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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앞선 단락들에서 진영의 배치, 행진 등의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갑자기 정결에 대한 규례가 여기 포함됩니다. 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논리적 비약이 있는 본 단락의 이야기를 후대 편집의 근거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1-4절에서 진영의 정결을 위한 조치, 5-10에서 속건제 배상 규정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11-31절에서 의심을 다루는 법률이 있습니다. 이 모든 지침은 진영의 정결을 위한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이스라엘은 이제 명령을 받아 광야 여행을 시작할 텐데 하나님께서는 광야 생활이 계속되는 중에도 진영을 거룩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임을 강조하십니다. 진영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곳이기 때문에 모든 부정함으로부터 정결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정하게 된 사람들은 반드시 진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규정은 레위기 11-15장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공동체의 제의적 정결과 거룩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부정한 사람들에 대한 격리(1-4)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이 정결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시며, 이는 물리적인 정결함뿐만 아니라 영적인 정결함도 포함됩니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깨끗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정한 경우에도 하나님은 회복의 기회를 주십니다. 이는 누구나 언제든지 회개하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영적 성찰을 촉구합니다.
1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2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모든 나병 환자와 유출증이 있는 자와 주검으로 부정하게 된 자를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되 3남녀를 막론하고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어 그들이 진영을 더럽히게 하지 말라 내가 그 진영 가운데에 거하느니라 하시매 4이스라엘 자손이 그같이 행하여 그들을 진영 밖으로 내보냈으니 곧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신 대로 이스라엘 자손이 행하였더라(1-4)
하나님이 거하시는 진영 안에 부정한 사람들이 함께 거할 수 없기 때문에 부정한 사람들은 그 부정이 해결될 때까지 진영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그들이 진영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들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거하시는 진영이 더럽혀지기 때문입니다. 본문에서는 밖으로 나가야 할 부정한 사람들에 대해 세 부류의 사람들을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먼저 모든 나병 환자는 이유를 막론하고 진영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나병 환자는 현대인들이 말하는 나병 즉 한센병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고대 사회의 질병들 중에 나병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결론이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레위기에서 말하는 나병은 사람의 피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질환 그리고 가죽과 심지어 집과 벽돌에까지 발생하는 곰팡이 균까지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진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은 유출병을 앓는 사람들입니다. 유출병은 액체가 몸에서부터 밖으로 흘러나오는 질환이나 분비물을 뜻합니다. 질환으로 인해 나오는 고름이거나, 여성의 생리에 의한 피, 혹은 성관계에서 나오는 분비물 등이 유출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레위기 15장에서 유출병에 대해 다룰 때, 일반적인 경우 유출이 일어난 사람들 모두가 진영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발생하는 유출 중에도 그 경중을 따질 수 있는데, 성관계에 의한 설정이나, 여인의 자연스러운 생리의 경우는 비록 부정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단순한 유출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한 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피가 멈추지 않거나, 성병 등으로 인한 유출은 악성 유출에 해당합니다. 어쩌면 민수기 5장에서 진영 밖으로 나가야 하는 유출병 환자는 레위기 15장에서 말하는 만성 유출병 환자에 대한 추가적인 규레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예는 주검으로 인하여 부정하게 된 사람들입니다. 반드시 시체에 접촉해야만 부정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례식에 참여한 경우도 부정하게 되는 예입니다. 19:11-19에서 더 구체적으로 시체를 만진 자들에 대한 규례를 담고 있습니다. 시체는 심각한 부정을 일으키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부정하게 되며, 그가 접촉한 모든 물건도 부정하게 됩니다. 레위기 율법에서 죽음은 생명 되신 하나님과 가장 거리가 멉니다. 피의 유출이나 설정이 제의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것도 생명의 유출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죽음은 생명의 부재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죽음은 결코 생명과 가까이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진영 안에 제의적으로 부정한 사람이 있으면 그는 반드시 제사장에게 가서 그 상황을 알리고 제사장의 진단을 받아서 순종해야 합니다. 진영 정결의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제사장의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부정한 일을 행한 사람들에 대한 배상(5-10)
죄는 개인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의 영적 건강을 위해 책임을 져야 하며, 필요할 경우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을 중요시하십니다. 현대인들도 자신의 죄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회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공동체의 회복과 개인의 영적 성장에 기여합니다.
5○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6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라 남자나 여자나 사람들이 범하는 죄를 범하여 여호와께 거역함으로 죄를 지으면 7그 지은 죄를 자복하고 그 죄 값을 온전히 갚되 오분의 일을 더하여 그가 죄를 지었던 그 사람에게 돌려줄 것이요 8만일 죄 값을 받을 만한 친척이 없으면 그 죄 값을 여호와께 드려 제사장에게로 돌릴 것이니 이는 그를 위하여 속죄할 속죄의 숫양과 함께 돌릴 것이니라 9이스라엘 자손이 거제로 제사장에게 가져오는 모든 성물은 그의 것이 될 것이라 10각 사람이 구별한 물건은 그의 것이 되나니 누구든지 제사장에게 주는 것은 그의 것이 되느니라(5-10)
앞서 1-4절이 하나님 앞에서 제의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경우들을 열거했다면, 이제 본문 5-10절은 공동체 안에서 이웃 간에 일어날 수 있는 죄의 문제를 다룹니다. 대원칙은 이러합니다. 이웃에게 범죄하고 손해를 끼친 사람은 반드시 그 죄를 고백하고, 그가 끼친 손해에 20%를 더하여 보상하도록 합니다. 언약 백성 공동체가 올바르게 작동하는 것은 이웃과의 신의를 바탕으로 합니다. 6절에서 ‘사람들이 범하는 죄를 범하여 여호와께 거역함으로 죄를 지었다’고 표현하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의 신의를 깨뜨리고 범하는 잘못이 곧 하나님과의 관계와 신의를 깨뜨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행한 배신과 거짓이 곧 하나님 앞에서 신실하지 못함이 됩니다. 이웃에게 지켜야 할 신의는 적극적인 불법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웃에게 거짓을 말하고 해를 끼치는 일에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모든 죄는 하나님 앞에서 범한 죄이지만, 그 죄의 결과가 이웃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 반드시 이웃에게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은 레위기 6장에 나타나는 속건제 규례와 동일합니다. 레위기에서 속건제가 필요한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부지중에 여호와의 성물을 훼손하거나 먹었을 때, 둘째, 이웃의 재산을 빼앗은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민수기의 속건제 규례는 레위기를 따르지만, 민수기 본문에서만 추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수기는 레위기에서 주어진 속건제 규례를 좀 더 구체화하고,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려는 의도가 있습니다. 추가된 법은 이러합니다. 만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했는데, 그 사람에게 물어주려고 할 때 그 사람이 이미 죽고 없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를 규정합니다. 혹은 죽지 않았다 할지라도 멀리 이사를 가버려서 더 이상 만나기 어려운 경우 등도 포함될 것입니다. 잘못을 당한 사람이 전쟁에 나갔거나 죽었을 경우 가족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만일 가족도 없다면, 그 다음엔 그에게 근족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본문에서 말하는 친족은 죽은 사람의 기업을 물어줄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구약성경에서는 고엘로 불립니다. 고엘은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기업을 무를 친족, 가족의 죽음에 대해 복수할 친족, 후사가 없이 죽은 가족의 후사를 이어줄 친족 등이 모두 본문이 말하는 친족, 즉 고엘에 해당합니다. 본문에서는 기업을 무를 친족을 뜻합니다. 만일 기업을 무를 친족마저 없다면, 갚아야 할 보상액을 제사장에게 가져와서 지불하고, 그 죄에 대한 속죄의 숫양을 드려야 합니다.
진영을 정결케 해야 한다는 대명령에 부합하게 속건제 규례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영을 정결하게 하는 데 있어서 속건제가 중요한 이유는 속건제가 사회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속건제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는 말은 그 공동체가 정결과 거룩을 함께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이렇게 개인과 공동체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한 사람의 죄는 반드시 공동체와 연결되어 있으며, 한 사람의 죄는 곧 공동체 전체의 정결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여호수아 시대의 아간이나, 초대교회의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는 공동체 안에 교묘하게 들어오는 거짓과 위선, 죄를 효과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공동체가 하나님 앞에서 정결하고 흠이 없는 신부로 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속건제와 무관하지만, 제사장의 몫으로 돌아가는 성물(거제)에 대한 규례가 주어집니다(9-10).
결론은 하나님이 정결함과 거룩함을 중시하신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의 영적 상태에 책임을 져야 하며, 부정함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하게 살아가고, 죄를 고백함으로써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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