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지도론 제98권
88. 살타파륜품을 풀이함③
【經】 “이때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살타파륜보살을 위로하면서 말씀하셨느니라.
‘참으로 훌륭하구나, 선남자야. 우리들이 본래 보살의 도를 행할 적에 반야바라밀을 구하며 이 모든 삼매를 얻은 것도 또한 그대가 지금 얻은 것과 같았으니,
우리들은 이 모든 삼매를 얻고 반야바라밀에 잘 들어갔으며 방편의 힘을 성취하고 아비발치[阿鞞跋致]의 지위에 머물렀느니라.
우리들은 이 모든 삼매의 성품을 관찰해보니,
어떤 법도 삼매에서 나오고 삼매에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또한 부처님 도를 행하는 것도 보지 못하였으며,
또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도 보지 못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곧 반야바라밀이라 하나니, 이른바 이런 모든 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不念有是諸法]이니라.
선남자야, 우리들은 법을 생각함이 없는[無所念法] 데에 머무르면서 이 금빛의 몸과 한 길 육척[丈六]의 광명과 32상(相)과 80수형호(隨形好)와 불가사의한 지혜와 위 없는 계율과 위 없는 선정과 위 없는 지혜를 얻었으며, 온갖 공덕을 모두 다 두루 갖추었느니라.
온갖 공덕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에 부처님조차도 오히려 모양을 취하여 남김없이 말씀할 수 없거늘,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그 밖의 사람들이겠느냐?
그러므로 선남자야, 이 부처님의 법에 대하여 더욱더 공경하고 사랑하면서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하며 선지식에 대하여 부처님과 같다는 생각을 내어야 하나니,
왜냐 하면 선지식의 수호되기 때문에 보살은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때문이니라.’
이때에 살타파륜이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여쭈기를,
‘어떤 이가 저의 선지식이어서 친근하고 공양해야 할 분인지요?’라고 하였다.
그러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살타파륜보살에게 알려주셨느니라.
‘그대 선남자야, 담무갈보살은 세상에서마다 그대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도록 교화하였으며,
담무갈보살은 그대를 수호하면서 그대에게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가르쳤으니, 그가 곧 그대의 선지식이니라.
그대는 담무갈보살을 공양하면서 1겁 동안 아니 2겁ㆍ3겁 나아가 백천 겁을 지나가도록 머리에 이고는 받들며 공경해야 하리니,
온갖 쾌락거리나 삼천세계에 있는 모든 묘한 빛깔[色]ㆍ소리[聲]ㆍ내음[香]ㆍ맛[味]ㆍ접촉[觸]으로 모조리 다 공양한다 하여도 잠시 동안의 은혜도 갚지 못할 것이니라.
왜냐 하면, 담무갈 보살마하살의 인연 때문에 그대로 하여금 이와 같은 등의 모든 삼매를 얻고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얻게 하기 때문이니라.’
모든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교화하고 위로하여 살타파륜보살을 기쁘게 한 뒤에 홀연히 사라져버리셨나니라.
이때에 살타파륜보살은 삼매로부터 일어나자마자 다시 부처님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생각하기를,
‘이 모든 부처님은 어디에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신 것일까?’라 하고,
모든 부처님들을 볼 수 없었기에 다시 실망하면서,
‘그 누가 나의 이 의심을 끊어 주실까?’고 탄식하였느니라.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기를,
‘담무갈보살은 오랜 옛적부터 언제나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방편의 힘과 모든 다라니(陀羅尼)를 얻고 보살의 법에서 자재함을 얻었으며,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 많이 공양하였고 세상에서마다 나의 스승의 되어서 항상 나를 이롭게 하셨다.
나는 마땅히 담무갈보살에게 모든 부처님은 어디에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는지를 물어 보아야겠다.’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에게 공경하고 좋아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면서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장차 무엇으로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해야 할까?
지금 나는 가난하여 꽃과 향과 영락ㆍ사르는 향ㆍ물향ㆍ의복ㆍ번기ㆍ일산이나 금ㆍ은ㆍ진주ㆍ유리ㆍ파리ㆍ산호 및 호박 등이 없다.
이와 같은 물건이 없으므로 반야바라밀과 그리고 설법할 스승이신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할 수가 없구나. 나는 빈손으로 담무갈보살에게 갈 수는 없다.
내가 빈손으로 가게 되면 기쁜 마음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몸을 팔아 재물을 얻어서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법사이신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해야 되겠다.
왜냐 하면, 나는 세상에서마다 몸을 잃는 일이 수 없어서,
비롯함이 없는 생사 가운데에서 혹은 죽음을 당하기도 하고 혹은 팔리기도 하였으며, 혹은 탐욕의 인연 때문에 세상마다 지옥에 있으면서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으면서도,
아직까지 깨끗한 법을 위하고 설법하는 스승께 공양하기 위하여 몸을 잃은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에 살타파륜보살은 길을 가던 도중에 하나의 큰 성(城)으로 들어가서는 시장거리에서 큰 소리로 외쳤느니라.
‘그 누가 사람을 구하십니까? 그 누가 사람이 필요하십니까? 그 누가 사람을 사려고 하십니까?’
그때에 악마는 생각하기를,
‘이 살타파륜은 법을 좋아하는 까닭에 자기 몸을 팔아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하는구나.
그렇다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묻고, 어찌 보살마하살로서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지를 물을 터인데,
장차 많은 견문[多聞]이 두루 갖추어져서 마치 큰 바닷물과 같아지면 그때에는 무너뜨릴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는 온갖 공덕을 두루 갖추게 되어 모든 보살마하살을 이롭게 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위하여 나의 경계를 초월하게 되며,
또한 그 밖의 다른 사람들도 교화하여 나의 경계를 벗어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그가 하는 일을 깨뜨려야겠다’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악마는 모든 바라문 거사들의 귀를 막아 몸을 팔겠다고 외치는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하였지만,
다만 한 장자의 딸만은 막지 못하였느니라.
그때에 살타파륜은 몸을 팔려 하는데도 팔리지 않자 몹시 근심하고 통곡했으니,
그는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느니라.
‘나는 큰 죄 때문에 몸을 팔려 하는데도 팔리지 않는구나.
내가 자신의 몸을 팔려는 것은 반야바라밀을 위하고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기 위해서이다.’
그때에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생각하기를,
‘이 살타파륜보살은 법을 좋아하여 자기의 몸을 팔아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하는구나.
나는 그에게로 가서 이 선남자가 진실로 깊은 마음으로써 법을 좋아하는 까닭에 그 몸을 버리려 하는지를 시험해 보리라’고 하고는,
이때에 석제환인은 바라문의 몸으로 변화하여 살타파륜 곁으로 가서 물었느니라.
‘그대 선남자여, 무엇 때문에 근심하면서 슬피 울고 계시며, 안색은 그리도 초췌하여 한쪽에 서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대답하기를,
‘바라문이여, 나는 법을 사랑하고 공경하기에 이 몸을 팔아서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합니다. 지금 나는 몸을 팔려 하는데도 사는 이가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박복하여 이토록 재물과 보배가 없으므로 이 몸을 팔아서라도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하는데 사가는 이가 없습니다’고 하자,
그때에 바라문이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하는데 사람의 심장과 사람의 피와 사람의 골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나에게 팔수 있겠습니까?’
그때에 살타파륜은 생각하기를,
‘나는 커다란 이익을 얻게 되었다. 으뜸가는 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나는 이제야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이 구족하게 되려고 심장과 피와 골수를 살 이를 만나게 되었구나’라고 하며,
이때에 마음으로 크게 기뻐지면서 근심이 없어졌으므로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이 되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필요한 것은 모두 다 주겠습니다.’라고 하였느니라.
이에 바라문이 묻기를,
‘선남자여, 당신은 값을 얼마나 받겠습니까?’고 하자
‘당신께서 뜻하시는 대로 주십시오’라고 대답하고는,
바로 그때에 살타파륜은 오른손으로 날카로운 칼을 붙잡고 왼 팔을 찔러서 피를 나오게 하고 오른 넓적다리의 살을 베었으며 다시 뼈를 깨뜨려 골수를 내려고 하였느니라.
바로 그때 어느 장자의 딸이 누각 위에 있다가 멀리서 살타파륜보살이 자기 손수 몸을 베면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고는,
‘이 선남자는 무슨 인연 때문에 자기의 몸을 괴롭히는 것일까?
나는 가서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니라.
장자의 딸은 곧 누각에서 내려와 살타파륜에게로 가서 묻기를,
‘선남자여, 무슨 인연 때문에 그리도 몸을 괴롭히십니까?
그 심장과 피와 골수는 무엇에 쓰시렵니까?’고 하자,
살타파륜은 대답하기를,
‘바라문에게 팔아서 반야바라밀을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다시 장자의 딸이 묻기를,
‘선남자여, 그 몸을 팔아 손수 심장과 피와 골수를 내어서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하시는데, 그러면 어떠한 공덕과 이익을 얻는 것입니까?’고 하였느니라.
살타파륜이 대답했느니라.
‘선여인이여, 그 사람은 반야바라밀과 방편의 힘을 잘 배우신 이며 그 사람은 나를 위하여 보살로서 해야 할 것과 보살로서 행해야 할 도(道)를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나는 이 법을 배우고 이 도를 배워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에는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면서,
금빛의 몸과 32상(相)과 80수형호(隨形好)와 큰 광채[大光]와 한량없는 광명[無量明]과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와 4무소외(無所畏)와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애지(無礙智)와 18불공법(不共法)과 6신통(神通)과 불가사의하고 깨끗한 계율[戒]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를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온갖 법에 대하여 막힘없는 일체의 지견(知見)을 얻고는,
위없는 법보(法寶)를 널리 퍼뜨리면서 온갖 중생들에게 베풀게 될 것이니,
이와 같은 등의 모든 공덕과 이익을 나는 그로부터 얻게 될 것입니다.’
이때에 장자의 딸은 이 으뜸가고 미묘한 부처님의 법을 듣자,
곧 크게 기쁘고 한편 놀라서 털이 곤두섰으므로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느니라.
‘선남자여, 실로 희유한 일입니다. 당신이 말씀하신 것은 미묘하면서 만나기 어려운 일이어서 그 낱낱 공덕의 법을 위해서라면 항하의 모래수처럼 많은 몸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당신이 말씀하신 것은 매우 크고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그대 선남자여, 당신이 지금 구하시는 것을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
금ㆍ은ㆍ진주ㆍ유리ㆍ파리ㆍ호박ㆍ산호 등 모든 값진 보물과 꽃ㆍ향ㆍ영락ㆍ바르는 향ㆍ사르는 향이나 번기ㆍ일산과 의복ㆍ기악 등 모든 공양 거리를 다 드릴 터이니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십시오.
선남자여, 스스로 몸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저도 담무갈보살에게로 가서 당신과 함께 모든 선근을 심겠습니다.
그것은 그처럼 미묘한 법을 당신이 말씀하신 대로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때에 석제환인은 다시 본래의 몸으로 돌아와 살타파륜보살을 찬탄하면서 말했느니라.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선남자여. 당신은 마음이 견고하여 그런 일을 능히 감수하면서도 동요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과거의 부처님께서 보살의 도를 행하실 적에도 이와 같이 반야바라밀과 방편의 힘을 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사실 사람의 심장이나 피ㆍ골수가 필요하지 않으며, 다만 와서 당신의 서원[願]을 시험해 보았을 뿐입니다.
나는 당신에게 어떤 것을 주면 되겠습니까?’
살타파륜이 말하기를,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주십시오’라고 하자,
석제환인이 말했느니라.
‘그것은 저의 힘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그것은 모든 부처님의 경계입니다.
꼭 당신에게 공양하고 싶으니, 다시 그 밖의 다른 원을 찾아보십시오.’
그러자 살타파륜이 말하기를,
‘당신이 만일 그런 일에는 힘이 없고 당신이 꼭 공양하고 싶다면 나의 이 몸을 본래대로 돌려놓아 주십시오’라고 하자,
바로 그때에 살타파륜의 몸은 본래대로 돌아와 흉터조차 없어지니 전과 다름이 없었으니,
석제환인은 그의 소원을 들어준 뒤에 홀연히 사라지며 보이지 않았느니라.
그때에 장자의 딸은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느니라.
‘선남자여, 저의 집으로 가셔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저의 부모님에게 구하십시오. 모두 다 주실 것입니다.
저도 저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모든 시녀(侍女)들과 함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로 가서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곧 살타파륜보살은 장자의 딸과 함께 그의 집으로 가서 문 밖에 서 있었느니라.
그 장자의 딸은 들어가서 부모에게 말하기를,
‘저에게 여러 가지 묘한 꽃과 향과 그리고 모든 영락과 바르는 향ㆍ사르는 향ㆍ번기ㆍ일산ㆍ의복이며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진주ㆍ산호ㆍ호박 및 모든 기악 등의 공양거리를 주십시오.
또한 저의 몸 및 5백의 시녀와 그리고 주신 것을 가지고 살타파륜과 함께 반야바라밀에 공양하기 위하여 담무갈보살에게로 가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담무갈보살은 저희들을 위하여 법을 설할 것이며, 그 분이 말씀하시는 대로 행하여 장차 모든 부처님의 법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느니라.
딸의 부모가 그에게 묻기를,
‘살타파륜보살이란 어떤 사람이더냐?’고 하자 딸이 말했느니라.
‘그 분은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이 선남자는 깊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고 온갖 중생들을 한량없는 생사의 고통에서 제도해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선남자는 법을 위하여 자기의 몸을 팔아 반야바라밀에 공양하려 하였습니다.
반야바라밀이란 보살로서 배워야 할 도(道)를 말하니, 이 반야바라밀에 공양하고 그리고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시장거리에서
〈그 누가 사람을 구하십니까? 그 누가 사람이 필요하십니까? 그 누가 사람을 사시렵니까?〉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몸을 팔려고 하였지만 팔리지 않자, 한쪽에 서서 근심하며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이때에 석제환인이 변신하여 바라문이 되어 와서는 그를 시험해 보려고 묻기를
〈선남자여,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울면서 한쪽에 서 있는 것이오?〉라고 하자,
그는
〈바라문이여, 나는 몸을 팔려고 합니다. 반야바라밀과 담무갈 보살마하살에게 공양하기 위해서인데, 나는 박복하여 몸을 팔고자 해도 팔리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바라문이 그 선남자에게
〈나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고 사람의 심장과 사람의 피와 사람의 골수를 구하고 있는데, 당신은 그것을 팔겠습니까?〉라고 말하자,
이때에 이 선남자는 더 이상 근심하지 않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이 바라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구하는 것은 모두 다 드리겠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바라문이
〈당신은 값을 얼마나 받겠습니까〉라고 하자,
그는
〈당신의 뜻대로 주십시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이 선남자는 오른손으로 날카로운 칼을 쥐고 왼팔을 찔러서 피를 내고 오른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내더니 다시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내려고 하였습니다.
저는 누각 위에 있으면서 그런 일들을 멀리서 보고는 그때에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저토록 자기의 몸을 괴롭히는 것일까? 나는 가서 물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즉시 누각에서 내려와서는 가서 묻기를,
〈선남자여, 당신은 무슨 인연 때문에 자신의 몸을 그토록 괴롭히십니까?〉고 하자,
이 선남자는 저에게 대답하였습니다.
〈그대[姊]여, 나는 법을 위하여 반야바라밀과 그리고 담무갈보살이라는 설법자에게 공양하려 합니다.
저는 빈궁하여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며, 금ㆍ은ㆍ유리ㆍ자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ㆍ파리ㆍ진주나 꽃ㆍ향ㆍ기악 등도 없습니다.
그대여, 나는 법에 공양하기 위하여 이 몸을 팔려고 하는데 지금 사려는 이가 사람의 심장과 사람의 피와 사람의 골수만을 구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댓가로써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이라는 설법자에게 공양할 것입니다.〉
다시 저는 그 선남자에게 묻기를,
〈당신은 지금 자기 몸의 심장과 피와 골수를 내어서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려 한다 하시는데, 그러면 어떠한 공덕을 얻게 됩니까?〉라고 하자,
그 선남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담무갈보살은 나를 위하여 반야바라밀과 방편의 힘을 말씀해 주실 것이니,
그것은 곧 보살이 배워야 할 것이요 보살이 지어야 할 것이며 보살이 머물러야 할 것이요 보살이 행해야 할 길입니다.
나는 마땅히 이 도를 배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온갖 중생들의 의지처가 될 것이며,
나는 금빛의 몸과 32상과 80수형호와 큰 광채와 한량없는 광명과 대자ㆍ대비ㆍ대희ㆍ대사와 4무소외와 4무애지와 부처님의 10력과 18불공법과 6신통과 불가사의하고 깨끗한 계율ㆍ선정ㆍ지혜를 얻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온갖 법에 대하여 막힘 없는 일체의 지견(知見)을 얻고는,
위없는 법보(法寶)를 널리 퍼뜨려 온갖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미묘하고도 큰 법을 나는 그로부터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의 공덕과 그의 큰 서원을 듣고는 마음이 기뻐졌으므로 생각하기를
〈이것이야 말로 청정하고 미묘하여 참으로 희유한 일이다〉라고 하였으며, 나아가
〈이와 같이 그 낱낱 법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항하의 모래수처럼 많은 몸을 버려야 한다.
지금 이 선남자는 법을 위하여 몸과 목숨조차 아끼지 않은 채 고행의 어려운 일을 감수하고 있구나.
나에게는 묘한 보배가 많거늘 어찌 원을 내어 부지런히 이와 같은 법을 구하고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 뒤에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습니다.
〈그대 선남자여, 그 몸을 괴롭히지 마십시오.
제가 부모님께 말씀드려 금과 은과 유리ㆍ자거ㆍ마노ㆍ산호ㆍ호박ㆍ파리ㆍ진주와 꽃ㆍ향ㆍ영락ㆍ바르는 향ㆍ가루 향ㆍ의복ㆍ번기ㆍ일산이며 모든 기악 등을 당신에게 듬뿍 주시도록 할 터이니,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이라는 설법자에게 공양하십시오.
저도 당신이 말씀한 바와 같은 그러한 미묘하고 깨끗한 법을 얻기 위하여 부모님께 요구하여 여러 시녀들을 데리고 당신과 함께 가서 담무갈보살이라는 설법자에게 공양하겠으며, 당신과 함께 모든 선근을 심겠습니다.〉
그러니 부모님께서는 이제 저와 5백의 시녀를 먼저 베풀겠다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또한 저에게 여러 가지 묘한 꽃과 향과 영락ㆍ바르는 향ㆍ가루 향ㆍ의복ㆍ번기ㆍ일산ㆍ기악이며, 금ㆍ은ㆍ유리 등의 공양거리도 가져가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와 같은 깨끗하고 미묘한 모든 부처님의 법을 얻기 위하여 살타파륜보살과 함께 가서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이라는 설법자에게 공양하겠습니다.’
그때에 부모는 그녀에게 대답했느니라.
‘네가 찬탄하고 있는 이는 희유하여서 말로써는 미치기 어렵구나.
이 선남자는 법을 위하여 정진하며 크게 법을 좋아하는 모습이니, 이 모든 부처님 법은 불가사의하여 온갖 세간에서 맨 으뜸가는 것이어서 온갖 중생들이 기뻐하고 즐길 인연이로구나.
이 선남자는 이런 법을 위하여 크게 장엄하고 있으니, 우리도 네가 가서 담무갈보살을 뵈옵고 친근히 하면서 공양하는 것을 허락하겠다.
너는 큰 마음[大心]을 일으켜 모든 부처님 법을 얻기 위하여 이와 같이 정진하거늘 우리들이 어떻게 따라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녀는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허락을 받고는 부모에게 말했느니라.
‘저희들도 역시 그 마음을 따라 기뻐합니다.
저는 끝내 사람으로서의 착한 법의 인연을 끊지 않겠습니다.’
이때에 장자의 딸은 7보로 장엄한 수레 5백 대에 자신 및 시녀들과 함께 갖가지 보물과 공양 거리를 싣고, 갖가지 물과 뭍에서 나는 꽃과 금은으로 된 보배 꽃과 여러 가지 빛깔의 보배 옷이며 가루향[擣香]ㆍ물향[澤香] 등의 좋은 향과 영락 및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실었느니라.
그리고는 살타파륜보살과 함께 5백의 시녀를 각각 한 대씩의 수레에 태우고는, 공경히 둘러싸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동쪽으로 향해 떠났느니라.
이렇게 가다가 중향성(衆香城)이 보였는데, 7보로 장엄하였고 일곱 겹으로 에워싸여 있었으며, 7보로 된 참호[塹]와 7보로 된 나무가 줄지어 늘어서서 모두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느니라.
그 성의 길이와 너비는 12유순이요 풍요하고 안락하면서도 고요하여 매우 기뻐할 만하였으며, 백성들은 흥성하고 백천의 도시와 시골에는 거리가 서로 맞대어 있어서 단정하고 엄숙하기가 마치 그림과 같았으며, 교량과 나루는 땅과 같이 넓고 깨끗하였느니라.
이렇게 저 멀리서 중향성이 보였는데, 성 안으로 들어서니 담무갈보살이 높은 대[高臺]에 있는 법좌(法座)에 앉아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대중들에게 공경히 둘러싸여서 설법하고 있는 것이 보였느니라.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을 보는 순간 마음이 기뻤으니,
마치 비구가 제3선(禪)에 들어가 마음이 거두어져서 편안하고 고요해진 것과 같았느니라.
그를 본 뒤에는 생각하기를,
‘수레를 탄 채로 담무갈보살에게 나아가는 것은 우리들의 위의가 아니다.’라고 하였으며,
이렇게 생각하고는 수레에서 내려 걸어 나아갔으니, 장자의 딸과 5백의 시녀들도 모두 다 수레에서 내렸느니라.
살타파륜보살은 많은 보배로 장엄한 장자의 딸과 5백의 시녀들에게 공경히 에워싸여서 함께 담무갈이 있는 곳에 도달했느니라.
그때에 담무갈보살이 있는 곳에는 7보로 된 대(臺)가 있었는데 붉은 우두전단(牛頭栴檀)으로 장엄하였고 진주그물로 대 위를 덮었으며, 그 네 모퉁이에는 마니보주(摩尼寶珠)를 걸어 등불을 삼았고 네 개의 보배 향로(香爐)에는 언제나 이름 있는 향이 타고 있었으니, 그것은 반야바라밀에 공양하기 위해서이니라.
그 대 가운데에는 7보로 된 큰 상[大床]이 있었으며, 네 개의 작은 보배 상을 그 위에다 겹쳐 펴 놓고 황금으로 된 판에 쓰인 반야바라밀을 작은 상에 모시고는 갖가지 번기와 일산으로 장엄하여 그 위에 드리워서 덮고 있었느니라.
살타파륜보살과 그 여러 여인들은 이 묘한 대(臺)가 많은 보배로써 장엄되어 있는 것을 보았으며, 그리고 석제환인이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여러 하늘들과 함께 하늘의 만다라꽃[曼陀羅花]과 가루로 된 전단향과 많은 보배의 가루를 대 위에 뿌리면서 허공 가운데서 하늘의 풍악을 울리며 이 대를 즐겁게 하는 것도 보았느니라.
그때에 살타파륜보살은 석제환인에게 묻기를,
‘교시가(憍尸迦)여, 무슨 인연 때문에 한량없는 백천만의 하늘들과 함께 하늘의 만다라꽃과 가루로 된 전단향과 많은 보배 가루를 대 위에 뿌리면서 허공에서 하늘의 풍악을 울리어 이 대를 즐겁게 하십니까?’고 하였느니라.
이에 석제환인이 대답했느니라.
‘선남자께서는 모르십니까? 이 마하반야바라밀은 바로 모든 보살마하살의 어머니시며 모든 부처님을 낳고 보살을 거두어 주십니다.
보살은 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온갖 공덕을 성취하며 모든 부처님의 법과 일체종지를 얻는 것입니다.’
이때에 살타파륜보살은 크게 기뻐하면서 석제환인에게 묻기를,
‘교시가여, 〈반야바라밀은 모든 보살마하살의 어머니시며 모든 부처님을 낳고 보살을 거두어 주시며, 보살은 이 반야바라밀을 배워서 온갖 공덕을 성취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과 일체종지를 얻는다〉고 하시는데,
그렇다면 지금 어느 곳에 있는 것입니까?’라고 하였느니라.
이에 석제환인이 말했느니라.
‘선남자여, 이 대 가운데에 7보로 된 큰 상이 있고 보배로 된 네 개의 작은 상이 다시 그 위에 놓여 있으며, 황금의 판에 쓰여진 반야바라밀이 그 작은 상 위에 안치되어 있습니다만, 담무갈보살이 7보로 된 도장으로 봉인하고 있어서 저희들로서는 그것을 열어 당신들에게 보여 줄 수가 없습니다.’
이때에 살타파륜은 장자의 딸과 5백의 시녀들과 함께 꽃ㆍ향ㆍ영락과 번기ㆍ일산 등의 공양 거리를 가져 와서 두 몫으로 나누었으니,
한 몫은 반야바라밀에 공양할 것이고, 한 몫은 법좌 위의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할 것이었느니라.
그때에 살타파륜보살은 5백의 여인들과 함께 꽃과 향과 영락과 번기ㆍ일산이며 풍악과 모든 값진 보배를 가져다 반야바라밀에 공양하고,
그런 뒤에 담무갈보살에게로 가서 담무갈보살이 법좌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곧 모든 꽃ㆍ향ㆍ영락ㆍ가루향ㆍ물향ㆍ금ㆍ은ㆍ보배로 된 꽃ㆍ번기ㆍ일산 및 보배 옷 등을 그 담무갈보살 위에 뿌렸나니, 그것은 가르침을 위한 공양이었느니라.
이때에 모든 꽃과 향과 보배 옷 등은 담무갈이 있는 위의 허공에서 변화하여 화대(華臺)가 되었고 가루로 된 전단과 보배 가루와 금은의 보배 꽃은 변화하여 보배 장막이 되었으며, 보배 장막 위에 뿌린 갖가지 보배 옷은 변화하여 보배 일산이 되었고 보배 일산의 4변에는 모든 보배 당기가 드리워졌느니라.
살타파륜과 그 모든 여인들은 담무갈보살이 짓는 변화를 보고 모두가 크게 기뻐하며 생각하기를,
‘전에 없던 일이로다. 담무갈 대사(大師)의 신령한 덕이 이러하구나.
보살의 도를 행하고 있는 때의 신통력조차도 오히려 이와 같거늘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때이겠는가?’라고 하였느니라.
이때에 장자의 딸과 5백의 여인들은 깨끗한 신심(信心)을 내어 담무갈보살을 공경하고 존중하면서 모두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고는 서원을 세우기를,
‘마치 담무갈보살께서 보살의 모든 깊은 법을 얻으신 것처럼,
담무갈보살께서 반야바라밀에 공양하시는 것처럼,
담무갈보살께서 대중 가운데서 반야바라밀의 이치를 연설하고 드러내 보이시는 것처럼,
담무갈보살께서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얻고 신통을 성취하며 보살의 일 안에서 자유자재하게 되시는 것처럼,
저희들도 또한 이와 같아지이다.’라고 하였느니라.
이때에 살타파륜보살은 5백의 여인들과 함께 꽃과 향과 보물로써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한 뒤에 머리를 대어 담무갈보살에게 예배하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섰으니,
한쪽에 서서는 담무갈보살에게 말했느니라.
‘저는 본래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에 아무도 없는 고요한 숲속에 있었는데,
공중에서 소리가 나며 말씀하기를
〈선남자야, 그대는 이로부터 동쪽으로 향해 가면 반야바라밀을 듣게 되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받아지니고 동쪽으로 가다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각하기를,
〈나는 어찌하여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 갈 곳은 먼지 혹은 가까운지, 그 누구로부터 듣게 될 것인지를 공중의 소리에 물어 보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에 몹시 근심하고 슬피 울면서 그 자리에서 밤낮으로 7일 동안을 서 있었습니다.
근심한 나머지 음식조차도 생각하지 않았으며 다만
〈나는 언제쯤이나 반야바라밀을 듣게 될까〉라고만 생각했을 뿐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근심하면서 일심으로 반야바라밀을 생각하고 있는데,
부처님의 몸이 허공 가운데에 나타나면서 저에게 말씀하기를,
〈선남자야, 그대는 큰 서원과 크게 정진하는 마음을 놓아 버리지 말라.
이 큰 서원과 크게 정진하는 마음으로 이로부터 동쪽으로 향해 가되 5백 유순을 가면 중향(衆香)이라는 성이 있고 그 안에는 담무갈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있나니, 이 사람으로부터 반야바라밀을 듣게 될 것이니라.
이 보살은 세상에서마다 바로 그대의 선지식이었으며 언제나 그대를 수호하였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뒤에 곧 동쪽을 향해 가면서 다시는 다른 생각이 없었으며,
다만 생각하기를,
〈나는 언제쯤이나 담무갈보살께서 나를 위하여 반야바라밀을 설하시는 것을 보게 될까〉라고 하였을 뿐입니다.
저는 그때에 도중에 머물면서 온갖 법에 대하여 막힘없는 지견(知見)을 얻었고 관제법성삼매(觀諸法性三昧) 등 모든 삼매가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으며,
이 삼매에 머물러 시방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부처님께서 이 반야바라밀을 설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모든 부처님은 저를 칭찬하시면서,
〈참으로 훌륭하구나, 선남자야, 우리도 본래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에 모든 삼매를 얻은 것이 역시 지금의 그대와 같았었느니라〉고 하셨습니다.
이 모든 삼매를 얻은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을 두루 다 얻었으며,
모든 부처님은 저에게 법의 요체를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저를 위로하신 뒤에 홀연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삼매에서 일어나 생각하기를,
〈모든 부처님은 어디에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을까〉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모든 부처님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크게 근심하면서 다시 생각하기를,
〈담무갈보살은 먼저 부처님께 공양하고 많은 선근을 심었으며, 오래도록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방편의 힘을 잘 알며, 보살의 도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으셨다.
그는 곧 나의 선지식이요 나를 수호하신 분이시다.
나는 담무갈보살에게 모든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시는지 이 일을 물어 보아야겠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큰 스승께 묻겠습니다. 이 모든 부처님은 어디에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는지요?
큰 스승이시여, 저를 위하여 모든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는가를 말씀하여 주시어 저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하시며, 안 뒤에는 또한 언제나 모든 부처님을 뵙는 일을 여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論】 해석한다.
살타파륜은 간절히 우러르면서 반야를 듣고 싶어 하였기 때문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대중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는 것을 보았고 그로 인하여 그의 마음이 기뻐지고 그의 뜻도 만족해졌던 것이다.
모든 부처님은 그가 믿는 힘이 견고하고 정진하여 동요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찬탄하시기를,
“훌륭하구나, 우리도 본래 처음에 보살의 도를 행하면서 반야를 구할 적에는 역시 그대가 지금 하는 것과 같았으니, 그대는 근심하면서 스스로가 박덕하다고 여기지 말라”라고 하신 것이다.
그때에 살타파륜은 크게 모든 삼매의 힘을 얻고는 그 마음이 깊이 탐착하고 있었으므로,
그 때문에 모든 부처님은 그에게
“모든 삼매의 성품을 구하여도 그 실체(實體)는 볼 수 없으며, 또한 삼매에 들어간 이나 나오는 이도 볼 수 없다.”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니,
중생도 공하고 법도 공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은 그에게 반야바라밀의 모양을 간략하게 말씀하시면서,
“이 법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른바 온갖 법은 모양이 없기 때문에 생각하거나 탐착할 수가 없다.
우리들은 이 생각할 것이 없는 법[無所念法]에 머물러 6바라밀을 완전하게 갖추며, 6바라밀을 완전하게 갖추는 까닭에 부처님의 금빛 몸을 얻는다.”라고 하셨으니,
경에서 자세히 말씀한 것과 같다.
모든 부처님은 이렇게 교화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면서 그의 마음을 위로하셨다.
【문】 위에서 변화한 부처님은 이미 그에게
“담무갈이 바로 그대의 세상에서마다 선지식이다.”라고 말씀하셨거늘,
이제 무엇 때문에 다시 “어떠한 분이 저의 선지식이십니까?”라고 묻는가?
【답】 부처님은 선지식에 대하여 더욱 더 공경하고 좋아하도록 타이르시기 때문이다.
또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담무갈의 공덕을 듣고는 스스로 신심이 견고해져서 의심하지 않으려고 물은 것이니,
시방의 부처님의 대답은 경에서 말씀한 것과 같다.
살타파륜은 바로 담무갈이 제도해야 할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모든 부처님은 그것을 도와주시며 인도하신 것이다.
혹 어떤 보살들은 부처님께서 제도해야 할이면 그로 하여금 부처님에게로 가게 하기도 한다.
【문】 앞에서 허공에서 나는 소리에 물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7일 동안이나 슬피 울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시방의 부처님이 보이지 않았거늘 무엇 때문에 크게 근심하면서도 다시 부처님을 뵈려고 하지는 않고, 다만 담무갈에게 모든 부처님의 가고 오는 일을 묻는가?
【답】 살타파륜이 그 이전에는 다만 육안(肉眼)만이 있고 아직 삼매도 얻지 못했으므로 깊은 마음으로 믿으면서 착한 법에 집착하고 있었을 뿐이니, 그 때문에 몹시 슬피 울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삼매의 힘을 얻었고 또 시방의 부처님을 뵙고는 모든 번뇌도 얇아지고 탐착하는 마음도 이미 여읜 까닭에,
다만 일심으로
‘나는 언제쯤이나 담무갈을 뵙게 될까?’라고 생각할 뿐이다.
【문】 만일 살타파륜이 이 삼매의 힘을 얻었다면, 무엇 때문에 도로 삼매에 들어가서 ‘10방의 모든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다가 어디로 가셨는가?’라고 묻지 않고 담무갈을 만나 묻는 것인가?
【답】 시방의 부처님은 위에서 갖가지의 인연으로 담무갈을 찬탄하시면서,
“세상에서마다 그가 곧 그대의 스승이었다.”라고 하셨으므로,
이 때문에 물으려고 한 것이다.
이때에 살타파륜은 담무갈보살을 생각하면서,
‘그분은 나와 전생에서부터 인연이 있는 이었구나’고 하고,
그 때문에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낸 것이요 큰 공덕이 있는 이었기 때문에 존중한 것이니, 이것은 곧 전생의 인연 때문에 공경하고 좋아한 것이다.
【문】 앞에서는 “살타파륜은 세간의 일에 크게 탐착하지도 않고 반야바라밀을 깊이 좋아했기 때문에 근심하면서 슬피 울었다.”라고 말씀하셨거늘,
여기서는 무엇 때문에 스스로가 “가난하여 공양할 것이 없다.”라고 낮추는 것인가?
다만 좋은 마음으로 스승의 뜻에 따르기만 하면 그대로가 바로 법의 공양[法供養]이거늘 어찌 꽃과 향을 쓰려고 한 것인가?
【답】 법의 공양이 비록 으뜸이기는 하나 세간의 중생들이 보기에는 멀리서 와서 법을 구하되 빈손으로 아무것도 없으면 기뻐하는 마음을 내지 않게 되나니, 세간의 법 때문에 공양거리를 구하게 된 것이다.
또 다섯 가지 바라밀은 반야바라밀을 돕기 위한 법이요, 돕는 법 가운데서도 단(檀)바라밀이 첫머리에 있다.
그래서 살타파륜은 생각하기를,
‘나는 존중하는 복전(福田)을 만나게 되므로 담무갈보살에게 마땅히 도를 돕는 법[助道法]의 근본으로써 공양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또한 여러 사람들을 분발하게 하여,
‘살타파륜은 지혜로운 사람이요 착한 사람으로서 빈궁한데도 능히 공양하거늘 어찌 우리들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또 모든 착한 법은 행하는 때와 생각하는 때의 그 맛[味]이 각각 다르다. 살타파륜은 보시의 맛을 행하려는 것이니, 이 때문에 공양거리를 구한 것이다.
【문】 살타파륜은 큰 보살이어서 시방의 부처님을 뵐 수 있었고 또 모든 깊은 삼매도 얻었거늘 무엇 때문에 빈궁하다는 것인가?
【답】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사람은 집을 버리고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 있으므로 비록 부잣집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길이 워낙 먼데다 홀몸으로 떠나면서 재물들을 가져가지 못하였다.”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비록 그가 대인(大人)이라 하더라도 전생에 지은 조그마한 죄의 인연 때문에 가난한 집에 태어난 것이다.”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비록 그가 소인(小人)이라 하더라도 전생에 조그마한 보시를 한 인연 때문에 큰 부잣집에 태어나는 것은 마치 소타이니타(蘇陀夷尼陀) 등과 같거니와, 그는 모든 하늘들의 공양을 받은 이인데도 조그마한 집에 태어났었다.”라고 한다.
빈궁한 이에는 두 가지가 있나니,
첫째는 재물이 빈궁한 이요,
둘째는 공덕의 법이 빈궁한 이다.
공덕의 법이 빈궁한 이는 가장 수치스러운 이다.
재물이 빈궁한 이에게는 좋은 사람도 있지만, 법이 빈궁한 이 가운데는 좋은 사람이란 없다.
‘꽃과 향이 없다’고 함은, 훌륭한 보배 꽃이 없기 때문이며 또 가진 것이 적기 때문에 ‘없다’고도 말한다.
“내가 만일 빈손으로 갔다면 스승께서는 비록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만은 크게 기쁠 수가 없다.”는 것이니, 이 때문에 몸을 팔려고 한 것이다.
【문】 만일 몸을 팔아서 다른 이에게 주게 된다면, 누가 그 물건들을 사서는 스승에게 가서 공양하겠는가?
【답】 몸을 버리는 것이 바로 큰 공양이니, 가고 머무르는 것에 있지 않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사람은 몸을 팔아 재물을 취한 뒤에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공양하기도 하며,
공양을 위하여 몸을 팔아 그의 종이 되기도 한다.”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그때의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법을 아는 이들이다.
비록 스스로가 몸을 팔게 된다 하더라도 그 주인은 반드시 그가 공양하고 나서 돌아올 것을 허락한다.”라고 한다.
또 이 사람은 깊은 마음을 내어 단바라밀을 행하려 하고 또 법과 법사에게 공양하고 싶어도 바깥 물건[外物]은 없고 자기 몸만 있으므로 이 때문에 안의 물건[內物]을 팔게 된다.
바깥 물건과 안 물건 중에서는 안 물건의 보시가 더 중요하고 또 그것을 아끼는 것이 더 깊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보시하려는 원(願)을 깨뜨리지 않기 위하여 몸을 팔아서 공양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서 그 스스로가 후회하지 않는 인연을 말하면서,
“나는 세상에서마다 몸을 잃게 된 일이 수없이 많았지만, 아직 일찍이 청정한 법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제는 설법하는 이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이 몸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크게 법의 이익을 얻게 되리라”라고 한 것이다.
살타파륜은 마음이 결정되었으므로 몸에 대한 탐욕이나 아끼는 생각을 끊고 도중에 어느 큰 성(城)으로 들어간 것이니, 몸을 파는 일을 뜻대로 이루기 위하여 이 큰 성으로 들어간 것이다.
일심으로 몸을 팔려 하면서 부끄러운 생각도 없앴고 교만도 깨뜨려버렸기 때문에 외치면서,
“그 누가 사람을 구하십니까?”라고 한 것이다.
【문】 악마는 무엇 때문에 그의 뜻을 파괴하려 하는가?
【답】 악마는 항상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는 원수이기 때문에 와서 파괴하려고 한 것이다.
또 모든 작은 보살[小菩薩]이면 아직 모든 법의 실상을 얻지 못했으므로 악마나 나쁜 사람들이 파괴할 수 있지만,
만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모든 보살의 신통력에 머물러 있는 이면 파괴할 자가 없다.
마치 작은 나무일 때는 어린 아이도 꺾을 수 있지만, 커지면 꺾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또 이 가운데서 스스로 악마가 파괴하는 인연을 설명하고 있나니, 이른바
“이 살타파륜은 법을 좋아한 까닭에 자기 자신이 몸을 팔아서 반야바라밀과 법성(法盛)보살에게 공양하려는 것이니,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바르게 듣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경에서 자세하게 설명한 것과 같다.
【문】 만일 악마가 살타파륜을 파괴하고 싶었다면, 먼저 공중에서 소리가 들리고 시방의 부처님을 뵈었을 때에는 무엇 때문에 파괴하지 않고, 이제야 모든 바라문과 거사들을 가려서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한 것인가?
【답】 살타파륜은 앞에서는 마음이 아직 결정되지 못한 채 몸을 아끼고 시방의 부처님도 모두 다 뵙지는 못했지만,
이미 모든 삼매를 얻어서 그 마음이 비로소 결정되었으므로 지금은 그 결정된 마음의 모양이 나타나고 있나니, 이 때문에 악마가 놀란 것이다.
만일 보살의 마음이 아직 결정되지 못했으면 아직 악마를 움직이게 하지 못하며,
만일 큰 보살로서 그 마음이 이미 결정된 이면 악마 또한 그에게 오지 못한다.
살타파륜은 지금 마음이 정해져서 악마의 경계를 벗어나려고 하고 있나니, 이 때문에 악마가 온 것이다.
비유하건대 마치 빚을 진 사람이 아직 멀리 떠나려고 하지 않으면 빚쟁이는 그를 막으려 들지 않지만,
다른 경계로 벗어나려 하면 그가 떠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것과 같다.
【문】 악마에게는 큰 힘이 있거늘, 무엇 때문에 이 보살을 죽이지는 않고 다만 파괴하려고만 할 뿐인가?
【답】 악마는 본래부터 그의 수명을 시샘하지 않으며 다만 그가 부처님이 되려는 마음만을 미워할 뿐이다. 이 때문에 파괴하려고 드는 것이다.
또 모든 하늘이나 신(神)의 법에서는 사람에게 중한 죄가 없으면 망령되이 죽일 수는 없으며 다만 파괴하고 어지럽게 하여 두렵게 할 뿐이다.
만일 신에게 이런 법이 없었다면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가 없으리니, 이 때문에 죽이지 않는다.
바라문(婆羅門)의 족성으로 태어나서 계율을 받기 때문에 바라문이라 하며,
이들을 제외하고는 통틀어 거사(居士)라 하니, 거사는 진실로 집에 살고 있는[居] 사람[士]이다. 4성(姓) 중에서 거사는 제외된다.
‘한 장자의 딸만은 제외한다’고 함은,
그는 부처님 도를 위하여 태어나는 세상마다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악마로서는 그녀를 은폐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살타파륜은 죽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한 여인으로 하여금 듣게 하였다.”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담무갈보살의 신통력 때문에 장자의 딸로 하여금 들을 수 있게 하였다.”라고도 한다.
이와 같이 세 번이나 외쳤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자, 크게 근심하고 걱정했던 것이다.
【문】 살타파륜은 이미 몸을 아끼지 않았으므로 비록 사려는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역시 근심하지 않았어야 한다.
【답】 이미 큰 마음[大心]을 내기는 하였으나 그의 원이 만족되지 않았으므로 이 때문에 크게 근심한 것이다.
석제환인은 생각하기를,
‘살타파륜이 그의 몸을 팔려고 하는데도 사는 이가 없구나’라고 한 것이니, 경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문】 석제환인은 다른 이의 마음을 아는 신통[他心通]을 과보로 얻고 있으므로 마땅히 살타파륜의 마음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되거늘, 지금 무엇 때문에 와서 시험한다는 것인가?
【답】 모든 하늘은 다만 세간 사람의 마음을 알 뿐이요, 부처님이 되고 부처님이 되지 못한다는 마음은 그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그가 부처님의 도를 위하여 수기(授記)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이는 없다.
또 석제환인은 인도함이 많기를 원했으므로 일부러 와서 그를 시험한 것이요, 그리고 듣고 보는 이로 하여금 모두가 발심하게 하여 부처님을 구하게 하려는 것이다.
또 금ㆍ은 등 모든 보물은 가볍거나 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에 달구어 두드리고 갈고 하는 것처럼,
보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만일 살을 베고 피를 내며 뼈를 부수어 골수를 낼 적에 그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결정된[正定] 보살일 것이니, 이 때문에 하늘의 제석(帝釋)이 와서 시험한 것이다.
【문】 제석은 곧 대천왕(大天王)이거늘,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면서,
“나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려는데 사람의 심장과 피와 골수가 필요하다.”라고 하는가?
【답】 만일 간탐이나 성내는 마음의 번뇌로써 그랬다면 자기의 이익을 구한 것이라 거짓말도 되고 그 때문에 죄도 되겠지만,
제석이 만일 실제의 몸으로 진실한 말을 했다면 이 보살은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 나라의 법과 같이 하늘에 제사지낼 제물로 필요하다 한 것은 그가 믿고 받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때에 살타파륜은 그의 말을 믿고 크게 기뻐하면서,
“나는 큰 이익[大利]을 얻었도다.”라고 하였다.
큰 이익이란 아비발치의 지위[阿鞞跋致地]요, 으뜸가는 이익[第一利]이란 바로 부처님 도[佛道]이다.
큰 이익이란 다섯 가지의 바라밀이요, 으뜸가는 이익이란 반야바라밀이다.
큰 이익이란 반야바라밀이요, 으뜸가는 이익이란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이다.
큰 이익이란 보살의 초지(初地)요, 으뜸가는 이익이란 10지(地)이다.
큰 이익이란 초지에서 10지까지요, 으뜸가는 이익이란 제10지이다.
큰 이익이란 보살의 지위[菩薩地]요, 으뜸가는 이익이란 부처님의 지위[佛地]이다.
이와 같은 등으로 분별하니, 비록 아직 완전히 갖추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이미 완전히 갖출 수 있는 인연에 머물렀기 때문에 곧
“완전히 갖추었다[具足]”라고 한 것이다.
【문】 만일 석제환인이 몸을 변화하여 왔었다면, 무엇 때문에 “당신은 얼마의 값을 받겠습니까?”라고 하였는가?
【답】 그가 담무갈보살을 공양하려 하면서 그 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였으며,
또 석제환인은 살타파륜을 괴롭힘으로써 그를 구하는 이가 대단한 이라는 두려움을 주기 위해서였나니, 이 때문에
“얼마의 값을 받겠습니까?”라고 한 것이다.
‘당신의 뜻에 따라 나에게 주십시오’라고 한 것은,
‘당신에게 크게 탐내고 있거나 아껴하지도 않고 있으니,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정도로 나에게 주십시오’라는 뜻이다.
살타파륜은 세력도 없어서 전다라(旃陀羅)를 부릴 수도 없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칼을 잡은 것이며, 바라문도 역시 죄를 짓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베려고 하지 않았나니, 이 때문에 스스로 칼을 잡고 몸을 벤 것이다.
【문】 만일 장자의 딸이 소리를 들었다면 어째서 와서는 “당신은 무엇 때문에 자기 몸을 팔려고 하십니까?”라고 물어 보지 않았는가?
【답】 다만 입으로 “몸을 팔겠다.”라고 한다면 일은 가벼운 것이지만, 몸을 깨뜨리면서 심장과 골수를 내고 있다면 일은 중한 것이다. 때문에 장자의 딸은 마음이 발동한 것이다.
장자의 딸은 누각 위에 머물러 있다가 멀리서 이 사람이 스스로 몸을 찌르고 베고 하는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온갖 중생들은 모두가 즐거움을 구하고 괴로움을 두려워하면서 자기 몸을 탐하고 애착하거늘 살타파륜은 손수 베고 찌르고 있으니, 이야말로 희유한 일이로다.”라고 한 것이다.
또 전생에 지은 복덕의 인연에 끌렸기 때문에 곧 그에게로 가서 물은 것이요,
살타파륜은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하고 싶다.”라고 대답한 것이다.
또 묻기를,
“어떠한 이익을 얻게 됩니까?”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반야바라밀을 일컬어 보살이 배워야 할 바라고 합니다. 저는 그에게서 그것을 들어야 하며, 이 도를 배워서는 장차 부처님이 되어 모든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어줄 것입니다.”라고 한 것이니,
비유하건대 마치 잎이 넓은 나무는 그늘지게 하는 것이 많은 것과 같고,
또한 마치 더울 때에 넓은 들판이나 험한 길에 있는 맑고 시원한 큰 못과도 같은 것이다.
부처님의 공덕으로 나타나는 일을 말하는 것은 그로써 발심할 수 있는 이를 위해서이니,
이른바 금빛의 몸과 32상과 큰 광채와 무량한 광명이다.
큰 광채란 염부제(閻浮提)의 악한 세상에 사는 중생들을 위해서이니,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광명에는 한량이 없다.
대자(大慈) 내지는 6신통(神通)의 이치에 대해서는 앞에서의 설명과 같으며,
‘불가사의하고 깨끗한 계율ㆍ선정ㆍ지혜’에 대해서는 불계(佛戒) 등의 5중(衆) 가운데서 설명한 것과 같다.
‘모든 법 가운데서 온갖 막힘없는 지견[無礙知見]을 얻는다’고 함은,
모든 부처님은 막힘없는 해탈이 있으며 이 해탈과 상응하는 지견이다.
온갖 법 가운데서 막힘이 없는 지견으로 분별하는 것이니,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살타파륜은 말하기를,
“나는 이와 같은 한량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얻고 위없는 법보[法寶]를 널리 퍼뜨리면서 온갖 중생에게 베푸리라”라고 하였는데,
‘위없는 법보’라 함은,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3보(寶) 가운데 법보를 말한다.”라고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온갖 8만 4천의 법무더기를 바로 법보라 한다.
이를 얻기 때문에 모든 번뇌를 제거시키고 모든 희론을 없애고 온갖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위없는 법보는 곧 그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니, 그보다 더 이상 나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열반이 바로 위없는 법보이다. 왜냐 하면, 온갖 유위의 법[有爲法]에는 모두 그보다 위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아비담(阿毘曇)에서는 말하기를,
“모든 유위의 법과 허공(虛空)과 비수연진(非數緣盡)은 위가 있는 법[有上法]이라 하니, 수연진(數緣盡)을 위없는 법이라 한다.”라고 한 것과 같으니,
수연이 다하는 것이 곧 열반의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열반의 도(道)는 비록 그것이 유위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열반을 삼기 때문에 유위의 법 가운데서는 최상의 것[無上]이 된다.”라고 한다.
이와 같은 등의 법보를 널리 유포시키면서 3승(乘)을 중생들에게 베푸는 것이니,
이와 같은 등의 한량없는 부처님 법은 스승으로부터 얻어야 한다. 이 때문에
“나는 이 늙고ㆍ병들고ㆍ나고ㆍ죽고 하는 것이 머무르는 곳인 이 더럽고 냄새나는 몸을 버리는 것이니, 반야바라밀에 공양하기 위해서이다.”라고 한다.
‘부처님 몸의 금빛을 얻는다’고 하는 등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장자의 딸은 태어나는 세상마다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선근을 심어서 지혜가 밝고 영리하였으므로 이 법을 듣자 그의 마음은 깊이 들어가 크게 법희(法喜)를 얻었고 나아가 마음에 놀라서 털이 곤두섰으므로
살타파륜에게 말하기를,
“매우 희유한 일입니다. 당신이 찬탄하는 법이야 말로 크고도 미묘하여서 그 낱낱의 법을 위해서라면 항하의 모래수처럼 많은 몸을 버려야 되겠거늘 하물며 하나의 몸이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장자의 딸은 무슨 인연 때문에 그 몸을 괴롭히는 줄을 알지 못한 채 그를 가엾이 여기는 마음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타일렀는데, 이제 이 한량없고 끝이 없으면서 견줄 데 없는 깨끗한 부처님의 법을 듣고서야 이런 인연이라면 그럴 수 있었기 때문에 크게 기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말하기를,
“이런 법을 위해서라면 항하의 모래수처럼 많은 몸도 버려야 한다.”라고 하였으며,
또한 말하기를,
“당신은 가난한 까닭에 그토록 자기 몸을 괴롭히고 계시는데 이제 그만 그치십시오.
당신이 구하는 것은 마음껏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또한 당신을 따라가서 이 도(道)를 구하겠습니다.”라고 한 것이다.
【문】 이 보살은 벌써 몸을 베고 끊고 하였거늘, 어떻게 하여 장자의 딸에게 많은 부처님 법을 말할 수 있었겠는가?
【답】 이 보살은 마음의 힘[心力]이 큰지라 비록 몸에 고통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덮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 보살은 처음에 칼을 쥐고 살을 끊어 피를 내었고 바야흐로 뼈를 부수어서 골수를 내려고 하였기는 하나, 장자의 딸이 왔을 적에는 아직 크게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법을 말해 줄 수 있었다.
석제환인은 그의 마음이 결정된 것임을 알기 위해 그를 시험해 보았을 뿐이므로 말할 바도 없이 곧 본래의 몸으로 돌아가 그를 찬탄하면서,
“훌륭하십니다. 당신은 마음이 견고하여 그런 일을 능히 감수하십니다.”라고 하였다.
곧, 제석의 뜻은,
‘당신 같은 이는 현재 나고 죽는 육신이어서 아직 부처님의 도는 얻지 못했지만 이렇게 몸을 아끼지 않을 수 있으니, 당신은 오래지 않아서 온갖 법 가운데서 집착함이 없음[無所著]을 얻고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물러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입니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과거의 부처님으로 증명으로 삼는, 이와 같은 등의 갖가지의 인연으로 그의 마음을 위로하면서,
“나는 바로 천왕(天王)입니다. 부처님의 도를 좋아하는 까닭에 당신의 마음이 견고한가, 견고하지 못한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부러 와서 시험한 것입니다.
당신이 믿게 하려고 일부러 사람의 심장과 골수를 구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고 말했습니다만 실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소원이 무엇입니까? 반드시 들어 주겠습니다.
당신이야 말로 좋은 사람이요 바로 부처님 종자[佛種]를 위하신 분이므로 반드시 옹호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살타파륜은 곧바로 믿고 마음이 흐뭇해졌으며 부처님의 도에 깊이 애착하고 있는 까닭에
그가 중생인지를 분별하지도 않고 제석의 말을 듣고는 곧 말하기를,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주십시오”라고 하자,
제석은 말하기를,
“그것은 나의 힘으로 이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것은 부처님의 경계이십니다.”라고 하였다.
또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제석은 살타파륜을 몹시 괴롭혔으므로 지금 이런 말을 함으로써 그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다.”라고 한다.
제석의 생각으로는 그가 금은 보물을 구할 줄 여겼었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할 줄은 미처 몰랐으므로 줄 수가 없게 되자,
부끄러이 여기면서 다시 말하기를,
“꼭 공양하고 싶으니, 다시 그 밖의 다른 소원을 찾아 보시오”라고 하였으니,
제석이 말하는 뜻은
‘나는 이미 당신을 몹시 괴롭혔으므로 다만 이대로 갈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당신에게 공양해야 합니다’라는 것이다.
살타파륜은 비록 몸을 아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 몸으로써 담무갈에게 공양해야만 하고 반야바라밀을 들으려고 한 것이므로,
이 때문에 말하기를,
“만일 당신에게 그런 힘이 없다면 나의 몸을 본래대로 회복시켜 주십시오”라고 한 것이며,
제석은 말하기를,
“예, 당신의 말씀대로 해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상처가 이내 아물어지더니 본래의 몸과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문】 먼저 이미 살을 베어냈거늘 어떻게 하여 살이 차면서 아물게 할 수 있다는 것인가?
【답】 부처님은 다섯 가지 불가사의[五不可思議]를 말씀하셨다. 용(龍)이 하는 일조차도 오히려 불가사의하거늘 하물며 하늘[天]이 하는 일이겠는가?
또 허공 가운데에는 작은 티끌이 가득 차 있듯이 제석의 복덕으로 내는 마음은 곧 다시 붙게 하면서 아물게 할 수가 있다.
모든 하늘과 지옥에서 받는 몸들은 이런 세 가지 태생의 몸이 아니며, 죄와 복의 인연 때문에 화합하여 곧 있게 되는 것과도 같다.
이때에 제석은 그의 마음이 견고함을 알고 원을 들어 준 뒤에 즉시 사라지면서 떠났다.
그때에 살타파륜은 전생에 지은 조그마한 죄까지 이미 다하여 복덕이 밝아지고 왕성해졌으며,
이 때문에 장자의 딸은 돌아가려 하면서,
“구하실 것이 있으면 저의 부모님에게서 구하십시오”라고 한 것이니,
경 가운데서 자세히 설명한 것과 같다.
【문】 이 여인은 먼저는 “당신은 필요한 물건을 저에게 모두 구하십시오”라고 말했으면서, 이제는 무엇 때문에 “저의 부모님에게서 구하십시오”라고 하는가?
【답】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참이며 살타파륜도 그녀가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에게 그것을 얻는 것을 직접 보게 될 것이므로,
자신이 앞에 한 말과 맞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이 때문에 우선
“저의 부모님으로부터 구하도록 하십시오”라고 한 것이다.
또 그녀가 비록 능력이 있어서 보물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자녀(子女)의 도리로써도 부모로부터 구해야 했기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앞에서 주겠다고 했던 그대로 줄 것을 부모에게 청한 것이다.
그 나라에는 부처님의 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딸에게 묻기를,
“어떤 분이 살타파륜보살이냐?”라고 한 것이며,
그녀는 보았던 대로 들었던 대로 살타파륜의 일을 부모에게 모조리 말한 뒤에 이제는 부모에게
“저는 살타파륜보살과 함께 5백의 시녀들을 데리고 아울러 공양 거리를 가지고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할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라고 한 것이다.
그의 부모도 그의 말을 듣고는 곧 허락하면서 뜻대로 하게 한 것이다.
【문】 장자는 존귀하면서도 세력이 있거늘 어찌하여 먼저 살타파륜도 알지 못하면서 그의 공덕만을 듣고 곧 그의 딸과 그의 권속들과 그리고 보물들을 주면서 함께 가게 하였는가?
【답】 그 장자 또한 덕의 근본을 심은 이인데 인연이 적었기 때문에 부처님이 없는 나라에 태어났으나, 잠깐 동안 부처님의 덕을 듣고는 그의 전생 의식[宿識]이 발동하면서 마음이 곧 깨쳤으므로 보낼 수 있었나니,
비유하건대 마치 연꽃이 완전히 다 자라면 해를 보면서 피는 것과 같다.
그의 부모는 딸의 마음이 순숙(純熟)하여 부정한 행도 없고 지조를 지키되 허술하지 않았으며, 세간의 즐거움을 좋아하지 않고 다만 법의 이익만을 구하는 줄 알았으며, 그의 마음이 지극하였으므로 제지할 수 없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일 그의 뜻을 어긴다면 그 스스로가 잘못될까도 두려웠으므로 생각하고 헤아려 본 뒤에 이미 그 뜻이 온전하고 스스로 공덕을 얻고 있었기에 기뻐하면서 가게 한 것이다.
세간의 인연은 깊이 탐착되어 풀기 어렵지만 애정은 지극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길 수 없거늘 하물며 부처님 도를 위하여 그의 마음이 깨끗하면서 염착(染著)한 바 없는데도 허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딸은 부모가 법을 위하여 허락하면서 보물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았으며 또한 따라 기뻐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기쁘게 여겼다.
그때에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이미 결정되자 7보로 된 수레를 장엄하여 가득히 싣고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에워싸 점차로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이때에 5백 여인의 친족과 성 안의 사람들은 이 희유하고 미치기 어려운 일을 보고 모두가 같이 따라 나섰다.
사람들이 모두 모인 뒤에 기뻐하면서 다 함께 중향성을 향해 가며 간절히 우러르는 것이 마치 목마른 이가 물을 생각하듯이 하였다.
점차로 길을 가다가 멀리서 중향성을 보게 되었으며, 나아가 장자의 딸과 5백의 여인들은 다 함께 공경히 둘러싸고 담무갈에게 가고 싶어 하였다.
【문】 담무갈은 바로 큰 보살이어서 문지(聞持) 등의 모든 다라니를 얻었고 반야바라밀의 이치를 이미 스스로 환히 통달하여 기억하고 있거늘, 어찌하여 7보의 대(臺)에 반야의 경권(經卷)을 써서 그 가운데에 모시고 공양하는 것인가?
【답】 비록 갖가지 인연이 있기는 하나 요약하여 설명하면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중생들의 마음의 작용이 같지 않기 때문이니, 혹은 경권을 보기를 좋아하는 이도 있고 혹은 연설을 듣기를 좋아하는 이도 있다.
둘째는 담무갈의 몸은 속인이어서 현재 가족도 있다.
근기가 둔한 중생들은 혹은 생각하기를,
‘이 분은 집에서 살고 있는 이이므로 반드시 염착(染著)이 있을 터인데 어떻게 마침내 깨끗하고 집착이 없는 반야바라밀로써 중생을 이롭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스스로 아직 집착이 없지 못하거늘 어떻게 집착이 없는 법으로써 교화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할 것이다.
이 때문에 그 경문을 써서 칠보첩[七寶牒] 위에 모셔 두고 많은 보배를 공양할 때는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도 모두가 함께 와서 공경하면서 꽃과 향과 번기ㆍ일산을 공양하며 7보를 비 내리듯 하므로 중생으로서 보게 된 이는 신근(信根)이 더욱 늘어나게 되나니, 이 법으로써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경문을 상고하고 가르침을 펴며 그들을 권고하고 발심하게 한다.
온갖 보대(寶臺)와 장엄하는 기구며 그리고 살타파륜이 석제환인에게 물은 것은 경에서 말한 것과 같다.
‘7보의 인(印)’이라 했는데, 인이란 담무갈의 진실한 도장이어서 항상 손수 지니고 있으면서 경에 찍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7보의 인은 부처님의 도를 구하고 있는 일곱의 큰 신[七大神]이다.
그들은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있으면서 언제나 담무갈에게 주어 경문을 수호하게 하여 악마나 악마의 백성들이 다시 고치거나 어지럽히지 못하게 하나니, 반야를 귀중히 여기고 공경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다만 연설만을 듣고 발심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장엄한 문자를 보고 기뻐하면서 발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보대를 장엄하고 황금으로 된 판에 써서는 7보의 도장을 찍는 것이다.
【문】 보대 위에 베껴 써 있는 반야와 담무갈보살이 입으로 연설하는 반야 이 두 가지가 비록 함께 있다 하더라도 베껴 써 있는 곳에는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없거늘 무엇 때문에 보대 위를 먼저 가는 것인가?
【답】 쓰여 있는 반야는 법보(法寶)에 들어간다. 불보(佛寶) 다음에 법보이기 때문에 마땅히 먼저 공양해야 한다. 담무갈은 한 사람뿐이기에 승보(僧寶)에는 속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먼저 법보에 공양하는 것이다.
또 담무갈보살이 말한 것이 곧 법이라 하더라도 중생은 사람의 모양을 취하는 까닭에 집착하는 마음을 많이 내거니와,
만일 서사된 반야를 보면 사람이란 모양을 내지 않나니,
비록 그 밖의 다른 모양을 취하여 마음에 집착한다 하더라도 사람에 집착하여 우환을 내는 것보다는 적다. 이 때문에 먼저 경에 공양하는 것이다.
경법은 모든 부처님들도 오히려 공양하고 있거늘 하물며 담무갈이나 살타파륜이겠는가? 또 담무갈은 반야바라밀로 인하여 공양을 얻고 있거늘,
그 원인이 되는 책을 어찌 먼저 공양하지 않겠는가? 이 때문에 공양거리를 나누어 두 몫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문】 담무갈에게는 6만명의 채녀(婇女)가 있고 5욕(欲)의 궁전도 있거늘, 어떻게 하여 뿌려진 꽃 등의 물건들을 변화시켜 화대(花臺)를 만드는가?
【답】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이다. 살타파륜이 공양하는 물건들로 인하여 이런 변화를 지은 것이다.”라고 하며, 어
떤 사람은 말하기를,
“담무갈은 큰 보살로서 곧 법성생신(法性生身)이다.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5욕의 몸을 받고 있다.”라고도 하나니,
마치 담무갈보살의 이름을 풀이하여 설명한 데서와 같다.
【문】 보살로서의 법은 우선 중생들에 대하여 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을 고통에서 제도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는 것이거늘 지금에는 다만 담무갈의 신력과 위덕(威德)만을 보고 어떻게 발심한다 하겠는가?
【답】 발심하는 데는 갖가지가 있다. 설법을 들으면서도 발심하는 이가 있고, 중생들에 대하여 자비를 일으켜서 발심하는 이가 있으며, 신통력이나 대위덕을 보고 발심하는 이도 있나니, 그러한 뒤에 점차로 비심(悲心)을 내는 것이다.
마치 『지인경(智印經)』에서 말씀한 것과 같아서, 애착에 의지해서 애착을 끊고 교만에 의지해서 교만을 끊는 것은 마치 사람이 도법(道法)을 듣고 이 법에 애착하기 때문에 5욕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과 같다.
또 아무개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는 말을 듣고 높은 체하는 마음을 내면서,
“이 사람은 내가 하는 일보다 훌륭하지 못하다. 그도 오히려 그리 될 수 있거늘 난들 할 수 없겠느냐?”라고 하면서,
크게 정진하다가 아라한의 도를 얻은 이도 있나니, 부처님의 도에서도 그러하다.
장자의 딸과 5백의 여인들은 항상 세력과 자재한 쾌락만을 깊이 탐내고 있으면서,
“옛날에 어떤 사람은 신력과 변화로 보물이 구족하고 인간 세계에 있으면서도 하늘의 쾌락을 누렸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러던 차에 담무갈의 대관(臺觀)과 궁전이며 큰 법좌(法座) 위에 앉아 하늘과 사람들이 공양하는 것을 보았고 또 공양한 물건들이 허공에서 변화하여 큰 화대가 되는 것을 보았으므로, 마음에 곧 크게 기뻐하면서 만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일으킨 것이다.
모두가 복덕의 인연으로부터 이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때문에 모두들 부처님이 되겠다는 마음을 낸 것이며 발심한 이들의 행을 듣고 모두가 차례로 행한 것이다.
마치 『비마라힐경(毗摩羅詰經)』에서
“애착과 교만 등의 모든 번뇌는 모두가 곧 부처님 도의 근본이다.”라고 말씀하신 것과 같으니,
이 때문에 여인들은 이런 일을 보자마자 좋아하는 마음을 내면서 복덕의 인연으로 이런 일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모두가 발심한 것이다.
이 애착과 교만으로 인하여 나중에는 깨끗하고 좋은 마음을 얻게 되기 때문에
“부처님 도의 근본이다.”라고 하는 것이니,
비유하건대 마치 연꽃이 진창에서 피어나는 것과 같다.
발심한 뒤에는 원을 세우되 ‘
마치 담무갈이 하는 것과 같이 저희들도 또한 그렇게 되게 해주옵소서’라고 하자,
그때에 살타파륜 등이 머리를 대어 담무갈보살에게 예배한 것이다.
꽃과 향 등의 공양은 귀하지 않기 때문에 먼저 하고 몸에 공양하는 일은 귀중하기 때문에 뒤에 예배한 것이다.
예배하고 나서는 본래 반야를 구한 그 인연을 말했나니,
마치 경에서 말하기를,
“제가 본래 반야를 구하고 있을 때에 공중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라고 하거나, 나아가
“저는 큰 스승께 묻겠으니, 모든 부처님은 어디서 오셨다가 어느 곳으로 가셨습니까?”라고 한 것과 같다.
【문】 살타파륜은 이른바 파무명(破無明)과 관제법성(觀諸法性) 등의 모든 큰 삼매를 얻었거늘, 어찌하여 공을 알지 못하고 부처님의 모양을 취하며 깊이 애착을 일으키는 것인가?
【답】 새로 발심한 보살은 비록 전체의 모양[總相]으로는 모든 법이 공하고 모양이 없는 줄 안다고 하더라도, 모든 부처님에 대해서는 깊이 애착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모양도 필경 공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공인 줄 안다 하더라도 공과는 합치되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모든 부처님께는 한량없고 끝이 없는 진실한 공덕이 있기 때문이다.
이 보살은 근기가 영리하기 때문에 깊이 들어가고 깊이 애착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부처님께서 이 보살에게 공이라고 말씀하지 않았다면 이 보살은 부처님에 애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친족도 없앨 수 있었거늘, 하물며 그 밖의 다른 사람이겠는가? 다만 공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만은 없다.
살타파륜은 모든 부처님을 깊이 애착하는 까닭에 알지 못하면서 큰 스승에게 묻기를,
“지금 저에게 모든 부처님의 오고 가는 모양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 몸을 아무리 뵈어도 만족해함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부처님 뵙기를 여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