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우유배달을 하는 중이었다.
어제는 간간히 비도 오고 바람도 불었다.
마을과 떨어진 어두운 도로 한가운데로
키 작은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내려 물었다.
“어디 마실 가세요?.” “어디 가세요?.“
아들 마중 가는 길이라고 하신다.
치매를 가진 할머니였다.
나는 일단 할머니를 차에 태우고
119에 전화해서 모셔가게 했다.
대부분 5~60대가 되면 사춘기를 겪듯
남녀 모두 노년의 갱년기를 겪는다.
존재는 늙지 않고 영원하지만
물질적인 젊음은 아주 짧다.
노인은 호르몬감소와 근육감소로 이어져
신체의 동력이 떨어지고 마음도 아이처럼
소심해진다.
그리고 점점 뇌기능이 떨어져 아기가 된다.
기억도 사라지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늙어 갈수록 음식도 아이처럼 먹어야 한다.
세끼에서 두끼로 그리고 한끼로 줄여야 한다.
노년에는 많은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
기력이 없는 세포들이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
아기가 이유식을 하듯 죽을 먹는 것도 좋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자연스럽게 아사한다.
나의 어머니의 피부는 아기처럼 보드랍고
아기처럼 입을 오물거리며 웅크리고 주무셨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아기가 되면 자식들이 돌보았지만
지금은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10년간 병든 어머니를 고향 집에서 모신
큰형수님이 고맙다.
카페 게시글
진선생의 도
늙으면 다시 아기로 돌아간다
진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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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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