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서 vs 배삼룡
“다 필요없다” vs "다 이루었다“
원로 코미디언 배삼룡씨가 이 땅을 떠났다. 배씨의 평생 단짝인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빈소를 찾아 던진 한마디가 가슴에 남는다. 둘은 올해 84세인 동갑내기다. 70년대 두사람은 ‘비실이’와 ‘막둥이’ 캐릭터로 콤비를 이뤘다. 국민들에게 웃음을 줬다. 세월이 지나 한 사람은 떠났고, 한 사람은 남았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구씨는 배씨 아들에게 “왜 아무도 없느냐”면서 “다 필요 없다”고 말했다. 조문객이 너무 적은 것을 보고 내뱉은 말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구씨의 이 말에서 인생을 느낀다. 인생의 종막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다 필요 없어, 다 쓸데 없어”를 허전하게 던질지 모른다.
그러면 질문이 나온다. 진정 인생에서 ‘필요 있는 것’은 무엇인가? ‘쓸데 있는’ 인생이란 어떤 인생인가. 그것을 알아야 된다. 반드시. 그래야 운명처럼 이 땅을 떠날 때 “다 소중했어. 다 괜찮았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성경에서도 “다 쓸데 없어”라고 말한 대표적 인물이 나온다. 솔로몬이다. 이 땅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린 그가 인생의 말년에 내뱉은 말. “헛되고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인생에서 이룬 모든 것들이 헛되다는 그의 말은 예레미야 2장에 나오는 ‘물이 고이지 않고, 물이 새는 웅덩이’를 연상케 한다. 이 땅에서 이룬 모든 것, 우리가 분투노력했던 것들은 마치 물이 고이지 않는 터진 웅덩이를 판 것과 같다는 것이다.
리더십 전문가 하이럼 스미스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세상에서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후회 없는 인생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서점가에 나와 있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방법을 알지라도 종국에는 “쓸데 없어”라고 토로할지 모른다. 의미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까지도 마지막에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한 것들 역시 무의미한 것이었다고 생각할 여지도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상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며 “다 이루었다”고 말하셨다. 성경은 말한다. 생수의 근원인 그 분을 만나지 못한 인생은 물이 고이지 않는 웅덩이를 파는 것과 같다고. 소중한 인생,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비결은 무엇인가. 생수의 근원을 만나는 것이다. 사순절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