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국제시장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시장이 아니다. 개항 후 세워진 인천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인천 근현대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역사를 품은 시장은 지역 특색이 묻은 가게와 고소한 냄새로 발걸음을 붙든다. 시장 구경과 먹거리를 즐기기 위해 만 원 한 장 손에 쥐고 신포국제시장으로 떠난다.
신포국제시장, 개항장 인천에 세워진 최초의 상설시장
신포국제시장은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이자 100여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천의 대표 시장이다. 인천 개항 이후 형성된 시장에는 인천항을 통해 온갖 외국 문물이 들어왔다. ‘신포동에 없는 것은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 오늘날에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구둣방, 대를 이어 떡을 짓는 방앗간 등 50년 이상 된 노포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청년 사장님의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며 젊은이들 입맛도 사로잡았다.
시장 명물은 단연 신포닭강정이다. 닭강정을 사려고 줄을 선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풍경이다. 커다란 솥에 특제소스를 버무려 튀겨낸 닭강정은 부드러운 육질에 매콤달콤한 소스가 어우러져 다른 곳과는 차별화된 맛을 낸다. 만두와 쫄면으로 전국적인 체인을 보유한 신포우리만두 본점과 1978년에 문을 연 신포순대, 메밀국수와 우동을 파는 청실홍실 본점도 꽤 유명하다. 그 외에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공갈빵, 떡볶이, 핫바 등 맛깔스러운 주전부리가 모여 있다.
신포국제시장, 그 역사의 시작은
신포국제시장의 시작은 19세기 말, 인천에 자리 잡은 중국인들의 푸성귀전이었다. 중국 동부 산둥성 일대에서 채소 씨앗을 가져온 중국인들은 지금의 미추홀구 도화동과 숭의동 일대에서 농사를 지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윽고 인천 연안에서 잡은 수산물을 파는 어시장, 닭과 달걀을 파는 닭전거리도 들어섰다. 시장 칼국수골목 끝자락에 조성된 푸성귀전 조형물에서 당시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채소를 파는 중국 상인이 가운데에 있고, 양쪽의 조선 여성과 일본 여성이 장을 보는 조형물이다. 시장에서는 양배추, 양파, 토마토, 피망 등 당시 조선에서 생소한 채소를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신포시장이 정식 개설된 것은 1951년 11월로 보인다. 나날이 번성하던 시장은 1985년, 시장 근처의 인천시청이 남동구로 이전하는 등의 시대적 변화로 손님이 차츰 줄어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2년에는 시장 현대화 사업을 추진, 천장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편의시설을 정비하여 오늘날과 같은 깔끔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2010년에는 시장 이름을 신포국제시장으로 바꾸어 내외국인을 위한 관광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만 원의 행복, 신포국제시장 먹거리 뽀개기
닭강정만 사고 돌아선다면 신포국제시장을 반만 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장에는 신포공갈빵부터 에그타르트까지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먹거리가 줄을 잇는다. 만 원으로 시장 음식을 고루 맛보는 방법이 있다. 떡볶이(4,000원)와 신포공갈빵(2,000원), 에그타르트(2,000원), 핫바(1,000원), 사라다빵(1,000원)을 하나씩 사는 것이다. 떡볶이로 배를 채우고 맵싸해진 입을 에그타르트와 사라다빵의 단맛으로 달랜 뒤, 핫바의 짭조름함을 맛보았다가 신포공갈빵의 바삭한 식감을 즐기면 만 원의 행복이 완성된다.
떡볶이는 어릴 적, 엄마 손 붙잡고 따라간 시장에서 맛봤던 익숙한 맛이다. 뭉근하게 끓인 소스가 묻은 통통한 가래떡의 식감이 쫀득하다. 칼칼한 입안을 달래줄 에그타르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 안에 달걀 커스터드 크림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한 디저트다. 핫바와 사라다빵은 시장 투어에서 빠지면 아쉬운 주전부리다. 따끈한 핫바를 한 입 베어 물면 속까지 따뜻해지고, 재료를 아끼지 않은 사라다빵은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이 든다. 보름달처럼 둥글게 부푼 신포공갈빵은 ‘파삭’ 소리가 날 만큼 바스러지는 식감 때문에 먹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