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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 정책브리핑 보기: [연속 정책브리핑 ②] 기후불평등과 주거권: 기후위기 완화정책으로써의 주거정책(2023. 7. 31.) - 김기성(서울녹색당 정책위원)
[연속 정책브리핑 ③] 기후불평등과 주거권: 삶으로서 집을 상상하기-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 및 주거 지원 대책에 대하여(2023. 8. 7.) - 김흥준·배소현(연세대 도시주거권팀)
0. 들어가며
지난해 8월 8일, 서울시 일대에는 시간당 140mm가 넘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쏟아진 빗물은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곳부터 덮쳤다. 서울시 동작구와 관악구의 저지대 다세대주택가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여러 반지하 주택이 물에 잠겼다. 그 집 안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목숨을 잃었다. 날이 밝자 시의원부터 서울시장, 대통령 등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사람이 있었던 집 앞을 찾았다. 언론들도 위 사건에 집중했으며, 침수 피해가 예상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정부부처의 역할 부재에 따른 ‘인재’라는 여론이 목소리를 키웠다.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 부처들은 부랴부랴 후속 대책들을 발표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한 기후 재난이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는 국가, 그리고 안전한 도시에서 살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상기해본다면 위 발표는 당연한 처사였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서울시는 이틀 뒤인 8월 10일 “서울시, 시민 안전 위협하는 '반지하 주택' 없애 나간다”는 보도 자료를 내며 후속 대책을 설명했다. 해당 대책은 반지하 주택 주거 용도 사용 금지 처분과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 재개발 정비 사업을 통한 환경 개선을 골자로 하였다. 해가 거듭될수록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양을 퍼붓는 ‘스콜성’ 강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올해 비가 ‘퍼붓기’ 전에 어떠한 준비를 했을까. 해당 대책은 잘 이행되었을까. 침수 참사와 이에 대한 대책이 발표되고 1년이 지난 지금, 필자는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의 계획, 과정,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1. 서울시의 대책은?
먼저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들을 정리해보자. 앞서 설명한 8월 10일의 대책 발표 이후, 2022년 11월 30일 서울시는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일상과 안전 보듬는 ‘주거안전망 종합대책’”이라는 추가 주거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서 눈여겨볼 것은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의 방법 및 대상 변경이었다.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모두를 전수조사 하겠다는 기존의 계획과 달리, 약 1,100호에 대한 주거 실태 표본 조사를 격년 주기로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이에 더해, 반지하나 고시원, 옥탑방 등 소위 ‘지·옥·고’ 주거 형태 개선을 위해 매입임대 및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고, ‘반지하 주택 공동개발’을 진행하여 16,400호의 ‘안심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사비 및 보증금 지원, 주택 바우처 지급 등을 중심으로 하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도 함께했다.
올해 5월 11일 서울시는 “‘여름이 오기 전까지’ 서울시, 반지하 전수조사 및 침수방지시설 설치”라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였는데, 해당 자료는 지난해 발표한 반지하 침수 대책 및 취약 주거 대응 대책의 실행과 그 결과를 설명하는 후속 보도 자료의 성격이 컸다. 먼저 서울시는 반지하 2만 8천 호에 대한 주택 상태 조사를 마쳤으며, 5월까지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마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를 시행하겠다는 지난 11월의 발표 내용과는 달랐다. 이는 성동구가 지자체 중 최초로 관내 반지하 주택의 상태 및 침수 위험도 전수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서울시의 표본조사 계획에 대한 비판이 일자, 또다시 조사 계획을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전수조사를 바탕으로 중증 장애인 가구(1단계), 어르신·아동 양육 가구(2단계), 침수이력 반지하 가구(3단계) 총 2만 8천호 중 2만호에 차수판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했으며, 공공·민간임대주택 입주 보증금 및 이주비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홍보했다.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 대책'(2022.08) | ‘촘촘한 주거안전망 확충 종합대책’ (2022.11) | |
주거 실태 조사 | - 우선 정비대상 반지하 주택 약 1만7천 호 현황 파악 -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 20만 가구 전수조사 실시 | - 격년 주기로 반지하 주택 1,100호에 대한 주거실태 표본조사 실시 -주거 유형별 이력 ‘건축주택종합정보시스템’ 상에 등록하여 주택 실태 종합 관리 |
주거 환경 개선 | - 반지하 ‘주거 목적 용도’ 전면 불허 및 비주거용 용도 전환 유도 -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 대상 모아주택, 재개발 등 정비 사업 통한 환경 개선 추진 | - 반지하, 고시원, 옥탑방의 주거 형태 개선을 위한 주택 성능 및 시설 보완 - 반지하 매입 및 신축, ‘반지하주택 공동개발’ 통한 16,400호의 ‘안심주택’ 공급 |
주거 상향 지원 |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및 주거 바우처 제공 | - 공공임대주택 이주 시 주거비, 이사비 및 생필품 지원 - 장기안심주택(전·월세 보증 금 무이자 지원) 지원한도 확대 - 반지하 특정바우처 지급 |
이와 같은 서울시의 대책들은 폭우를 비롯한 위험으로부터 시민 개개인의 안전과 주거권을 확보하는데 적절하고 유효했을까? 특정한 정책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계획 뿐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행하고, 정책 대상자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에 필자는 지금까지 설명한 서울시의 반지하 침수 및 취약 주거 대응 대책의 결과와 실제들을 살피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수정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밝히려 한다. 주거 안전 문제는 개개인의 생존을 위한 ‘안전할 권리’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검토와 비판은 필수적일 것이다.
2. 무엇이 문제인가?
(1) 일관성 없던 반지하 주택 조사 계획, 미비했던 후속 조치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주택 전수조사의 대상과 기준이 불명확했고, 일관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반지하 주택 조사의 방식은 전수조사 -> 격년 표본조사 -> 전수조사의 순서로 변경되었다. 예산과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지가 앞섰다”고 말하며 전수조사를 철회하고 표본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는 성동구의 성공적인 반지하 전수조사 이후, 다시금 전수조사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조사 계획의 변동으로 인해 서울시가 진행한 반지하 주택 조사는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023년 5월까지 약 22만호의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 중 2만 8천호의 주택에 대한 조사만을 완료하였으며, 남은 20만호의 반지하 주택에 대한 조사는 초여름(6월 5일)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다. 이는 침수방지시설 설치의 미비로 이어졌다. 2023년 6월 12일 서울시가 발표한 ‘풍수해 대책 추진사항’에 따라서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 중 6,089호에만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완료되었으며, 이는 서울시가 지원 대상 필요 가구로 선정한 28,439호의 21%에 불과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는 총 4단계로 반지하 주택을 구분하고, 4단계에 분류된 반지하 주택 중 침수방지시설이 ‘매우’ 필요한 곳을 제외한 주택에는 침수방지시설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거 안전 보장 및 지원에 대한 지방 정부의 ‘선별성’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서울시는 위험이 있는 곳을 직접 ‘발굴하여’ 주거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발굴주의’ 복지를 실행하겠다고 했으나, 실상은 끊임없이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며 일시적 ‘시혜’의 성격을 강화하는 선별적 복지로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이 흘러간 것이다. 이는 전수조사 결과 ‘양호’ 판정을 받았을 경우에도, 연령, 장애 여부, 주택 침수 이력과 관계없이 신청만 하면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지원한 성동구와는 다른 지점이었다.
(2) 개발 담론으로 이어지는 반지하 침수 대책, 주거권 신장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어디에?
반지하 침수 대책에서의 핵심은 반지하 주택이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즉 반지하 주택은 비단 침수 위험 뿐 아니라, 높은 습도와 온도, 적은 일조량 등으로 인해 사람이 살기에는 ‘부적합’한 공간이기에,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가구특성과 주거 만족도, 주거비 부담, 이사계획, 주거상향 희망여부 등을 조사하는 ‘거주자 면담조사’를 서울시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아, 서울시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에는 반지하 주택과 같이 열악한 거주 환경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주거권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란 문제가 교차한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면서도, 취약 주거 시설의 환경 개선을 꾀할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에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에 대한 논의는 반지하 주택 매입 후 활용, 공공임대주택 확보,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개발 사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울시의 대책 역시 위 흐름 속에 있었고, 반지하 주택을 매입하고, 세입자의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거나, 침수이력이 있는 주거지역에 재개발 구역 선정 가점을 부여하여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의 후보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였다.
허나 이러한 대책 역시 몇 가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먼저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정부의 5조 7천억 원 가량의 관련 예산 삭감 뿐 아니라, 저조한 공공임대주택으로의 이주 실적(반지하 가구 약 22만 가구 중 920가구 이주), 미흡한 반지하 주택 매입 실적(SH 공사 목표 3,450호 기준 25호 매입 약정 체결)으로 인해 서울시가 목표한 ‘주거상향’과 ‘주거지원’은 허울뿐인 말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이 기-승-전-재개발·재건축의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선정에 가점을 부가한 만큼 재개발 진행 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지만, 실제 서울시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공급 비율을 연면적 당 10%(기존은 세대수의 15%)로 완화하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을 저해하고 있다. 민간 조합이 시행 주체가 되는 신속통합기획 및 기존 (민간) 재개발 사업이 낮은 세입자 재정착률을 보이고 있는바(서울시 도시재정비촉진사업의 경우 10% 내외의 재정착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반지하 밀집 지역이 재개발·재건축 될 경우, 취약한 주거에 내몰려 있던 사람들은 다시금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것이며, 가옥주 및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만 증진될 것이 분명하다. 취약한 주거에 내몰린 사람들의 생존과 안전, 나아가 주거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 및 주거 지원 대책의 궁극적 목표라면, 현재 서울시의 계획은 이와 정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3.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021년 2월 5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용산구는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쪽방 주민들의 취약한 주거 환경을 해결하고, 서울역 앞 도시 공간을 정비하기 위하여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개발사업은 쪽방촌 주민들의 주거권을 우선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총 건설호수 2,410호 중 1,250호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산정하고 쪽방촌 세입자들을 수용했으며, 개발 과정 중 쪽방 주민들이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순환형 개발’ 방식을 채택했다. 공공주택특별법을 통해 토지 수용 방식으로 진행되는 사업에 토지등소유자들의 반발은 매우 거셌으며, 이에 사업은 표류 중이었다.
필자는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은 어떻게 등장했으며, 사업 추진을 위해 어떤 논의와 개입이 필요한지를 밝히고자 6개월 간 동자동 쪽방촌을 드나들며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연구를 위해 만났던 홈리스행동의 한 활동가는 필자에게 공공임대주택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을 건넸다. 규격화된 구조의 임대주택에 들어간 이후, 빈곤한 삶이 수직으로 포개어진 삶이 과연 어떠할지, 이는 다시 말해 기존에 빈곤한 존재들이 구성하고 있던 상호 돌봄과 공동체적 가치를 비롯한 구체적인 삶의 양태가 반영되지 않는 공공임대주택에서의 삶은 취약한 삶의 ‘고립’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우려였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했던 쪽방촌 주민들이 임대주택에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채, 다시금 쪽방촌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접할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동자동 쪽방주민 건강권 실태조사: “동자동 쪽방 김씨는 건강한가?”』은 영구임대주택 신청 제안을 받은 한 쪽방 주민이 “여기 아는 사람들이 많고, 죽을 때까지 그냥 이 근처에 있다가 죽을래. (...) 그게 되어도 갔다가 도로 오더라고. 갑갑해서 못 산다고!” 라 말한 일화를 담으며, 빈곤한 존재의 삶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현실을 방증한다.
물론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및 주거권 확보를 위한 정책적 기초임에는 변함이 없다. 취약한 존재들이 안전하게 주거할 권리를 자본과 재산권의 논리에서 신장할 방법은 ‘공공성’이 보장된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7천억 원 가량 삭감한 현실 속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제언이 어떠한 유효성을 지니는지 의문이나, 취약한 존재의 삶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는 주거 정책, 주거취약계층을 단지 정책의 ‘수혜자’로만 바라보는 정부 부처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 및 주거 지원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해 침수 참사 이후,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 – 예컨대 반지하 주택 침수 –을 상정하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말과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실제로 취약한 공간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책의 ‘대상’이 될 뿐이거나, 서울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 – 주택 특정 바우처, 이주 지원금, 침수방지시설 설치 – 등을 감사하게 받아야 하는 약자이자 일방적 ‘수혜자’가 되었다. 만일 서울시가 주거취약계층들을 정책의 ‘주체’로 고려했다면, 미약한 의지 하에 반지하 주택 조사 방식이 수차례 변경되지도, 미흡한 매입임대주택 실적이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들여 보았다면 민간 조합을 중심으로 하는 ‘신통기획’이 해결책으로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ᅠ 정리하자면, 주거취약계층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담아내는 반지하 주택 침수 대책이나 주거 지원 대책을 꾸리기 위해서는 이들의 삶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관계의 다발을 살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실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말해 신체적으로 어떠한 불편함이 있는지, 어떤 이와 공동체를 형성하고, 공동체와 집은 어떻게 조우하는지, ‘집’이란 공간을 어떻게 의미화 하는지, 주거 급여로 대표되는 수급의 논리가 이들의 삶을 어떻게 조직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집이 단지 점유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물적 조건이 아니라, 넓은 사회에 자신을 배치하고, 보살핌의 관계를 형성하고,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촉진하고 반영하는(Samanani & Lenhard, 2019) 곳이라면, 집을 두고 벌어지는 삶들의 구체성을 살펴야 한다. 이러한 ‘살핌’들이 이어질 때, 정책적 주체로서의 ‘빈자’의 등장은 가능해진다. 취약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존재들이 힘없는 대상이 아닌 정책적 주체로 등장할 때, 주택의 ‘공공성’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릴 것이며, 기후재난 속 모든 이의 안전한 주거를 보장하는 일 역시 이 장 안에 함께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창엽·손정인·김슬기·김정숙·조승화, 2012, “동자동 쪽방주민 건강권 실태조사: 동자동 쪽방 김씨는 건강한가?,” 국가인권위원회.
이원호, 2023, 반지하 폭우참사 1주기 기자회견 및 추모제 참고자료, 서울시 반지하대책-주거정책 평가 및 요구.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 2023,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 글항아리 : 파주.
Samanani, Farhan, and Johannes Lenhard. (2019) 2023. “House and home”. In The Open Encyclopedia of Anthropology, edited by Felix Stein. Facsimile of the first edition in The Cambridge Encyclopedia of Anthrop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