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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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1 05:48
37집 원고 여호수하
여호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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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거든
연민의 조국 산하에 가을이 오고
언젠가는 그 밉던 여름도 제 풀에 스러지고
눈빛 시퍼런 성하의 잎들이 총총히 떨어지거든
그렇게 재잘대던 잎들이 길위를 구르거든
서툰말이라도 좋으니 그대가 먼저 인사를 하라
때가 되면 알게 되리라 가을이 온 것임을
불콰하게 장엄하게 찾아오는 가을을 보라
몇몇 사람들은 외로운 시선으로 먼산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청량한 하늘 빛깔이 시러워 그만 자신이 초라해 지리라
부탁하건데 아무도 홀로 가을을 보내지 말라
쓸데없다 손 치더라도 우리끼리는
한번 쯤 그윽한 위로를 덮은 눈길을 주고 받자
그때쯤 우리의 마음들은 가난할대로 가난하여
조국을 잃은 형제처럼 부둥켜 살아야 할지니
가을이라 아무도 일러주지 않거든 내 힘으로 하늘을 보라
손바닥으로 슬쩍 가리고 못 본듯이 그렇게라도
가을 하늘 뚝뚝뚝 청람 물항아리 쏟아져 번져가듯
은하의 길을 내 주거든 그 길로도 한번 가 보라
그길 수고로이 가서 먼 산 굽이도는 흰구름처럼
비우고 비우고 불편한 진실들 다 비우고
그렇게 창백한 순결로 흰 눈의 겨울을 맞이하라
누수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무턱대고 쓰지 않느냐는 두려움에 지고 있다
이젠 좋은 시를 쓰기엔 역부족 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지고 있다
가을 깊어지자 연약한 것들로 채워진 내면 세계가 몸 밖으로 드러난다
부끄러워 지다가 화가 나다가 절망이 누수처럼 스며 나온다
수도사업소에서 나온 직원은 계량기를 살펴 보더니 이건 누수전문가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와 비 전문가로 나뉘는 세상에서 여지껏 변변한 전문이 없다
남들 다 전문이 되고 난 즈음에 뒤늦게 전문을 깨달은 데는 천성이 게으른 탓이다
들었다 놓았다 다시 흘겨보는 종이 위에 깜장색 펜이 병자처럼 누워있다
ㅡ
오월을 기다린 적이 없다
기다리지 않았지만 오월은 왔다
보내고 싶지 않지만 오월은 간다
오월의 노을이 지는데
그 노을에 내가슴 저미는데
마음의 공허 속에서
그대 향한 그리움하나
구름처럼 가득하게 피어오르는데
붉은 노을에 젖은 구름 속으로
근혜야 ㅡ
노래 부르는 오월의 새들이 날아간다
ㅡ
유월은 왜 왔을까
봄날의 그리움만으로 살지 말라고 유월이 왔지
오월의 눈물을 닦아줄려고 유월이 왔지
맨날 울기만하면 뭘하냐고 유월이 왔지
유월은 그리움으로 애타던 가슴을 식혀주는
사랑하는 애인같은 달이다
창밖으로 눈 시린 하늘이 보이면
나는 유월의 당부를 깜박 잊고
다시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네
ㅡ
봄날 밤에
三月에는
불어오는 바람을 마주하고
몸으로 울어야 눈물이 난다
꽃 그림자 달빛에 흔들리어
내 저린 가슴으로 돌진해 오고
한낮에 내린 봄비는
아직도
꽃잎에 맷혀있어
나도 몰래 눈 감으면
알싸하게 매운 코 끝으로
비장한 눈물 맷혀오는
차가운 봄날밤이어
꽃이 진 사연이 없고서야 눈물은
왜 날것인가
복사꽃 핀 삼월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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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집 원고/ 여호수하
꽃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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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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