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180. 천자, 거센 흐름을 건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어떤 천자가 평상시보다 광명을 갑절이나 더 내면서 그날 밤 부처님의 처소에 왔는데, 그 거룩한 광명이 기수숲을 두루 비추어 아주 환하게 했다.
그가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물었다.
“구담이시여! 당신께서는 거센 흐름을 잘 건너셨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실로 그렇다.”
천자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그렇게 거센 흐름은 깊고 넓어서 끝이 없으며, 곁에 반연할 곳도 없고 그 안에 발 붙일 곳도 없는데, 잘 건너셨다고 하시니 매우 보기 드문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실로 그렇다.”
천자가 또 물었다.
“구담이시여! 당신은 지금 어떻게 반연할 수도 없고 발 붙일 곳도 없는 그 거센 흐름을 잘 건널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천인에게 대답하셨다.
“만약 내가 게을렀다면 반드시 침몰을 당했을 것이며, 만약 침몰되었다면 반드시 떠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진하였으므로 마침내 침몰하지 않은 것이며, 침몰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내려가지 않은 것이니,
나는 그와 같이 거센 흐름 속에서 반연할 수도 없고 발붙일 곳도 없었지만 잘 건널 수 있었다.”
천자는 곧 칭찬하면서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비구로서 반연할 수도 없는 거센 흐름을 잘 건너셨으니, 매우 희유한 일이옵니다.”
천자가 다시 게송으로 칭찬하였다.
바라문이 열반하는 것을
내가 옛적에 이미 본 적이 있으니
싫어함과 두려움 영원히 버리고서
세상의 애욕을 잘 벗어나셨네.
이 천자는 게송을 말한 뒤에 기뻐하면서 자기 궁전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