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추가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은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근육 세포가 에너지를 생성하려면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소를 흡입하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이 근육에 전달하는 산소량이 증가하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고지대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공기 중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몸이 적응하기 위해 신장에서 '에리트로포이에틴'EPO이라는 호르몬을 더 많이 분비하고, EPO는 골수가 적혈구를 더 많이 생산하도록 자극한다. 적혈구가 많아질수록 근육에 공급되는 산소도 증가한다.
고지대 훈련의 효과는 해발 ~2,100미터에 위치한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968년 올림픽에서 잘 드러났다. 많은 선수들이 사전에 고지대에서 훈련을 했고, 그 결과는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달리기 선수들은 더 빠르게 달렸고, 점프 선수들은 더 멀리, 더 높이 뛰었다.
멕시코 올림픽 이후 일부 선수들은 적혈구 수를 늘리는 더 좋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보관했다가 경기 전에 다시 주입하면 어떨까?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혈액 도핑'이 탄생했고, 사이클 선수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1990년대에는 과학자들이 EPO 생성 유전자를 분리해 박테리아에 삽입함으로써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EPO 생성 유전자는 빈혈 환자나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운동선수들이 이를 경기력 향상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EPO를 검출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 많은 선수들이 이를 사용하고도 적발되지 않았다.
EPO 사용은 스포츠계 내부에서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2013년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랜스 암스트롱이 이를 인정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암스트롱은 세계에서 가장 힘든 스포츠 대회 중 하나로 꼽히는 투르 드 프랑스를 무려 7번이나 우승했다. 그는 오랜 부인 끝에 혈액 도핑, EPO 주사, 인간 성장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이뇨제 사용을 모두 인정했고, 더 나아가 다른 선수들에게 약물을 공급하는 조직까지 운영했다. 그의 추락은 빠르고도 혹독했다. 모든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가장 존경받던 선수에서 가장 비난받는 인물로 전락했다.
랜스 암스트롱이 스포츠 부정행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지만, 결코 예외적인 존재는 아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력 향상 물질을 사용한 역사는 매우 길다. 고대 그리스 올림픽 참가자들은 양귀비 즙을 마셨고, 19세기 말 프랑스 사이클 선수들은 '빈 마리아니'라는 와인과 코카인의 혼합물을 마셨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토머스 힉스는 '스트리크닌'의 도움을 받았다. 1950년대에는 '암페타민'이 등장했고, 1970년 뉴욕 양키스 투수 짐 보우튼은 자신의 책 『볼넷Ball Four』에서 야구계에 '그리니즈'라고 불리는 암페타민이 널리 퍼져 있었음을 폭로했다. 그리니즈를 사용하지 않는 선수는 '맨몸으로 경기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암페타민 남용은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1967년 투르 드 프랑스 도중 영국 사이클 선수 토미 심슨이 사망했는데, 그의 유니폼에서 암페타민이 발견되었다. 이 사건은 1968년 올림픽에서 약물 검사 도입을 촉진했지만, 당시에는 스테로이드 검사가 가능하지 않았다. 근육 형성을 돕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1954년 소련 역도 선수들이 사용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스테로이드 검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었다. 이후 1988년, 캐나다의 벤 존슨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인 '스타노졸롤' 사용이 적발되어 100m 금메달을 박탈당하며 큰 충격을 주었다.
벤 존슨 사건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는 스테로이드 사용 금지를 선언했지만, 실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큰 효과가 없었다. 2002년 켄 카미니티는『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실린 인터뷰에서 야구계의 스테로이드 남용을 폭로했다. 경기의 승패가 기술보다 ‘누가 더 좋은 화학자를 두었느냐’에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검사 없는 상황에서 약물 사용은 사실상 무제한이었다며,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슈퍼맨이 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일부 선수들은 성장 호르몬을 과도하게 사용해 머리까지 커져 헬멧이 맞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스테로이드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실제로 근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한 시즌 60홈런은 매우 드문 기록인데, 147년 역사 동안 단 9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중 6번이 '스테로이드 시대'로 불리는 1998년부터 2001년 사이에 집중되었다. 이 기간 동안 새미 소사는 세 번, 마크 맥과이어는 두 번 60홈런을 넘겼고, 배리 본즈는 2001년 73홈런 기록을 세웠는데, 이들 모두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베이브 루스, 로저 매리스, 애런 저지는 약물 없이 이 기록을 달성한 선수들이다. 2003년부터 메이저리그는 약물 검사를 도입했고, 1년 뒤 카미니티가 41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스테로이드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었다.
검사 도입 이후 스테로이드 사용은 줄었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이를 회피하려는 비밀 화학자들 간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더 빠르고 강해지기 위해 어떤 대가도 감수하려는 선수들을 돕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 스테로이드'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 경쟁에서 누가 앞서 있는지는 알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