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수의 심리여행 14 - 부부 갈등
2022.12.30(목)
부부 갈등에는 2가지의 형태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재의 것으로 경제적인 문제나 여러 일상의 부딪칠 수 있는 일과 성격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현재의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 오는 것이 있습니다. 많은 것이 현재와 과거의 것이 서로 합쳐져서 갈등의 양상이 더 깊어집니다.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 뒤에는 과거에 내가 받았던 상처가 진짜 원인일 때가 있습니다.
한 여성분이 있습니다. 남편은 일주일 내내 열심히 직장 다니고 당연히 대한민국의 많은 남성이 그렇듯이 주말에 소파에 축 늘어져서 핸드폰을 하거나 쉬는 그런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그런 축 늘어진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아내는 너무너무 화가 난 거예요. 너무너무 치가 떨리게 화가 나는 것입니다. 자기도 많은 남성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런 남편의 모습 보는 게 너무너무 힘들었던 것입니다. 이분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가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나 좋은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딸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일찍 떠나보내고 대단히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이제 성인이 되었을 때 많은 결혼의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여러 남자가 주변에 있었지만, 이분이 선택한 남자는 웬지 아버지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남편에게 끌리게 되었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주말에 쉬고 싶었고 그 쉬는 모습을 보는 순간 격분한 겁니다. 과거에 아버지는 주말마다 딸을 데리고 같이 여행도 가고 가까운 근교에 가서 산책도 하던 그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이분은 이제 아빠처럼 그런 걸 꿈꾸었으나 남편은 그냥 평범한 남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또 한 분의 여성이 있습니다. 남편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지만 재산이 불지 않았고 그때마다 남편은 아내에게 엄청난 비난과 욕설을 들어야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그렇게 열심히 애를 썼으나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볼 때마다 엄청난 비난을 가했습니다. 이 아내분의 어린 시절에 아버지에 대한 그 분노가 있는 걸 볼 수가 있었어요. 이분의 아버지는 대단히 이기적이었고 자기중심적인 그런 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가족들에게는 좀 무능한 그런 아버지이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그런 이기적이고 그런 무능한 행동을 보면서 이 딸은 화가 난 것입니다. 아빠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하지만 차마 아빠에게 그걸 이야기할 수 없었던 딸이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의 무능한 행동을 지켜보면서 순간 엄청난 분노와 비난을 남편에게 쏟아부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쏟아부었던 상당수의 비난과 감정은 사실 남편에게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표현했어야 할 바로 그 비난과 감정이었던 것입니다.
경일수 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사 1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