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산은 암산이다.
금원산 및 기백산과 연계하여 수 차례 올라본 적이 있어 이번에는 필봉을 거쳐 수승대로 향하는 코스를 밟아보기로 한다.
날씨만 좋으면 금원, 기백은 물론 황석과 월봉, 그리고 덕유능선과 수도산, 가야산 등 멋진 조망을 선사해 주는 곳이 바로 이 현성산 코스이다.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약간 걱정이 되지만...
들머리는 역시나 물이 없는 미폭.
미폭(米瀑)은 '쌀이 이는 폭포', '동암폭포'라고도 부른다.지재미골짜기 어귀 북쪽 산기슭에서 너럭바위 위를 비스듬히 흘러내리는 폭포다. 폭포수가 흐르는 모양이 쌀이 흘러내리는 듯하여 쌀이는 폭포라고도 하고, 옛날 폭포 위쪽에 동암사(東庵寺)라는 사찰이 있어서 쌀 씻는 뜨물이 항시 바위를 흐르고 흘러 '쌀이는 폭포' 또는 '동암폭포'라고 하였다. 사찰이 없어지고 나자 그자리에 서당이 생겼으므로 '동암사 서당터'라고 하는데 지금은 주춧돌만이 남아있다고 한다.
초반부터 가파른 등로가 이어지고...
암릉길의 시작.
곳곳에 계단이 놓여있다.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어 마치 주홍치마를 입은 것 같았는데...
묘한 모습의 바위도 나타나고...
바위와 계단, 그리고 또 다시 암릉이 이어진다.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터에 올라,
올라야 할 현성산과 멀리 수도산, 가야산 등을 조망하고, 상천리 들녘도 내려다 본다.
다시 반대편으로 시야가 트이며 기백산과 금원산도 모습을 보이고,
암릉길과,
계단을 이어 오른다.
왼쪽에서 바라본 정상.
정면의 금원산과 휴양림으로 흘러내리는 멋진 암릉.
오늘 같이 온 친구는 지난 주 대야산에서의 후유증 탓인지 유난히 지쳐 보이는데...
대간과 9정맥까지 마친 사람이 저런 모습을 보이다니 무척 신기하기까지 하다.
거창 상천 들녘.
작년에는 온통 황금색 물결이었는데...
가야산은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수도산과 단지봉은 흐릿하고,
우측으로는 상천저수지와 오두봉이 보인다.
달팽이바위.
누군가가 거북바위라고도 했는데...
해골바위란다.
올라서 뒤로 돌아가면 해골 비슷하게 보인다는데...
해골바위 위로 올라서서 바라본 현성산 정상.
전혀 닮지 않았다.
정상이 가까워온다.
오늘도 습도가 높은 날씨라 땀은 무척 흐르고...
계단, 계단, 그리고 암릉길.
좌측을 보니 기백과 금원 위 하늘에는 먹구름이 덮여 있어 곧 소나기가 한바탕 할 것 같은데...
이 계단을 오르면 현성 정상.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 아래 정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사방을 돌아보며 조망을 즐긴다.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서문가바위와 필봉, 그리고 수승대로 흘러내리는 능선.
금원산 우측 뒤로 살짝 월봉산도 보이고...
지나와서 뒤돌아본 현성산 정상.
암릉을 계속 따라 간다.
서문가바위 뒷쪽으로 덕유능선도 보인다.
앞에 보이는 암릉을 오르면,
'산으로의 비행'이라는 표지석이 있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지나와서 뒤돌아본 서문가바위.
지재미골에서 보면 형상이 연꽃잎을 닮아 연화봉이라고 부른다. 임진왜란 때 한 여인이 서씨와 문씨성을 가진 남자와 피난을 왔다가 아이를 낳았다. 여인은 누구의 아이인지 몰라 두 남자의 성을 모두 따 서문이라 불렀고 이후 서문가바위가 됐다는 전설이다.
거창군지 향지에는 옛날 원나라에서 공민왕비 노국대장공주를 따라온 이정공 서문기가 감음현 식봉 자격을 얻어 살았는데 그의 자손들이 이 일대에서 공부를 하게 돼 아버지 서문기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서문가바위와 현성산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고,
작년 가을 식사했던 자리를 지나간다.
계속 이어지는 암릉.
수승대 갈림길에 도착했다.
진행방향 직진은 금원산 방향, 수승대는 우측길이다.
수북이 깔려 있는 푹신한 낙옆길을 지나간다.
참취.
필봉 가는 등로는 사유지라 펜스로 막아놓았다.
그래도 필봉으로 가는 계단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나중에 공사가 끝나면 다시 개방한다고 하네.
해서,
옆으로 철망을 따라가다가...
필봉 정상.
바로 밑에는 표지석도...
나무그루터기에 예쁘게 자란 운지.
어마어마한 바위 옆을 돌아간다.
모리산.
모리산 바위 사이로 등로가 있다.
급격이 떨어지는 하산길이 이어진다.
동물이동통로를 지나간다.
아래의 도로는 모리재로 이어진다.
예쁜 패랭이꽃.
성령산을 지나 출렁다리 공사가 이어지는 곳으로 내려가 수승대로 향한다.
출렁다리 공사현장.
공사 중인 계단.
조심해서 내려와야 했다.
수승대로 향하는 위천에서 시원하게 몸을 씻고,
수승대에 도착하니 제법 굵은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요수정.
요수정은 요수 신권(樂水, 愼權, 1501~1573)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1542년 구연재와 남쪽 척수대 사이에 건립 하였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그 뒤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후손들이 현 위치로 이전하였다. 요수선생은 조선시대 유학자로 학문에 뜻이 깊어 널리 성현을 찾아 배웠으며 벼슬을 멀리하고 안빈낙도에 힘썼다. 돌아가신 뒤에는 구연서원에서 배향하고 있다.
수승대의 거북바위.
옛날 사람들도 낙서를 좋아하였는지 거대한 바위 사방을 돌아가며 이름을 새겨놓았다.자연훼손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하여 아쉬움이 앞선다.
도상 거리 약 12km.
오늘도 엄청난 땀을 흘렸지만 여름 산행이 다 그렇지!
거북바위 앞에서 위천을 건너는데 굵어진 빗줄기가 주차장까지 약 300m 정도를 가는 동안 장대비로 변하여 몸을 씻은 후 갈아입은 옷이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산행이 끝난 후에 내리는 비라 이만하면 다행이 아닌가!
거창읍내에 위치한 추어탕집에 들러 어탕국수와 함께 한 하산주는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