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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들은 왜 이토록 노력하는 것일까요. 바로 하나마치를 위해서 입니다. 비단 자신의 욕심 때문이 아닌 자신이 소속된 곳을 위한 신뢰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오차야와 오자시키, 오카상, 게이코와 마이코 등 하나마치를 이끌어 가는 모든 구성원들은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생각 중심에는 바로 고객이 있습니다. 그들은 고품격의 기예를 펼쳐 보여도 이를 이해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고객이 없으면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단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호기심을 유발시켜 하나마치를 윤영하지 않습니다. 매년 수천만 명씩 방문하는 세계 제1의 관광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또한 신규 고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의 가치를 알고 오랫동안 꾸준히 찾는 단골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이 오차야를 방문했다가 문 앞에서 거절당했다는 일화만 보더라도 이를 중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배위야 할 대목입니다. 그들은 파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사줘야 비로소 비즈니스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객을 자신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의 역할로 인식하고 고객의 사랑과 후원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처음 오는 고객을 거절합니다. 자신들의 단골이 중간에 자리를 놓아줘야 받아 들입니다. 쳐음 방문한 고객이라면 오자시키의 기본 룰부터 가르칩니다. 하나마치의 관습을 알려주고 공감을 먼저 받기 위함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모든 사람을 고객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단골이 다른 오자시키를 이용하고 싶다고 부탁하면 흔쾌히 허락을 하고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매상이 줄고 고객이 다른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요구를 늘 최우선으로 합니다. 오직 고객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 현신적인 모습에서 고객은 충성심을 느낍니다. 이를 신용으로 인식하고 다가갑니다. 결국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가게 - 고객' 사이는 '사람 - 사람' 사이로 진화하게 되고 이로써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낮에 잠시 들려 낮잠을 자기도 하고 자신의 자녀들을 하나마치로 보내 예절과 인성 교육을 받게 하는, 또 그런 것을 자연히 받아들이고 혼신의 힘을 다해 대접하는.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관계가 수백 년의 역사를 이어 오게 만든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요.
과연 우리의 가게들은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 물론 상당히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다 마침내 마에다 커피 본점으로 들어섰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본토초를 지나다 문득 든 생각이 시조 가와라마치를 넘고 카라스마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마에다 커피는 1981년에 개업한 이래로 교토에서 총 6개의 커피 전문점과 식당, 찻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디 오미야 다카 쓰치에 그보다 10년 전에 최초의 커피 매장을 오픈했으나 폐업을 하고 지금의 본점 자리로 옮긴 것을 포함하면 약 47년 간 업을 이어오고 있는 셈입니다. 마에다 커피의 정문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독일산 로스팅 기계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아마 처음 방문하시는 사람이라도 그 기계만 보더라도 묵직한 그들의 커피맛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년식이 되었는지 짐작을 못할 정도로 오래된 느낌이 베여 있지만 뭔가 믿을 수 있는 구석이 있어 매번 방문하면 의례인마냥 인사를 하고 들어갑니다. 마에다 커피의 대표적인 블렌드 커피인 류노스케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어쩐지 이노다커피를 배반하는 마음이 들어 석연찮은 웃음도 자아 내지만 이 곳 역시 편안함을 주는 곳이라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창업을 할 때 좋은 아이템과 많은 수익을 떠올립니다. 물론 그리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어느새 우리는 가장 기본이 되는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본말이 전도가 되어 업의 근본은 잊고 사소한 부분만 신경을 쓰게 됩니다.
우리가 잊는 업의 근본, 그것은 역시 고객. 비즈니스란 결국 고객이 사줘야 이뤄질 수 있다는 명제를 먼저 일깨워야 하지 않을까요. 여기 마에다 커피가 반 세기가 다되어 가도록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역시 고객이 꾸준히 찾아오기에 가능했듯이 우리도 오랫동안 꾸준히 찾는 좋은 단골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브랜드 콘셉트 디렉터 김도환님의 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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