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제5차 세계오씨 종친대회 후기
하나의 성씨를 테마로 세계 각 지역에서 모여 주기적으로 컨벤션을 연다는 것은 세계역사에 찾아보기 힘든 경이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2008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장소를 달리하며 세계대회를 열고 있는 오씨 종친대회가 2017년 12월 15일부터 2박3일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렸다.
제5차 세계오씨 종친대회 참가 차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2008년 처음 세계오씨 종친대회가 열린지 10년 만에 두 번째로 열렸다.
말레이시아는 그 만큼 종친회 활동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번 대회는 세계 1천5백여 종친들이 모여 종친간의 우의를 다지며, 경제교류를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적 상업체제를 지지하고 국내외 오씨기업의 상호투자와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40명의 종친이 참석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내려 입국 절차를 밟으면서 평소 환상은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 그런대로 잘 살고 각종 제도도 선진화된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입국 수속을 밟는 과정에서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데 출입국관리 직원들은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천하태평인 모습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단체 이용 통로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우리나라 체제와 비교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속에서 끓어오는 분노를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입국절차를 기다리면서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힘들어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서비스 마인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 가관인 것은 CIQ(세관 ․ 출입국 ․ 검역)기관이 분리되어 내부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일부러 어렵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모르나 승객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버스에 몸을 실을 때까지 불필요한 이동거리 등은 후진성을 탓하기에 충분했다. 고객 위주의 서비스가 아닌 오직 자국 위주의 권위주의를 내세운다. 우리나라도 초기에는 법무부가 일부러 출입국 관리를 지연시키고 어렵게 함으로써 국가의 권위를 내세우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법무부가 앞장서서 출입국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간소화하고 전자화함으로써 인천공항이 연속 9회 세계 제1공항으로 선정되는데 기여하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는 그런대로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대부분의 궂은일은 이웃 인도네시아인들이 맡아 처리한다. 말레이시아가 세계 1위를 자랑하는 팜 농장 관리도 대부분 인도네시아인들이 맡고 있다고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을 봐도 말레이시아는 1만 달러 수준인데 비해 인도네시아는 3천5백 달러에 불과하다. 인구수도 말레이시아는 3천2백만 명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는 2억6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풍부한 자연자원과 동서양 무역의 중계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말레이시아 경제는 점차 활기를 찾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무슬림과 흰두교, 천주교, 불교가 공존하며, 말레이인과 중국인, 원주민, 인도인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국가이다. 지역 맹주역할을 한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서비스 마인드는 그 만큼 뒤떨어져 보인다.
2박3일간의 대회 일정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등록부터 폐회까지 엉망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컨벤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등록접수대도 설치하지 않아 우왕좌왕하게 하는 모습이 완전히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다. 주요 참가 국가별 담당 인원 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언어마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한다. 석사학위 때 컨벤션을 전공한 눈으로 봤을 때도 기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어설픈 진행이 연속이었다. 겨우겨우 진을 뺀 후에야 하나씩 문제가 풀리게 하였다. 종친 모임이 아니라면 크게 항의라고 할 만한데 같은 종친 모임에서 얼굴을 붉힐 입장도 안 되니 갑갑한 것은 우리만 온통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은 일정 내내 계속 되었다. 시간표는 마련되었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지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회 내용도 주최 측 위주로 이뤄져 먼 곳에서 온 참가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전 준비 부족이라는 면도 없지 않지만 임기응변식이라도 배려하는 모습은 없었다. 그저 주최 측이 진행하는 것에 맞춰 인내를 하며 동참하는 수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뭔가 고의성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엉망인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느낌이었을까. 평소 주최 측 최고 책임자가 했던 말과 너무 차이를 보이니까 갑자기 어리둥절해지는 느낌을 받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말에 너무 믿음을 주지 말라고 했던 것인가. 아무튼 이번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힘들게 하는 대회였다.
우리들 일부 참가자들도 문제를 많이 노출시켰다. 개인이 취향이 다른 것은 인정하더라도 남에게 최소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행동을 해야 하는데 돌출행동이 너무 많았다. 남을 배려하는 모습보다 본인이 돋보이려고 하는 모습과 불평불만이 지속되었다. 심지어는 산통을 다 깨버리겠다는 협박까지 등장한다.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너무 잘못 되도 한참 잘 못된 느낌이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습관성이어서인지 매번 반복된다. 알아듣게 얘기를 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같은 종친 모임도 이렇게 어려운데 똑같은 입장으로 참석하는 일반인들의 모임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웃 싱가포르의 입국과정은 말레이시아보다 한층 더 까다롭게 군다. 아예 ‘싫으면 오지 말라’고 광고하는 격이다. 뭔가 정확히 하려고 하는지 이용객들을 마치 범죄 용의자 취급한다. 국민소득이 4만5천 달러가 넘어 이미 배가 불러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도 참기 힘들다. 청렴, 결백, 벌금이 많고 깨끗한 나라라고 좋은 인상을 가졌던 것이 입국과정에서 완전 허물어지고 만다.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다. 입국절차를 까다롭게 해서 두 번 다시 오지 말라는 그네들의 정책이 먹혀드는 순간인가. 남 탓하기보다 우리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중계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싱가포르는 센토사섬을 개발해 카지노를 오픈함으로써 더욱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국부를 늘려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주도만 제대로 잘 활용해도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만큼 제주도는 국가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이 문제일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참석자들이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은 여행사의 능력부족이었다. 개인적으로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인지 사전 준비부족과 인솔 능력 부족이 가장 큰 흠으로 지적됐다. 언어소통이 제대로 안된 채 현지 가이드에 의존하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현지가이드가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여행은 엉망이 되고 마는 것이 아닌가. 말하는 투도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 오직 개인의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피해를 입는 것은 우리 참가자들뿐이다.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정신적인 피로에 겹쳐 에어컨을 킨 채 잠을 자서 그런지 목감기까지 된통 걸려 온몸이 으스스하다. 살가죽이 뒤틀리는 통증까지 겪고 나서야 겨우 제 모습을 찾는 느낌이다. 정신이 무너지면 몸도 망가진다는 원리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한 할아버지의 자손인 하나의 성씨로 인연을 맺은 세계오씨 종친대회는 2년 후에는 중국 복건성 샤먼에서, 또 2년 후에는 대만에서 열리기로 이미 예정돼 있다. 앞으로 대회 내용도 더 충실해지고 참가자 수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왜냐하면 세계오씨는 1억 명에 육박하는 엄청난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2년 동안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종친들에게 시상을 하고 기업인들에게도 시상을 하는 등 상당히 고무적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계오씨 종친대회는 앞으로 대회가 거듭될수록 점차 세련되고 품격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오나라 왕국의 후손들이 하나로 뭉쳐 종친간의 우의를 다지고 지역과 국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1917. 12. 23)
첫댓글 전문가의 눈으로 보니 많이 부족한 모양 입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만족 하지는 못하지만 그런데로 괸찮았다고 생각 됩니다
경주서 하는 국제 대회는 자국인은 한글로 소수 다른나라는 이어폰으로 번역사들이 알려줘서 불편없이 합디다만 다인원 언어 허물기는 너무 어렵다고 느껴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