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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역사정의실천연대 원문보기 글쓴이: 민문연 연구원
2011년 현재 그 역사왜곡 교과서를 정부차원에서 우리 아이들의 국사교과서로 만들려하고 있습니다. 그 때의 왜곡된 역사인식에서 한치의 변함도 없이 이름만 바뀐 현대사학회의 역사왜곡 내용의 본질을, 이 글들에서 다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참여사회연구소 기획강좌 4]
대한민국 60년,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
이병천|강원대 경제무역학부, 참여사회연구소장
이명박 정부가 유례없이 100일 남짓한 집권초기에 그만 정당성 위기에 빠졌는데, 이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과 선진화라는 것이 시대 정신을 선도하기는 커녕 오히려 촛불이 밝히고 있는 시대 정신과 충돌하고, 스스로 밀실에 갇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금 이번 강좌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시대정신을 떠받치고 있는 대한민국 근현대 역사상인데요, 우리가 가진 문제 의식으로 보수적 인식에 대한 ‘비판으로 충분한가’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수년전 연구소에서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라는 책을 기획할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오늘날 진보 개혁진영의 문제는 어떤 통일된 근현대 역사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종래의 역사상에서 그대로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근현대사상을 구성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이자 과제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즉, "낡은 것은 무너졌으나 아직 새로운 것은 세워지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기대야 할 역사상으로서, 그리고 미래 구상과 비전으로서 제3의, 시민사회판 대한민국론이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 본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현행 교과서와 뉴라이트 교과서를 대비해서 좀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현행 교과서와 뉴라이트 교과서 비교
지금까지 진보 개혁진영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이야기 중 무너진 것, 그리고 새로 손을 봐야 할 것이 대략 8가지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①내재적 발전론, ②문호개방기/대한제국의 평가, ③일제시대 식민지 수탈론, ④분단시대/통일민족주의 담론, ⑤6.25에 대한 수정주의 해석, ⑥이승만, 박정희 시기 평가, ⑦북한체제 이해, ⑧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NL/PD) 대안론 등이 그것입니다.
1)현행 교과서 (금성출판사)
그런 생각위에서 현행 교과서(금성출판사)의 서술을 살펴 보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잘 된 서술 들이 많더군요. 그렇지만 금성출판사판을 그대로 옹호하기는 쉽지 않아요. 약점이라든지 이런 것도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조선 후기 '자본주의 맹아론' 등이 그런 것이죠. 문호개방기 서술은 잘 되어 있습니다. 외세의 침략이 자주적 근대화 좌절의 근본 원인임을 명확히 하고, 우리안의 자주적 근대화 노력의 약점에 대해서도 잘 짚고 있어요. 일제시대는 민족운동사 중심으로 되어 있고, 사회경제적으로는 토지조사사업 부분이 대표적인데, 수탈론에 입각해 있다고 하겠습니다.
현대사로 들어오면 분단시대/통일민족주의론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수립과 제헌 헌법의 의미에 대한 서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촛불 집회 노래로도 불리고 있습니다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정 이념이 희미하게 처리되어 있어요. 이것이야 말로 실로 중대한 공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의지하고 근거로 삼아야 할 헌정적 기초가 어딘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주 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원점과 근거가 지금 물어져야 하는데, 8.15이후를 분단시대로만 보게 되면 그 부분이 비어 버립니다. 이 부분이 뉴라이트 교과서가 개입해 들어오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부분은 비교적 균형잡힌 서술이라고 여겨져요. 경제성장 물신주의에 빠지지 않고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을 별개 장으로 설정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의 성공 요인과 그 의의에 대한 서술은 미흡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북한 체제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은 평화 공존과 통일의 과제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철저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2) 뉴라이트 교과서
조선 후기는 소농 사회라고 해 놓았어요. 문호 개방기에서는, 외세와 일제의 ‘침략’이라는 말을 거의 쓰지 않는군요. 일본과 연계한 갑신 정변은 크게 부풀려 놓은 반면, 반대로 농민혁명과 대한제국은 폄하하고 있습니다. 일제 시대를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 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라고 썼어요. 그래서 일제시대와 8.15 이후를 연속선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사에서는 대한민국 성립의 의미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선택으로 잡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헌헌법도 그렇게 보고 있고요.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 서방 세계 대 공산 세계의 이분법으로 현대사를 바라봅니다.
뉴라이트 교과서는 전반적으로 이분법의 눈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자학 대 성공의 이분론으로 역사를 보고, 흑백논법으로 역사를 봅니다. 한국판 역사의 종말론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남북대결, 좌우대결, 미소대결, 자유대한 vs 공산노예 등의 도식을 구사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승전결식 승리주의도 중요한 특징인데요, 일제시대를 기반으로 현대사가 연속된다고 주장하지요. 이는 크게 보면, 이승만 정권의 성취 위에서 박정희, 박정희 정권의 성취 위에서 민주화가 이뤄졌다는 식의 논리로 가게 됩니다.그리고는 민주화이후 선진화, 이렇게 되고요.
2. '한강의 기적'의 식민지적 기원?
근대 경제 성장이 식민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이를 좀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에 한국전쟁의 기원을 쓴 브루스 커밍스 등, 일각에서 개발국가의 식민지 기원론이라는 것을 제기한 바 있는데, 뉴라이트의 논리는 이와는 또 다릅니다.
식민지 유산의 광복 이후 연속과 단절 문제에서, 먼저 물적 자산의 스톡(stock) 부분은 주목해야 하겠어요. 귀속재산으로 넘겨졌기 때문에 자산 자체로는 있습니다. 이는 연 성장률과는 다른 측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60년대 성장 기적으로 연속되었을까요? 이것은 실증의 문제로 가게 되는데, 지금까지 실증연구로 보면, 입증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식민지 시대 기업가가 성장 기적 시대의 주역으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그렇게는 잘 안 보입니다. 이를 테면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에커트가 <제국의 후예>에서 연구한 식민지 시대 김성수 계열이 60년대 한국 기업의 주역인가? 그렇지는 않지요.
제도로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인데요. 첫째로, 식민지 유산으로서 소유권 질서와 8.15이후 민주 공화국의 소유권 질서 (제헌헌법=사회적 시장경제) 간의 관계가 연속적인가? 나는 이것이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제헌헌법의 성격은 사회국가 내지는 사회적 시장경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시장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이야기라고 봅니다. 또 귀속 재산이나 농지개혁은 소유권 질서에서 큰 질적 변동을 의미하는 것이이지요. 두 번째로, 식민지 유산으로서 소유권 질서와 성장 기적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이건 뉴라이트 쪽의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일제민법의 광복이후 연속성을 말하면서 강조하는 부분인데, 사적 소유권 질서가 잡혔다고 해서 성장 기적이 일어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문적 학술 연구로서 충분히 걸러지지 못한 이야기를 중등 교과서로 바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아주 문제가 많아요.
3. 뉴라이트 교과서에서 개발독재 시대 해석
뉴라이트 교과서를 읽으며 매우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인데, 성장기적을 가져온 개발국가모델의 제도형태와 권력/ 계급관계에 대해 별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주식회사 한국>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 제대로 언급하지 않으니 매우 의외였어요. 예컨대, 재벌체제와 금융통제, 그리고 산업 정책 부분이라든가, 국가의 노동통제와 동원, 기업주와 노동자간의 관계에 대해서 체계적인 서술을 볼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개발경제 정책에 대해서 수출주도 공업화와 수입대체 공업화를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수입대체 공업화는 안되는 길이고, 실패한 길이다, 한국은 수출 주도로 성공했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데, 이것도 왜곡된 설명이 아닐수 없습니다.
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생각을 해보니, <한국 주식회사 > 모델이 자유시장 모델이 아니라서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즉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발전 모델이 사실 자유시장 모델이 아님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거지요. 뉴라이트 교과서가 현대사를 보는 이념틀로 가지고 있는 <자유시장론>이 현실의 <한국 주식회사 >모델과 맞지 않는다, 이런 문제입니다.
그 다음, 유신 체제 시기와 관련한 부분인데요, 이 부분은 이전 시안에 비한다면 조금 조심스러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간의 긴장과 갈등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신 체제가 부득이 했다는 부분을 부각시키려고 해요. 그러면서 당시 김대중씨의 대안, 즉 평화 공존, 대중민주주의, 그리고 민족경제론의 영향을 받은 대중경제론 등에 대해서는 이는 비현실적인 거라고 쳐 버립니다. 유신체제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음을 말함으로써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4. 무엇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왔나?
1) 한강의 기적?
그렇다면 과연 한강의 기적은 일어났는가? 세계은행의 자료 중에 1965년부터 89년까지의 GDP성장률과 소득 불평등에 관한 표가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동아시아 국가들이 표의 북서상한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것은 성장률도 좋고 불평등도도 비교적 낮다는 뜻입니다. 즉, 이 시기에 동아시아가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뜻이지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을 잘 하지는 않지만,이 시기 한국의 경제 실적이 좋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그간 국내 진보학계의 인식에서는 사회구성체론을 비롯해서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지금은 많이 변했습니다. 백낙청, 최장집 교수 같은 분들의 글을 한번 읽어 보시지요, 물론 여전히 완고하게, 낡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얼마전, 저를 비판하는 소책자를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만, 김수행 교수같은 사람이 대표적이지요.
2) 주식회사 대한민국
먼저 개발 국가의 ‘국가능력’인데, 이는 동원과 배제의 양 측면이 있어요. 이른바 ‘조국근대화’를 위해 국민 에너지를 동원하면서, 시민사회 발전을 억압하고 노동자를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양면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다음으로 소유권 질서가 중요한 데요, 법률적 소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실질적 통제권, 무엇보다 재벌의 통제권이라고 하겠습니다. 재벌 체제는 주주 가치경영이 아니지요. 투자의 주체는 재벌이 하고, 산업정책에 의해 일정 산업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입니다. 이런 구도가 갖는 소유론적 의미를 잘 보아야 합니다. 단지 사적 소유권 보장만으로는, 단기 투기 경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산업화의 소유권 질서가 될 수가 없습니다. 재벌 총수에게 실질적 통제권을 주고 노동자로 하여금 소유권 질서에 복종하게 만들고, 금융을 장악해서 특혜 금융을 제공해 주는 것, 진입 장벽을 쌓아 특혜를 주는 것, 이런 것들이 주식회사 대한민국 정치경제의 제도적, 계급구조적 내용이라 하겠습니다.
3) 복선형 산업-무역 정책
수출 주도적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단지 수출만 해가지고서는 산업 도약과 국민적 생산 체계 수립이 어렵다고 얘기를 해야 합니다. 처음 시작할때야 가발이나 합판을 파는 식으로 되겠지만 수입대체를 고도화시켜야 수출 자체도 고도화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수출 대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입대체와 수출 지향이 같이 가는 겁니다. 그래야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도 일어납니다.
개방 정책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냥 무분별하게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 육성정책과 보조를 맞추어 가면서 선별적으로 개방을 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환율 정책도 단순히 수출 증대를 위해 고환율 정책을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수출도 해야 하지만, 원자재 자본재 등 수입도 많이 해야 하고, 외국자본도 많이 들여와야 하는데 어떻게 고환율 정책을 계속 끌고 가나요.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요. 지금의 고환율 정책은 수출 내수 양극화, 서민경제 고통, 소수 재벌의 고축적을 지원해주는 결과 밖에 안 됩니다.
5. 개발 독재의 덫
한강의 기적 시기는 그 당시에 있어서도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그 그림자가 굉장히 짙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이 시대를 지남으로써 자기 발로 서게 된 반면, 왜곡된 이후 궤적의 기본틀이 짜여진 거지요.
우선,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독점(재벌)의 공생과 함께 남북간 적대적(=상호적) 공생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뉴라이트에는 한 쪽이 졌고 한 쪽이 이겼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바라 보는데요, 그러나 역사적 진실로 봤을 때, 냉전-분단체제를 독재 정권 유지와 국민 동원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유신과 북한은 ‘적대적 상호 의존’ 관계에 있었다고 봐야지요.
두 번째로는 돌진적 재량주의의 그림자를 지적해야 겠는데요.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불도저적 재량주의’라고 말할 수도 있겠어요. 이 체제는 국가가 재벌의 경제 성과를 규율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정치적 독재와 특권 대재벌의 과두지배체제가 행사하는 독단과 공생을 감시할 수 있는 기제가 막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재벌을 국가가 규율했다고 하지만 그 국가는 누가 규율하고 모니터하느냐? (Who monitors the monitor?)라는 문제가 있어요. 참여와 소통, 이걸 배제했다는 말이예요. 지도자론에 서면 그렇게 됩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을 ‘CEO 독재‘라 그러는데, 개발 독재 시기로 물려받은 대표적인, 나쁜 유산이지요.
또, 우리의 기본 문화 형태 혹은 행위 양식이라고 할까, 그런 게 이 시기에 완전히 잡혀버렸어요요. 성장 중독증입니다. 어떤 것이, 무엇이 잘 사는 것이냐, 이에 대한 성찰력이 우리에게 너무약해요. 성장 중독증이 의식뿐만 아니라 몸 자체에 코딩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 사람안에는 두 개의 혼이 서로 충돌하고 싸우고 있다고 보는 데요, 한편으로 불의, 억압, 지배에 대해 저항하고 항거하는 혼, 이는 4.19 이래 반유신, 5.18, 6.10 으로 이어지는 민주화 운동의 혼, 나아가 근현대 민중적 민족주의 전통 속에 면면히 흐르는 혼입니다. 함석헌씨가 말한 씨알의 혼이라고 할까요. 그렇지만,다른 한편으로 카리스마적 독재자를 따르는 습속과 성장 제일주의. 이는 개발 독재에 호응하는 혼이라 하겠습니다. 87년을 전환점으로 해서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성취가 있었지만 다른 면에서 또 연속도 있습니다. 그걸 같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6. 맺음말 : 개(個)와 공(公)이 상생하는 민주공화국의 길
강의 시작할 때 말했드렸습니다만, 시민사회판 대한민국론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이는 분단체제론적 현대사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가 분단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8.15이후 대한민국과 북한간의 질적 변화를 시야에 집어 넣은 현대사상이 새롭게 요구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촛불시위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라는 노래를 부르는데,그때 민주공화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48년 대한민국 수립과 제헌헌법의 의의를 재인식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새롭게 채워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럴 때, 저는 우리가 공과 개, 모두가 취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공성이란 다른 말로 성찰적 연대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독립된 개인성없는 연대성은 무성찰적, 그냥 같이 한덩어리가 되는 집단성같은 것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 상호 인정, 상호 소통과 함께 공을 세우고 일구는 공공성의 윤리, 정치, 이를 위한 경험, 학습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촛불집회를 주목하게 되는데, 지금의 촛불 집회는 굉장히 저변이 넓습니다. 87년 이후로 최고로 넓게 펼쳐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또 그만큼 엷고 불안정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사회가 발전하는 건, 경험과 각성과 투쟁 등을 통해 깨어나는 과정, 자기 계몽이 필수적이고 이때 기억, 상징같은 것이 매우 중요하지요. 촛불집회를 보면서, 87년의 6월과 2008년의 6월이 단절되어 있다가 이제 다시 서로 만나기 시작했다고 생각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