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3년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합격한 안예원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이과생이었습니다. 공부는 지지리 못해놓고, 어떻게든 이공계 가서 취업이나 하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그 생각으로 고등학교 입시 기간을 살아가다보니, 공부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아예 놔버렸어요. 남들 재수하는 기간에 저는 1년을 내리 쉬었습니다. 결국 삼수했지만 성적은 여전히 좋지 않았어요. 수능 성적표를 받은 날, 처참한 성적표를 보면서 문득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부터 무언가 쓰는 취미는 있었거든요. 일기에서부터, 그냥 소설까지요. 배운 적도 없고 부족한 글이지만 그냥 혼자서 작게 이야기 쓰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 생각에 입시 사이트를 찾다 보니 문예창작과 실기 전형이 보였던 것 같아요.
정말 붙고 싶었지만, 진짜 붙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것도 명지대를요. 정말 가고 싶은 대학이었거든요. 12월 초에 수능 성적표 들고 학원에 와서 몇주 안 했으니까, 붙어도 그저 운이다 했습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간절하게 가고 싶어졌어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정말 재미 있었거든요. 물론 많이 혼났습니다! ㅋㅋㅋㅋ처음인데, 당연히 엉망진창이겠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혼나는 것도 반가웠던 것 같아요. 저 혼자 글을 끄적일 때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피드백을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과제는 두세 편은 했던 것 같습니다. 주말에는 알바와 병행하느라 많이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써가려고 하긴 했어요. 2000자 글쓰기는 쉽겠지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달리, 계속 초고를 쓰려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중간에 한번 지친 적이 있어요. 세모 표시 받은 글을 열심히 수정해 갔는데, 아무리 수정해도 퇴보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들은 날이었어요. 욕망과 갈등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데도 쉽지 않더라고요. 고작 몇주 하면서, 수시 때부터 달려온 친구들도 있는데 지친다는 말이 웃기지만, 저는 이미 지친 상태로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삼수하는 동안 저는 실패만 해왔거든요. 그런데 나름대로 좋아하는 글짓기를 하면서도 가망이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네요. 그냥 우울하고 심란해서 든 뻘생각이에요! ㅋㅋㅋㅋㅋ 그래도, 과제 적어도 한편은 하려고 했어요. 여러분도 과제는 꼭 해가세요… 피드백 들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니까요.
명지대의 ‘합격’ 글자가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입시 하면서 이곳에 글 쓰는 상상을 했는데 진짜로 쓰고 있으니까, 꼭 꿈꾸는 기분이에요. 합격 발표 마지막 날까지 도저히 붙을 수도 없는 예비번호만 뜨는 다른 대학들 보면서 착잡한 마음이었어요.(ex.. 339번.. 이게 대체 무슨 번호인가요) 최초합중에 명지가 정말 마지막 발표였는데 꼭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이에요. 벼랑 끝에서 돌부리 잡고 올라온 느낌… ㅋㅋㅋㅋㅋ 이렇게 쓰고 있으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배정원 원장 선생님,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하나부터 열까지 엉망진창 글쓰기였는데 어떻게든 열심히 봐주셔서 그거 믿고 저도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모든 대학에 다 떨어졌어도 선생님한테 배운 건 정말 다시 없을 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제가 조금만 더 일찍 진로를 찾았다면, 그래서 고도를 찾아왔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지막 수업날에 해주신 말이 기억나네요. 고도에 좋은 발자취를 남기고 가라고요. 이렇게 작고 뿌듯한 기록을 남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그리고 같이 입시 열심히 달린 정특B반 친구들, 인사는 못해봤지만 내심 시험 보고 마주치면 반가웠던(?) A반 친구들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요.
고도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글을 쓰려고 합니다. 여기 와서 제 스스로가 많이 성장했다고 느껴요. 많이 웃고, 울기도 하고, 그랬네요. 꼭 성공해서 멋진 모습으로 이 글을 다시 보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자신감도 많이 얻었고, 앞으로 걸어갈 길이 기대가 되는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모든 면에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첫댓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과제도 항상 제일 먼저 올리고. 진심 축하해~
언니 ㅠㅠ 왜 합격됐다고 연락 안 했어용 ,, 서운 🥺 넘넘 축하해요!! 앞으로 행복한 대학생활하기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