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도착한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500여 명의 예멘 난민 중 2명만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대다수에 해당하는 416명은 ‘인도적 체류’라는 지위를 얻었다.
‘난민’ 지위마저 인정받지 못한 416명과 또 다른 난민들은 과연 대한민국에서 ‘인도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16일 개신교 신자들이 이 질문에 답했다.
‘YD 케밥하우스’, 난민과 한국인들의 소통 창구
▲ 16일 수원역 근처에 문을 연 `YD 케밥 하우스` ⓒ 강재선
16일 점심, 수원역 근방의 한 상가 1층에서 ‘YD 케밥하우스’ 개업식이 열렸다. 한국디아코니아(연구소장 홍주민 박사)에서 설립한 협동조합이 이 케밥집을 개업했고, 여기에 예멘 난민 한 명이 취업했다.
개업식에 도착했을 때 이미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과 중장년층 그리고 젊은 청년들 몇몇이 가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슈퍼마켓, 부동산, 세탁소, 미용실 옆에 함께 자리한 케밥집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대리석으로 된 복도는 여느 상가와 마찬가지로 서늘하고 쾌적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맛’이다. 처음 방문한 이 집 케밥은 개인적으로 전에 먹어보았던 케밥보다 담백했다. 지지방문 차 케밥집을 찾은 서울남노회 소속 한 목사에게 케밥 맛을 묻자 “맛이 좋다, 냄새도 안 나고 먹을만 하다”고 답했다. 이국적인 음식은 이들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한국인들의 ‘한 끼’가 될 수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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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가게 개업식과 달리, 케밥집 개업식에는 30여 명의 신자들이 함께해 복도를 가득 메웠다.
한국디아코니아 협동조합 이사장 김상기 박사는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버려진, 유령과 같은 사람들”이었다면서 “그 사람들이 우리 곁을 찾아와 우리에게 정말 많은 일깨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홍주민 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는 케밥집 이름의 ‘YD’가 ‘예멘 사람들을 섬기다’라는 의미이고 ‘하우스’는 한 가족이 사는 집이라는 의미인만큼 케밥집이 예멘 난민을 비롯한 모든 난민들과 한국인들이 “소통하는 중요한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특히 홍주민 상임이사는 난민이라는 이유로 취업도 못 하는 사람이 많다며 “여기(케밥집)에서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고 예멘 난민 한 명이 취업을 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된 케밥집을 통해 모든 이익을 난민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고 협동조합 정관에 못 박았다”고 강조했다. 이 케밥집은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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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밥집이 생기기까지 소중한 사랑의 물줄기 있었다
한국디아코니아에서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오산에 쉼터를 마련하고 이들의 식사를 지원하는 ‘1000끼 모금운동’을 비롯해 예멘 난민들에게 침대를 마련해주고자 모금운동을 벌여 제주 이주민센터에 침대를 기증하기도 했다.
홍 상임이사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오산 쉼터를 마련하고, 이 건물 9층에도 쉼터를 마련했다”며 “케밥집이 생기기까지 400여명의 소중한 사랑의 물줄기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홍주민 상임이사는 이외에도 4개월 째 4명의 아이들과 출입국장에서 노숙 중인 앙골라 ‘루렌도’ 가족과 이집트 난민들에게도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케밥집 설립에 손길을 더한 전주안디옥교회 이상욱 목사는 “사람의 눈물이 있는 곳에 달려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케밥집 설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난민과 손잡고’ 운동을 이끄는 김어진 박사는 “인도적 체류가 얼마나 인도적인가를 고민하기 위해 기자회견도 하고, (난민들과) 빈대떡도 부쳐먹고 음식을 나누며 정을 나누었다”며 “모든 난민을 통해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니 난민들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게 전부가 아니었다”
▲ ⓒ 강재선
이날 개업식에는 케밥집 개업에 기여한 여러 교회 신자들과 수원이주민센터, 노동자연대 등이 함께했다.
수원이주민센터 소속 전혜령 씨는 케밥을 처음 먹어봤다며 “맛있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 씨에게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자 자신이 중국 출신임을 밝히며 “중국은 난민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난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예멘 난민들이 왔을 때 이주민센터에서 때마침 제주도로 워크샵을 가게 되어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통역해 주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는데 그때서야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면서 “인터넷으로 알게 된 게 전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이후로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난민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난민도) 다 똑같은 사람이고, 난민이 되기 전에도 문화는 다르겠지만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란) 걸 더 확실히 느끼게 된 것 같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이렇게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국에서는 이주민이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된다”고 답했다.
난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엿보이는 한국의 민낯
수원이주민센터 한수진 씨는 특히 수원이 전국에서 두번째로 외국인이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한 씨는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하고 있다”면서 “말이 보호소지 수용소, 교도소와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보호소에 있는 분들은 한국에 가족이 없는 경우 면회 오는 사람이 없으면 갇혀 지내기 때문에 그분들이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여유를 드리기 위해 (보호소를)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방문하기 전까지는 이런 곳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가보니 많은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외부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이주민센터는 이주민과 난민들을 위한 한국어교육, 상담, 의료지원과 더불어 외부 단체들과의 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공항 출입국장에 계류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슈가 된 앙골라 출신의 루렌도 가족에게도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함께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렌도 가족은 앙골라에 사는 콩고 이주민으로, 이들은 앙골라 정부가 콩고 이주민을 탄압한다는 이유를 들어 한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망명을 신청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난민심사 자체를 불허했다. 이후 루렌도 가족은 난민심사 불회부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이마저 기각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