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자배우 김여진 씨와 개그맨 김제동 씨가 마이크를 잡고 대학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무조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라”는 피켓을 들고 대학생들이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6월 2일 저녁 8시 30분. 광화문광장 건너편 KT 건물 앞에 다시 촛불이 켜졌다. 지난 달 29일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는 촛불이다.
그런데 이 촛불시위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지난 29일 대학생 70여명이 검거되었다가 풀려나면서 갈수록 집회참가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자배우 김여진 씨를 비롯해서 배우 권해효, 방송인 김제동, 가수 박혜경 씨 등 유명인 연예인들이 지지와 지원을 나섰다. 또 30, 40대의 선배들과 대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까지 가세하면서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22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 의원은 MB의 대선공약인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청와대는 반값등록금과 감세철회는 한나라당의 아이콘이 되고 꼭 실현한다는 다짐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5월 29일 한나라당 김성식 정책위원장이 하위 50% 학생 중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날부터 대학생들의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광화문광장 건너편 KT건물 앞에서 대학생, 시민 포함 1,500여명이 반값등록금 촛불시위를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위를 현장 중계하는 모습. 과연 스마트폰 시대답다.
문제는 대학등록금으로 고통을 받는 대학생들이 어찌 하위 50%뿐이냐는 것과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등록금을 대신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대학생들로 하여금 거리로 달려 나오게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지금처럼 학점 차등제도로 등록금 인하가 아닌 장학금제도로 한다면 학생들끼리 과열 경쟁이 이루어지고 카이스트 대학생 자살처럼 또 다른 자살사태들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었다.
연단도 없는 무대에 사람들이 밀집한 사이를 비집고 나와 마이크를 건네받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불자배우 김여진 씨다.
“저는 아직 대학교에 보낼 자식이 없는 사람입니다. 어찌 보면 반값등록금과 아무 관계가 없을 듯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도 대학에 들어 갈 조카들은 있거든요.”
그렇게 보면 자신뿐 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부모님과 가족들 역시 살인적인 대학교 등록금의 피해자이며,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 김여진 씨의 주장이었다.
“대학에 높은 건물이 들어오는 것이 좋아요? 대학에 극장이 들어오는 것이 좋아요?”라는 질문을 던지던 김여진 씨는 “높은 건물도 극장도 우리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반값등록금만 해주면 되죠?”라는 자문자답에 학생들의 우레와 같은 동의의 함성이 광화문 일대 울려 퍼졌다.
 촛불시위가 끝나자 가두시위를 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종각으로 이동하기 시작하고 있다.
 거리에 각 대학들의 깃발들이 펄럭이고 있다. 젊은 학생들의 뜨거운 피처럼 깃발도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종각과 광화문사거리 중간에서 경찰진압대와 마주친 시위대는 다행히 큰 마찰 없이 자진해산 하면서 끝을 마쳤다.
김여진 씨는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 1인 시위에도 나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여진 씨는 원래 세례명 ‘크리스티나’로 가톨릭신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법륜 스님과의 만남이 있고 난 후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2006년 스님이 운영하는 ‘깨닮음의 장’이란 4박5일의 수련강좌에 참여하게 되고 그 후 1년간의 불교대학 과정을 거치면서 2009년 법륜 스님께 계를 받고 ‘보명화’라는 법명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법륜 스님이 세운 기아, 질병, 문맹퇴치 시민단체 JTS에서 사회공헌팀장으로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에서 2008년, 2009년에 각각 한 달씩 머물면서 불가촉천민들과 씻지도 못하고 함께 생활하며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했었다. 이렇듯 그녀는 실천하는 자비보살인 것이다.
김여진 씨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개그맨 김제동 씨는 역시 그의 어록이 탄생할 만큼 뛰어남 말솜씨와 재담으로 좌중을 사로 잡는다.
“대학생 여러분. 정치인들이 여러분들을 굴리도록 놔두지 말고 투표를 해라. 정치인들은 표가 없는 곳에 구걸하러 오지 않는다. 여러분들이 투표율을 올리면 올릴수록 그들은 여러분들한테 굽신거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반값등록금 문제는 촛불을 들지 않아도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돼 있다. 정치가 젊음을 굴리는 게 아니라, 젊음이 정치를 굴리도록 만들자.”
요즘 젊은 층의 투표율 저조에 대한 그의 뼈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 뒤에서 선배들이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으니 기죽지 말고 예쁘게, 연애하듯, 나와서 잘 싸워주길 부탁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는다.
촛불시위가 끝나고 시위는 가두행진으로 이어진다. 광화문사거리에서 종각으로 향하던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에 막혀 차도 4개 차선을 막은 채로 1시간가량 대치하다가 아무 사고 없이 자진해산 했다. 이날 시위 참여 인원은 학생 시민 포함 1,500여명이었다.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트위터에서는 “반값등록금 선배가 응원하러 간다”는 등의 내용이 끝없이 재전송되고 있었다. 이후 계속될 ‘반값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인원이 크게 늘어날 조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