전해 모릿재에 도착했다. 벌써 4시 30분이 지났으므로, 대화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일행은 토담막국수에 도착해 막국수를 시켰다. 그리고 편육을 시켰더니 이미 다 팔려 없다고 했다. 막국수를 시켰으므로 그집을 나올 수도 없었다. 오늘 일진이 좋지 않아 편육을 먹을 운이 없는 것 같았다. ‘꿩 대신 닭’이라 했던가. 메밀부침개와 막걸리 및 소주 한 병씩을 시켜 마시고, 막국수를 먹었다. 토담막국수는, 돌기와집과 굴피집을 지은 것이 보여 사람들로 하여금 옛날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토담막국수에 도착한 일행>

<토담막국수의 돌기와집 모습>

<토담막국수의 굴피집과 옥수수 타래>

 이제 평창으로 돌아와 집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아침에는 남자 4명이 같이 왔으나, 한 명이 저쪽 차를 타는 바람에 3명이 타고 평창에 도착했다. 그 중 1명은 뒷 차를 운전하는 등반대장에게 고기를 굽는 판을 넘겨주기 위해 우체국 앞에서 내렸다. 나머지 2명은 그대로 타고 집으로 향했다.

[산죽]

길이없는 산행은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생길수 있겠으나 고향 지역의 산에서 일행이 단체로 행동하였으니 등산의 재미 한가지 더 했을것 같습니다. 야생화 사진은 옛날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백호]

한 여름이라 낮의 길이가 길고, 사람이 많아서 걱정은 없었어요.
그러나 만약 해가 짧은 겨울이고, 사람이 적으면 심적부담이 많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