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는 상대방에게 트릭을 써서 경쟁상대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야구에서와 같은 퍼펙트 게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자기나름의 기준으로 베스트 라운드를 했다고 만족하는 경우는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스스로 이해할 수없을 정도로 '신들린 것처럼 이상하게
잘 맞는 플레이'를 가끔 경험하게됩니다.
그렇다고 그 날의 플레이를 '퍼펙트' 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벤 호건은 18홀을 파 하나 없이 버디,이글, 홀인원 등으로 끝내는 것을
퍼펙트 라운드로 설정하고 플레이를 했으나,1번 홀에서 17번 홀까지
연속 버디를 하다가 마지막 홀에서 파를 하고 실망하는 꿈은 여러 번
꾸었을 뿐 현실로 실현시키지는 못했습니다.
파 없이 모든 홀을 버디로 18홀을 마치면 54타가 됩니다.
어쩌면 이 54타가 모든 프로 골퍼의 꿈인지도 모르지요.그래서인지
스웨덴 여자골프 국가 상비군의 훈련 목표가 "비젼 54"이고,그 팀
출신으로 2005년 5월 16일 LPGA투어 칙필A 채리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여 프로데뷔 11년 만에 60 승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세계
여자 골프계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애니카 소렌스탐의 최종
목표도 18홀 모두 버디를 잡아 54타를 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18홀 최저타(最低打) 기록은 59타입니다.
59 타의 기록은 골프 역사상 7 번 있었습니다.
최초 위업은 정규 투어가 시작되기 전 샘 스니드에 의해 달성되었습니다.
1959년 그린브리어 오픈에서 59 타를 쳐서 그 때의 스코어 카드가 그
골프장 클럽 하우스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는 1977년 멤피스 클래식 때 콜로니얼 C.C.에서 앨 가이버거가
세웠는데, 흔히 59 타를 기록한 최초의 골퍼로 앨 가이버거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정규 투어가 시작되고 나서 최초이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1991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칩 벡이,
네 번 째는 1999년 보브호프 인비테이셔널에서 데이비드 듀발이,
다섯 번째는 2001년 LPGA의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에서 애니카 소렌스탐이,
여섯 번째는 2004년 그랜드 슬램에서 필 미켈슨이,
일곱 번째는 2005년 U.S.오픈 지역예선전에서,올린 브라우니가 59타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모든 홀에서 버디를 하는 기록인 54 타가 프로들의 꿈이라면,
59 타의 기록이 일곱 번은 나왔어도 그 기록을 깨지는 못 했으니
5 타 줄이는 것이 '마(魔)의 장벽'인 셈입니다.
설령,59 타의 기록 갱신이 이루어 지고 어느 때인가 54 타 기록마저 깨진다고 하드라도,
그것이 퍼펙트 라운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파 3 홀에서 모두 홀인원을 하고 나머지 홀에서 모두 버디를 하면
50타가 되고 파 3홀 전부를 홀인원,나머지홀에서 전부 이글을 하면
36 타가 되니 54 타를 퍼펙트 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50타나 36타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논리적으로는
불가능이 아니니'완벽하다'는 표현을 쓸수는 없다고 봅니다.
모든 파3 홀을 홀인원으로,파 4 홀은 이글로,파 5 홀은 앨버트로스로
끝내는 32 타라면 완벽하다는 말을 써도 좋겠지요.
물론 장비가 개량,개선되어 파 5홀도 홀인원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골프가 사람이 하는 운동으로
남아있는 한,18홀 32타는 퍼펙트 라운드라고 해도 되지 않을 까요?
골프조크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모세와 예수와 하얀 수염이 아름다운 점잖은 노인 셋이 한 팀이 되어
골프를 하는데 파 3 홀에 이르렀습니다. 모세가 친 볼은 연못으로 날라
가 퐁당 했으나 해저드 처리를 하지 않고 볼이 떨어진 연못 가까이 가서
물을 가르는 손짓을 하니 연못 물이 쫙~ 갈라지고 바닥에 볼이 보이자
모세는 걸어 들어 가서 멋진 피칭 샷으로 볼을 핀에 붙이고 파를 했습니다.
두 번째로 친 예수님의 볼도 슬라이스가 나서 연못 에 빠졌으나
가라 앉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지라 예수께서 물 위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나이스 어프로치로 파를 잡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친 노인의 볼도 마찬가지로 연못 물속으로 들어갔는데
잉어가 그볼을 입에 물고 그린 쪽으로 닦아 가는데 난데없이 독수리가
나타나 그 잉어를 물고 그린 위로 날아 가다가 잉어 입에서 빠진 볼이
핀 가까이 떨어져서 두어 번 바운드하더니 컵인,홀인원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예수께서 '아버지,지금 골프를 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장난 하시는 겁니까? 이러시면 다음 번에는 같이 골프 못해요'했다
는 것입니다.그야말로 신선(神仙) 놀음 얘기입니다.
18홀 32타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영역(領域)은 아니며 위의 얘기처럼 신(神)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북한에 유일한 골프장인 평양 골프장에서 1994년 첫 라운드를 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첫 홀에서 이글을 잡고, 다섯 개의 홀인원을 낚아 18홀에 34타를 기록했다고
북한 언론이 선전하는 것을 논외로 하면 말입니다.
그런데 골프 평론가가 '완벽하다'는 표현을 한 골프 라운드가 역사상 딱
한 번 있었습니다.그 것은 최저타 기록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환상적인 스코어'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926년 브리티시 오픈에서 전설의 골퍼 보비 존스는 66타를 쳤습니다
66타의 스코어는 오늘 날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
다 보면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OUT 33,IN 33,샷 수 33.퍼트 수 33, 6 언더 토탈 66! 이 얼마나 기막힌 스코어입니까?

당시에 이 시합을 관전했던 골프평론가 퍼트 워드 토마스는
"골프 역사상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균형 잡힌 스코어이다.
이것은 골프의 완벽한 예술이다"라고 극찬했습니다.
보비 존스는 골프에서 운명론 주의자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어느 경기나 우승자는 이미 신이 정해 놓은 상태라고 믿었기
때문에 자기가 우승하지 못하면 '이 번은 내 차례가 아니었어!'
하고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환상적 스코어도 신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믿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환상적인 스코어에도 '완벽한 예술품' 이라고는 했어도
'완벽한 라운드'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든 벤 호건처럼 자기
나름의 '퍼펙트 라운드'를 설정하고 노력할 수는 있고 보비 존스처럼
환상적인 스코어를 낼 수는 있겠지만,자타(自他)가 인정하는
'퍼펙트 라운드'는 신기루(蜃氣樓)처럼 환상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기루가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생명의 탄생은 조물주(造物主)인 신(神)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시험관 아기가 탄생 하더니 이제는 체세포에서 생명을 복제하고
난자만으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시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탄생에 수컷의 기능이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선택조건으로 전락해
버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일어나고 있는 '환상의 현실화'를
우리 남성들은 감동적이 아닌 씁쓸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홍길동이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큰 뜻을 세우기 위해 무술을 연마 할 때
달을 과녁으로 삼아 화살이 달에 맞을 때까지 활을 쏘고,'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하며 노래 속에 서나 그리던,
인간이 달에 가서 계수 나무 밑에서 논다는 신기루 같은 환상도
20세기에 현실화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화살이 아닌 화살을 닮은 로켓이 달에 도달하여,이태백같은 시인이
아닌,육중한 우주복을 입은 사람이 계수 나무를 어루만졌지만,
우리가 꿈으로만 여기던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러하니 18홀 32 타의 퍼펙트 라운드가 언젠가는 이루어 지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현재로서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인 듯 해도 앨런 B. 세퍼드가 우주선 아폴로호를 타고
달에 착륙하여 골프채를 휘둘러 볼을 200야드 정도 날려보내기도 했는데
,퍼펙트 라운드가 이루어 지면 손가락에 장을 지질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골프용품의 성능이 향상되고 있는 추세라면 멀지 않아
드라이빙 평균 비거리 400야드가 놀라운 일이 되지 않을 날이 오게 될
것이고 그때는 파4 홀의 원샷 공격이 가능해져 18홀 32타가 이룰 수
없는 꿈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될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놀라운 과학의 힘을 빌리면 골프엔들 불가능이 있겠습니까?
인공위성을 이용한 거리측정장비가 이미 골프계에도 도입된 마당에,
마음만 먹으면 홀을 찾아가는 유도(誘導) 볼인들 왜 못 만들겠습니까?
하지만,이미 R&A와 PGA에서 용품규제의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용품에
의한 비거리 증가와 스트로크 감소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도 스트로크의 개선을 장비의 발달에 무한정으로 맡겨 둔다면
골프라는 것이 기계장난으로 변질되어 그 오묘한 재미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고 결국에는 시들어 버리게 될 것이므로 사람들이 골프를 사
랑하는 한,그런 멍청이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과학화가 진행되어도 안 되는 영역이 있습니다.
캐디가 백을 어깨에 메고 따라 다니던 서비스가 핸드 카트를 거쳐 자동
카트로 발전 되었어도 골프를 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하고 사람이
하자면 재미가 있어야 하니까요.
인건비가 비싸다고 술집에서 로보트가 술잔을 돌리면 술 맛이 나겠습니까?
한 동안은 신기해서 재미있어 하겠지만 달아나는 술맛을 붙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신의 영역이 있듯이,기계가 대신하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도 있습니다.그래서 세상 살 맛이 나는 지도 모르지요.
따라서 골프에서 퍼펙트 라운드는 영원히 신의 영역 안에 있게 될 것이며
모든 골 퍼 들에게 보라 빛 꿈을 주는 신기루로 남아있게 될 것입니다.
(月刊 IMPORT誌 2006년 5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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