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40
천자문157
동봉
0541작을 미微wei
0542아침 단旦dan
0543누구 숙孰shu
0544경영 영營ying
(곡부에서 대저택에 살아온주공)
-그아니면 누가이를 경영했으랴-
0541작을 미微
부수가 중인변彳이 맞습니다
중인변은 '두인변'이라고도 하는데
한자로는 '조금걸을척彳'자입니다
이 조금걸을 척彳자와 대칭을 이루는 자가
땅이름 마/또는 자축거릴 촉亍자입니다
'자축거리다'는 순수 우리말인데
힘없이 가볍게 다리를 절며 걷는 것입니다
이 척彳과 촉亍은 의성어擬聲語로서
걸을 때 신발 끄는 소리에서 기인합니다
곧 '척촉 척촉'하는 소리를 따랐으며
마침내 '다닐 행行' 자가 탄생하게 됩니다
'몰래 가다' '은밀하게 다니다'의 뜻이며
뒤꿈치를 들고 조심스레 걷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뜻이 들어있습니다
작다, 자질구레하다, 정교하다, 정묘하다
자세하고 꼼꼼하다, 많지 않다, 적다, 없다
어렴풋하다, 또렷하지 않다, 밝지 않다
어둡다, 쇠미하다, 쇠잔하고 미약하다
쇠하다, 아니다, 숨다, 숨기다, 몰래 살피다
엿보다, 다치다, 상처를 입다, 비천하다
천하다 따위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이름씨에 들어있는 내용도 엿보면
조금, 몰래, 비밀히, 은밀히, 처음
시초, 없다고 하면, 발, 대발, 종기, 부종
다리가 부어오르는 병의 뜻이 있고
소수의 이름(=마이크로0.000001)이 있지요
소수 이름으로 미세微細라 쓰는데
미세먼지의 미微가 이 소수의 이름입니다
불교는 미진微塵을 다시 미진으로 나눈 것을
이른바 극미진極微塵이라 합니다
이것이 이른바 원자原子Atom입니다
미진微塵은 옮기면 글자 그대로 미세먼지지요
국제기준은 PM10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들여
PM2.5의 작기로써 표기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으로 보았을 때 10마이크로 미터면
10만분의 1m가 1 미세먼지微塵이고
이 미세먼지를 다시 미세먼지로 나누었으니
이는 100억분의 1m입니다
다시 말해 1나노미터nm의 10배 작기로서
1옹스트롬Angstrom 크기입니다
옹스트롬의 캐피털 'A'가 아톰의 'A'지요
이렇게 놓고 보면 불교의 극미진설이
얼마나 과학에 근접해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0542아침 단旦
아침 중에서도 해돋을 무렵입니다
지평선一이나 또는 수평선一 위로
밝게 솟는 해日를 그림으로 표현한 자입니다
한자에서는 아침을 상징하는 글자로
대표적인 글자를 아침 조朝라 하고
아침 주/고를 조調가 있고
아침 단旦이 있습니다
아침 조/고을 이름 주晁
아침 조/바다 거북 조鼂
아침 주/고를 조调
아침 조鼌
아침 해 욱旭
아침 해 돈暾
아침밥 옹饔
흐린 아침에 날 밝을 간暕 등이 있습니다
단旦은 해 돋을 무렵 외에
환한 모양,
누그러지는 모양
정성스러운 모양
연극에서 여자로 분장하는 배우
형벌의 이름
밤을 새우다
밤이 새다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일단一旦 : 한번, 하루 아침, 우선, 잠깐
원단元旦 : 설날 아침
세단歲旦 : 원단
정단正旦 : 원단
금단今旦 : 오늘 아침
진단震旦 : 해가 뜨는 곳, 곧 발해渤海입니다
곡단穀旦 : 음력 정월 초여드렛날
명단明旦 : 내일 아침
여단黎旦 : 여명黎明
통단通旦 : 밤을 새워 아침에 이름
삭단朔旦 : 초하루날 아침
효단曉旦 : 먼동이 트려 할 무렵, 새벽
월단月旦 : 매달의 첫날
조단早旦 : 이른 아침, 조조早朝
평단平旦 : 새벽, 동이 틀 때
신단晨旦 : 아침, 날이 새면서 오전 반나절까지
매단昧旦 : 날이 새려고 막 먼동이 틀 무렵昧爽
계단戒旦 : 날이 샌 것을 경고, 곧 이른 아침
정월원단正月元旦은
다른 말로 사시四始라고도 하는데
그해 그 달 그날 그때의 처음이라는 뜻으로
정월 초하룻날 새벽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 침과대단枕戈待旦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며
삭단동지朔旦冬至란 말도 있는데
음력 11월 초하루에 드는 동지를 말합니다
여기《천자문》에서의 단旦Dan은
저우꽁周公의 이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저우꽁의 성은 지姬Ji고
이름은 '딴旦Dan'인데 우리 발음은 '단'이지요
우리의 한자 발음 '희단姬旦'과
중국어 발음 '지딴姬旦'에 관한 얘기를 하려면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3년 9월 21일 오후 2시경
서울시 종로구 봉익동에 위치한 대각사에서
불자님들의 추석차례를 모두 마치고
나는 서들러 김포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타이베이행 항공권을 끊어 놓은 까닭입니다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내리니
눅눅하고 후끈한 저녁 열기가
입과 콧구멍으로 한꺼번에 밀려들었습니다
나는 공항 리무진을 타고
무작정 타이베이시臺北市로 향했지요
누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관광안내에 실린 롱산쓰龍山寺를 찾았습니다
한 마디로 겁이 없었습니다
늦었지만 롱산쓰 참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젊은이 한 사람이 따라붙었습니다
서툰 중국어로 서로 수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름이 떵치우鄧邱Dengqiu였습니다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이름인데
우리말의 '덩치'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체국郵局에 근무하다가
쉬는 중이어서 시간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튿날 떵치우의 안내로
콩즈를 모신 사당을 참배했고
콩즈의 고향 취푸曲阜와 저우꽁의 얘기 중에서
저우꽁의 이름 씨단姬旦에 대해 묻자
그가 정색을 하고 바꿔 주었습니다
"미스터 리, 저우꽁의 이름은
'씨단'이 아니라 '지딴姬旦Jidan'입니다."
보통 우리말 발음으로 한자의 '희'자는
대부분 'Xi' 'Xhi' 'Shi' 'Si' 등으로 나는 까닭에
그렇게 미루어 물었는데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성인의 이름은 정확해야 한다면서
저우꽁의 이름은 '지딴'이라는 것입니다
형제 나라 귀한 한국인들이
중화민국 타이완을 방문하면서
성인들 고유명사를 한국발음으로 읽는데
이는 조금만 신경을 써 준다면
콩푸즈孔夫子나 저우꽁의 이름을
바르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우꽁은 콩푸즈가 존경했던 분으로
같은 성자로 받든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0543누구 숙孰
아들 자子 부수에 '삶음'을 뜻하는 향享과
두 손으로 든다는 환丸자가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처음에는 익을 숙熟 자의 본자本字였는데
불화발灬을 붙인 익을 숙熟자가 독립되.면서
본디 익을 숙孰자는 누구 숙孰이 됩니다
'누구'라는 의미로 뜻이 전이된 것은
누구 수誰 자와 발음이 비슷한 데서
차용한 것입니다
우리 발음은 '수'와 '숙'으로 차이가 있지만
중국어는 '쉐이誰shei'와 '수孰shu'로
그리 큰 차이가 이루지 않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언어도 비슷한 길을 걷는데
소릿값이 같거나 철자가 비슷하면
같은 뜻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자나 중국어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담겨있는 뜻으로는
누구, 무엇, 어느 외에
익다, 여물다, 무르익다, 익히다
정통하다, 무르게 되다, 숙련하다
익숙하다 따위입니다
철학하는 사람이거나 종교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는 이를 바꾸어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나입니까?"
"무엇이 나입니까?
"과연 어떤 것이 나며 누가 나입니까?"
예전에는 나와 남을 갈라 놓고
그 가운데서 '나'에 대해 물었습니다
아니, 지금까지도 나는
다른 존재와 구별된 개체였습니다
그런데 화엄원교華嚴圓敎에서는 얘기합니다
세상 어느 것도
그 어떠한 존재도
모두 나와 연결된 그 어떤 것이라고요
따라서 나 아닌 것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과연 어디서 어디까지를 나로 볼 것이냐입니다
0544경영 영營
부수는 불 화火 자입니다
담긴 뜻은 경영하다, 짓다, 꾀하다 외에
계획하다, 두려워하다, 변명하다, 재다
오락가락하다, 현혹하다, 같다
고을 이름, 별 이름, 진영, 주택 등입니다
경영할 영営의 본자입니다
경영할 영營 자와
경영할 영営 자 외에
초두艹의 경영할 영营 자도 있습니다
불탈개炏든 초두艹든 같은 뜻이고
중요한 것은 컨퍼런스 홀의 뜻 민갓머리冖에
동료의 뜻을 지닌 여呂 자입니다
사회적 종교적인 집단의 뜻을 지니고
공장 회사 등의 뜻을 지닌 컴퍼니입니다
경영 영營 자에서 여呂 자에 담긴 뜻은
윗사람口과 아랫사람口이
하나丿로 이어진 화합의 의미입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질서로 이어지기에 법측 려呂며
경영자와 화사 직원들이
조화를 이루기에 율려律呂의 여呂며
정열과 정열을 불태우는 불꽃炏입니다
경영이란 더없이 소중한 덕목입니다
국가의 경영이든
회사의 경영이든
가정의 경영이든 원리는 같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
자기 언어를 다스리는 일이며
자기 마음을 경영하는 일이며
자기 몸을 잘 닦아가는 일입니다
그런 뒤에 가정을 경영하고
나라를 다스릴 일입니다
우리는 정치인들이 나라는 잘 다스리고
경제인들이 회사는 잘 경영했는지 모르겠으나
가신과 인척과 자녀와 가정을 잘못 건사해
아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절둑거리는 오리걸음걸이를 보아야 했습니다
혹 옛 스님네에게서
배울 게 하나라도 있다면
놓치지 말고 그거 한 번 건져보자고요
06/23/2016
곤지암 울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