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 철길 숲 / 강영빈
선로를 따라 잡초가 자랐아요 발을 내디딜 때마다 들리는 리듬, 자갈이 뒤섞이는 소리, 안쪽으로 파고드는 바람의 문장은 머리카락을 흔들고요 가슴께에 좁은 터널 하나를 뚫는 중입니다 심장의 고요한 울음을 들던 벽돌공은 자리에 주저앉았어요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검고 느린 편지들, 모두가 산책하는 중이었는데 뾰족한 걸로 찔리는 듯한 통증을 느껴요 기차가 경적을 울리고 지나갈 땐 길을 비켜야합니다 숨을 참고 터널을 통과하면 오랜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빗방울이 주삿바늘처럼 쏟아지는 오후 나의 내부는 숲의 바깥에 있고요 숲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해 보았는데 곁을 따라 맴돌기만 했습니다 어쩌면 둘레를 사랑하는 걸지도 몰라요 양팔을 벌려 나무를 안으면 잎사귀가 눈동자를 드는 것 같아요 좌석에 앉아 헤모글로빈이 이름 모를 역에서 우르르 내립니다 이미 떠난 시간을 다시 만날 순 없겠죠 밤은 깊어졌지만 아직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심되고 다정한 숲, 그들을 따라 주작정 걷고 있어요 풍경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터널이 완공될 겁니다 그러면 선로 옆에 봄꽃도 심고 자갈을 길게 펼쳐둘 거예요 나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숨을 대신 참아주면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겠어요 아픔은 나를 건너 숲을 빠져나가는 중이니까요
제16회 포항소재문학공모전 수상자 발표
2024년 제16회 포항소재문학공모전 수상자 발표 포항시가 후원하고 포항문인협회가 주관하는 포항소재문학공모전이 어느새 16회를 맞았습니다. 제16회 포항소재문학공모전에 응모해주신 전국의 많은 분들께 감사 인사드리며, 아래와 같이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포항소재문학 공모전은 해맞이 고장 포항의 문화와 정신을 스토리텔링하고 포항을 소재로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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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잠녀 / 박기준
유채꽃 바탕색 돌담으로 윤곽을 그린다
그 너머 세상 모든 파란색 모아 배경이 되는 곳
구룡포
풍경화를 삶의 현장으로 바꾸는 소리
해녀 탈의장
소중의* 걸친 인어와 스파이더맨이 뛰어들 채비를 한다
천년을 산 이무기의 뱃속 같은 바닷물
굵고 성난 파도가 엄마를 휘감아도
어깨가 짓눌려 심연 속 해초가 잡아당겨도
두 다리로 바다를 미는 아투아 제국의 전사다
귀가 들리지 않는 엄마
모든 사람이 청각장애인인 물속은
차별 없는 세상
벙어리가 학교에 왜 왔냐는 아이도 없고
일감을 안 주던 사장도 없다
물살로 도둑질해서 두 팔을 뭍으로 보낼 수 있도록
바닷속 작은 생명의 몸부림을 읽어야 한다
매일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저승사자와 함께,
어미의 사냥은 깊고 간절하다
아가미 없는 짐승이 통해 내는
삶과 죽음의 경계, 아득하게 들리는 숨비소리
살기 위한 비명은 새의 노래다
물숨의 경계 넘나들며 건진 가득 찬 망사리 속 포획물들
수압과 저산소층은 이명을 낳고
관절통과 두통은 뇌신**의 친구가 된다
엄마 손에 핀 저승꽃에선 씻어도 씻어도 짠내가 난다
- 어머니, 그동안 열심히 사셨잖아요 이제 좀 쉬세요
오늘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
소리로 바다를 토해내는, 깊은 휘파람이 잔상을 만드는
구룡, 포
* 소중의 : 해녀들이 입는 속옷의 하나
** 뇌신 : 체온조절중추에 작용하여 열을 내리고, 통증을 해소하는 약